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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8] 최연성, 괴물 탄생

2016.09.06(Tue) 15:35:59

질레트 스타리그의 주인공은 박성준뿐만 아니었다. 바로 ‘괴물테란’ 최연성의 데뷔도 이때였다.

   
▲ 역시 ‘머슴테란’이다.

사실 최연성은 단순 ‘신인’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선수였다. 임요환이 ‘세상을 놀라게 할 테란이 나타날 것’이라 예언했던 선수가 최연성이었고, 그 예언에 걸맞게 초대 프로리그에서 신인왕과 다승왕을 가져갔다. 실제로 MSL에서 TG삼보 대회우승에 이어 하나포스 센게임 대회까지 우승했다. 그렇기에 많은 커뮤니티에서 최연성의 스타리그 ‘로열로더(첫진출과 동시에 첫우승)’를 예상했고, 그 예상에 걸맞게 모든 선수들이 그를 견제했다.

전년도 스타리그 우승자 강민은 조 지명식에서 시작부터 최연성을 지목했고, 최연성은 박정석을, 박정석은 이병민을 골라서 역대급 죽음의 조가 탄생했다. 최연성은 알아도 못 막는다는 레퀴엠에서의 질럿캐논러쉬를 막으며 강민에게 1패를 안겼다. 레퀴엠은 최초의 역언덕형 맵으로서 테란에게 강한 견제를 줄 수 있던 프로토스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나 질럿캐논러쉬는 초반 견제를 극화시킨 전략으로 정말로 ‘알고도 못 막는다’, ‘저거 사기다’라는 평을 받았다.

강민은 최연성에게 1패를 당한 뒤 이병민을 상대로 1승, 박정석을 상대로 1패를 하여 1승 2패로 ‘우승자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최연성과 같이 ‘신예 테란 투톱’으로 불리던 이병민은 3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무기력하진 않았다. 최연성에게 상대를 갖고 논다는 의미의 ‘관광’을 제대로 당한 게 이병민이었다. 그 경기는 노스텔지어에서의 경기였는데, 전맵을 뒤덮는 최연성의 레이스 벌처가 이병민에게 그냥 ‘어택땅’한 그런 경기였다. 승리를 넘은 조롱이다 싶어서 논란이 있었다.

   
▲ 불쌍했던 이병민

질레트 스타리그부터 8강 대진 방식이 바뀌었다. 풀리그 방식에서 토너먼트 방식으로. 루즈해질 수 있는 풀리그가 스릴감 있는 토너먼트로 바뀌었으니 팬들도 환영했다. 토너먼트 대진표는 전태규 VS 최연성, 박성준 VS 서지훈, 나도현 VS 박용욱, 박정석 VS 이윤열이었다. 동족전이 하나도 없는 8강 대진표에 주최측이든 팬들이든 이보다 기쁠 수는 없었다. 심지어 경기 스코어도 일방적인 2:0이 없고 모두 2:1로 끝났다. 그렇게 된 4강은 최연성 VS 박성준, 나도현 VS 박정석이었다.

커뮤니티는 들썩였다. ‘괴물’, ‘치터테란’, ‘머슴’으로 불리던 최연성과, 임요환을 꺾고 서지훈을 꺾고 ‘우승하겠다’라는 조 지명식 때의 발언을 지키려는 박성준의 대결이었다. 물량의 최연성과 공격의 박성준이 만났으니 모두가 명경기를 예상했으나, 3:2라는 스코어와 달리 경기는 박성준이 압도했다.

당시 최연성의 스타일은 두세 발짝 빠른 앞마당 멀티가져가기 후 물량이었다. 토스전에만 써먹던 더블커맨드 전략(빠른 앞마당)을 저그전에 가져오고 대신 부족한 병력을 SCV를 통한 수비로 커버했다.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자원을 병력으로 전환할 시간을 벌었고, 병력을 쏟아낸 상대를 바보 만들면서 더 큰 물량으로 가두고 팼다.

분명 최연성 전에 이윤열이라는 걸출한 물량의 대명사가 있었으나, 최연성은 이윤열보다 더 우직하게 수비를 했고 빠르게 멀티를 했고 거대하게 물량을 뽑았다. 이는 분명 수비에 용이한 테란이라는 종족에 특화됐고, 우직한 외모와 달리 심리전에 능했던 최연성과 맞물려 최고의 시너지를 뽑아냈다.

비록 4강에서 박성준에게 2:3으로 석패했지만, 다음 시즌인 EVER스타리그에서 스승 임요환을 꺾고 바로 우승했다. 괴물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괴물이었다.

   
▲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한 최연성.

구현모 필리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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