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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의 마법’ 사라지기 전에…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급가속 까닭

인적분할 시 자사주 주주 지위 인정하지 않는 등 4개 법안 국회서 활발히 논의 중

2016.12.02(Fri) 14:20:28

지난 11월 29일 삼성전자는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공개했다. 전날 금융당국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날 공개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크게 △주주환원 △회사성장 및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기업구조 검토의 두 가지였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지주회사 전환을 향후 약 6개월 정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그간 풍문으로만 떠돌던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설립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에 걸림돌이 되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대거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체제를 완성하려는 삼성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삼성전자 지주회사 설립을 막으려는 국회의 법률안 처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영선, 박용진, 제윤경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반삼성법’이 국회에 심의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최순실 정국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야당이 과반수인 만큼 법률안 통과가 갑자기 이뤄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최근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관련된 법률적 이슈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 인적분할이란?

 

기업분할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뉜다. 둘 다 기존 주주가치에는 변동이 없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은 인적분할에 관한 것이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의 필수 과정인 인적분할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기업분할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뉜다. 인적분할은 하나의 회사를 나누되 분할된 회사들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만큼 그대로 나눠 가지는 것이다. 즉 A라는 회사가 B, C로 분할되는 경우 기존 A 사 주식을 10% 보유하고 있었다면, B와 C 회사의 주식을 각각 10%씩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분할하는 회사의 자산가치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는 각 회사의 주식가치에 따라 교환비율을 산정해야 하지만, 인적분할 시에는 기존 주주에게 두 회사의 지분이 동일하게 배분되므로 자산이 전혀 없는 껍데기뿐인 지주회사를 만들어 분할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회자되는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의 경우,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분할되고 기존 주주들은 두 회사의 지분을 동일하게 받게 된다. 지주회사는 순수하게 지분만 소유하게 되고, 사업회사는 기존 사업을 계속 하게 되는 것이지만, 이는 후속작업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반면 물적분할은 분할된 회사를 기존 회사가 100%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다. L이라는 회사가 M과 N으로 나눠지는 경우 기존 L회사의 주주들은 아무런 변화가 없고, M이 N을 100% 소유하게 된다.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부를 ‘삼성반도체’로 분할할 경우 삼성전자는 삼성반도체의 주식을 100% 소유하게 된다. 기존 주주들은 그대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가칭 ‘삼성반도체’의 자산, 부채, 인력, 영업 노하우를 직접 소유하는 형태에서 간접 소유하는 형태로 바뀌었을 뿐이다. 

 

# ‘자사주의 마법’이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될 경우 기존 주주는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같은 지분율로 보유하게 된다. 만약 K라는 대주주가 삼성전자 주식 5%를 갖고 있고, 삼성전자가 동일한 비율로 분할된다면 분할 후 지주회사 5%, 사업회사 5%를 갖게 된다. 각각 분할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사이에는 아무런 소유지배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사주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회사가 분할될 때 자사주도 동일하게 분할된다. 자사주도 엄연한 주식이므로 기존주주의 지위를 인정받는다. A 회사가 B와 C로 분할될 경우 B의 자사주는 C에 대한 주주권(지배력)을 가지고, C의 자사주는 B에 대한 주주권을 가지게 된다. 즉 자사주가 있으면 인적분할 시 자사주만큼 상호 지배력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4.91%다. 이건희 회장 3.54%, 홍라희 관장 0.77%, 이재용 부회장 0.6%를 합한 것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물산의 지분율은 4.25%이고, 자사주는 12.78%다(이상 2016년 9월 30일 기준). ‘오너 일가+삼성물산+자사주’를 합하면 21.94%로 지주회사 요건인 ‘자회사 지분 20%(비상장사는 40%) 이상 보유’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 ‘자사주의 마법’ 이후 단계는?

 

추가적으로 오너 일가는 분할된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을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매각하고, 삼성전자 사업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을 살 수 있다. 삼성전자 사업회사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어야 하는 만큼 모회사(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자신의 지분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향후 있을 수 있는 이건희 회장의 유고 시 이 회장의 지분이 줄어드는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즉 현재의 인적분할 제도는 이재용 체제에 여러 모로 유리하다.

 

# 자사주의 마법 막는 법안 다수 심의 중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법안의 국회 심의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법률 중 대표적인 것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주주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도 주주이므로 분할 회사에 대한 지배력(주주로서의)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법안이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삼성전자가 그리는 인적분할 시나리오는 전혀 소용이 없어지게 된다. 지난 7월 12일 발의된 이 법은 11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11월 15일 정기국회 제1차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 심의 중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게 주어지는 분할회사 지배력은 법인의 이익이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으므로 자사주 처분 시 이익을 주주 전체에 균등하게 나눠야 한다는 법안이다. 그러나 이는 주식회사 제도 근간에 대한 이론적 검토가 수반되어야 하므로 법리적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월 7일 발의된 이 법은 11월 8일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11월 15일 정기국회 1차 법안심사 제1소위에 상정돼 있다.

 

박영선 의원이 6월 7일 추가로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자사주의 마법’을 간접적으로 막는 법안이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서는 분할회사 간 자동으로 소유지배관계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재산상의 이익이므로 사업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주체가 법인이고 오너 일가가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보다는 실효성이 적은 편이다. 11월 25일 정기국회 조세소위에서 7차 심사가 이뤄졌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인적분할 전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도록 강제하는 법이다. ‘자사주의 마법’을 아예 싹부터 원천적으로 막아 버리겠다는 것이다. 11월 24일 발의, 11월 25일 정무위(소위)와 법제사법위원회(관련위)에 회부된 상태다. 이 역시 주주회사 제도의 근간을 건드리는 것이므로 이론적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김영란법 통과 때처럼 국회는 대의와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다. 특히나 이 법은 삼성 등 일부 대기업에만 영향을 주는 데다 법리의 복잡성 때문에 반대 여론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자사주의 마법’을 막는 4가지 법안이 이처럼 11월에 국회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으로서도 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하고 속도를 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가 최순실 국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삼성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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