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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아닌 도박의 영역, 정치테마주의 세계

회사 대표가 반기문과 고향이 같아 테마주? 실제 연관성은 ‘글쎄’

2017.01.20(Fri) 17:43:07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다가왔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흔히 정치권과 주식시장을 별개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정치테마주’는 다르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 하나에 수백억, 수천억 원씩 오르고 내린다. 갤럽의 대선후보 지지율 정례조사 결과에도 상한가와 하한가가 오간다. 지난해 9월 상한가인 30%(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오른 기업 56곳 중 정치테마주가 23곳이나 됐다고 한다. 

 

정치테마주에 불이 붙는 시기는 총선·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나타났을 때다. 사실상 지금이 그 시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 유력 대선 주자 테마주로 분류된 주식들이 널뛰고 있다. 

 

정치테마주계의 전설로 불리는 이화공영도 2007년 대선을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날아올랐다. 이화공영은 4대강 테마주로 분류돼 4개월여 만에 약 2500% 올랐다. 지난 2007년 말 6만 7400원까지 뛰었던 주가는 현재 3350원에 불과하다. 

 

각 대선후보, 정치인마다 엮이는 정치테마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미국의 경우에도 테마주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각 정당의 정책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각 당의 정책 호재로 인해 민주당이 집권하면 보건·의료 계통 주식이, 공화당이 집권하면 군수산업, 금융회사 등이 상승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인과 학연, 지연, 혈연, 인맥 등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짙다. 

 

국내 정치인의 테마주로 분류된 주식을 보면, 해당 정치인과 연관성이 있을까 갸우뚱해지는데 이는 정책과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보는 본사가 문재인 전 대표의 고향인 부산 영도에 소재하고 있고 회장이 경남고 동문이라는 이유로, 국일신동은 손익국 경희대 동문이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여 있다. 포비스티엔티는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서갑원 전 의원이 참여정부 정무비서관을 역임했다는 경력으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다. 

 

물론 문 전 대표의 정책으로 인해 만들어진 테마주들도 있다. 문 전 대표가 출산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난임 시술을 지원한다고 하자 난임 부부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엠지메드가 크게 올랐다. 문 전 대표가 반값임대주택 정책으로 관악구에 땅이 있는 SG세계물산이나 연천에 땅을 보유한 씨아이테크가 상한가까지 올랐다. 

 

반기문 테마주의 경우 대장주는 보성파워텍이었다.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보성파워텍 부회장으로 재직했었기 때문이다. 반 전 부회장은 반 전 총장으로 인해 관심이 집중되자 지난 9월 사임했다. 보성파워텍은 약 1만 5000원까지 급등하다 사임 소식에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반토막 났다. 현재 보성파워텍은 4915원에 거래 중이다. 

 

반기문 테마주 중에서도 역시 인맥으로 인해 분류된 회사도 있다. 우진플라임은 대표이사가 반 전 총장의 고향 선후배 사이라는 이유로, 서원은 사외이사가 반 총장이 졸업한 하버드케네디스쿨의 한국총동문회장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실제 친분이 있는지, 친분이 있다해도 반 전 총장과 사업상 연관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정치테마주는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고 폭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면 엄청난 수익률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테마주만 전문적으로 하는 소위 ‘꾼’들도 있다. 엄청난 투자금으로 테마주를 매집해뒀다가 상상할 수 없는 수익률을 거두곤 한다. 이들은 투자 정보나 재무제표보다는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항시 체크한다. 향후 정치 이벤트가 무엇인지, 그로 인한 지지율 변화 예측을 정치평론가보다 더 잘 맞추곤 한다. 

 

과거 정치테마주 ‘큰손’으로 분류되는 한 주식투자자는 거래창에 A 주식을 띄워놓고는 “이 회사 공장이 아무개 대선주자 고향에 있기 때문에 테마로 묶였다”며 “테마주는 논리나 상식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다. 개미는 들어와 봤자 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가장 큰 판이다. 이때는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A 주식은 2015년 그 대선주자의 정치행보에 따라 2배 가까이 뛰거나 반토막나기도 하는 급변을 거듭했다. 현재 A 주식은 처음 봤던 그 가격과 비슷해져 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정치테마주는 투자의 영역이 아니다​. 100% 도박이다”라며 “정치테마주에 손대는 순간 전액을 날릴 수도 있다”며 투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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