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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물의 연예인 자숙 언제까지?' 기준과 제도가 필요하다

동료, 제작진, 방송사, 기획사까지 피해…극단적 폭로보다 당사자 조정 먼저, 민관 단체 필요

2025.12.24(Wed) 15:09:56

[비즈한국] 2013년  5월 29일 새벽 4시경 개그맨 유세윤은 경기 일산경찰서에 음주 운전을 했다며 자수했다. 음주 측정 결과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118%)이었다. 유세윤은 음주 상태로 신사역에서 3km가량 운전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고 운전면허는 취소되었다. 그는 3개월 자숙 기간 이후 tvN ‘SNL 코리아’에 복귀했다. tvN 신규 예능프로그램 ‘퍼펙트 싱어 VS’에도 출연했다. 

 

당시 그의 복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직 이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숙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예 방송에서 퇴출이 되어야 하는지, 아무도 기준을 말할 수 없었다. 형사사건이지만 자수를 했고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용인이 되었다. 만약 김호중과 같은 음주 운전 사례였다면 이 같은 복귀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우 조진웅의 소년원 보호감호처분 보도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일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방송 복귀 기준은 방송사마다 다르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형사사건 입건, 구속,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 등으로 방송 출연 제한 대상을 구분한다. 사안의 정도에 따라 출연섭외 자제 권고, 한시적 출연 규제, 방송출연 정지 등으로 적용한다. 출연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경우는 무혐의, 뚜렷한 개전의 정, 규제 이후 상당 기간 경과 등의 판단 기준이 있다. 당사자만이 아니라 제작부서의 요청이 있을 때 심사에 들어간다.

 

tvN과 같은 케이블 채널은 상대적으로 규정이 느슨하다. 다수 대중을 상대로 방영하는 지상파 채널과 달리 가입자를 중심으로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모두 방송에 복귀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다만 케이블 TV만 따로 기준을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채널이 국민에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글로벌 OTT 넷플릭스 등은 한국 방송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조진웅과 백종원 사례가 불거지면서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 콘텐츠의 노출 기준을 따져 묻는 논쟁이 다시 일었다. 이제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소속된 기획사나 단체는 물론이고 제작사, 방송사는 물론 동료 배우, 제작진에게도 타격을 준다. 나아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주주의 손해로 이어지고, 한류 열풍으로 좋아진 국가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유관기관, 문화 산업 기업과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특종 경쟁에 따른 터트리기식 보도는 사회 전체적으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하기 쉽다. 그 보도로 인해 되레 극단적인 결과가 빚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상파 방송 등은 엄격하게 운영되어야 하지만 그 외의 활동을 아예 막아서는 곤란하다. 생전의 김새론 배우는 이미 음주운전에 대해 충분히 처벌을 받았음에도 방송 출연이 아닌 영화 출연과 연극 공연까지 문제 삼았다. 

 

활동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며, 그것은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퇴출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기업들도 당연히 소비자 동향을 보고 자발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게 된다. 그것이 문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막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보도 전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 조진웅 배우의 경우, 소년원보호감호처분을 받았던 사실을 언론이 보도한 것은 과도했다. 관련 법에 의거해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물론 이미 처벌을 받은 사례를 새삼 드라마 신작 공개 전에 알리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이는 단순히 학교 폭력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학교 폭력 의혹도 이제는 언론에 폭로하기보다는 사전 조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폭력 피해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피해자 없는 폭로성 보도는 음해 행위를 통한 이익 추구행위로 규정해야 한다. 

 

지난 5월 김수현이 고 김새론과의 미성년 시절 교제 의혹을 부인한 기자회견에 취재진이 몰려든 모습. 갈등 당사자 간에 협상과 합의를 이끌 제도나 기관이 필요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개인 간의 갈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배우 김새론의 경우에는 배우 김수현과 확인 조정할 수단이 없어지면서 극단적인 채널에 폭로를 하는 바람에 사태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파국을 막고 양쪽의 협상과 합의를 이끌 제도나 매개 기관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은 이미지와 브랜드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해야 한다. 만약 원칙을 깨고 보도한 경우에는 그 매체의 보도 콘텐츠가 포털 등의 플랫폼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이 제도화는 민관이 결집된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인 물의(취향), 개인 간 다툼(논쟁), 도덕적 윤리적 쟁점, 민사적 쟁점, 형사법적 쟁점 등으로 구분해 단계별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히 의혹 제기만으로 활동이 중단되거나 권리, 계약의 행사 혹은 진행이 파기되는 것을 최대한 제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칭 ‘예술인중재조정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

 

이 위원회에서 보도 중지 결정을 내린다면 당사자들은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이에 응하지 않은 매체에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규정되어야 한다. 특히 소속사 등 예술인 개인 당사자들이 보호 장치가 없는 사례들에 특히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단지 이름과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이중 삼중의 처벌과 고통 속에 생존권과 생명권의 박탈은 물론이고 관련 산업 전체 구성원에게 발생하는 크나큰 피해와 고통을 이제는 최대한 줄이는 제도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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