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병주 MBK파트너스(MBK)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 회장으로서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MBK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각종 대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부장판사는 14일 김병주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앞서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김 회장 등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판사는 “사건의 피해 결과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소명 정도와 수사 경과를 고려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로 인한 구속의 필요성보다는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의 기회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주 회장과 MBK로서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여전히 김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홈플러스사태해결공동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망령이 되살아난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10만의 삶의 무게를 외면한 최악의 심판”이라며 “검찰은 즉시 영장 재청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병주 회장으로서는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홈플러스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 어려울뿐더러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그간 김병주 회장을 질타해왔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여론이 돌아서지 않으면 향후 김 회장의 모든 활동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MBK는 김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후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MBK는 “회생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결정을 감내해왔으며 앞으로도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MBK와 홈플러스는 향후 법적 절차에서도 사실 관계와 법리에 기초해 성실히 입장을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MBK의 의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홈플러스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부실 점포 정리, 인력 재배치, 3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등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때 국내 주요 유통 업체인 롯데쇼핑, GS리테일, 이마트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들 기업은 현재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 거론되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가는 7000억 원 수준이다. 최근 경기 불황을 감안했을 때 7000억 원의 투자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 매각가가 3300억 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거론되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몸값은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차이를 감안해도 너무 비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방법은 MBK가 손해를 감수하고 홈플러스 매각가를 대폭 낮추는 것이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MBK가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홈플러스를 매각하면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본다. MBK의 그간 행보로 보아 매각가를 대폭 낮출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부실 점포 정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14일 △문화점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 △전주완산점 △화성동탄점 △천안점 △조치원점 등 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직원을 다른 점포로 전환 배치하는 등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불안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점포가 대폭 줄어들었는데, 모든 직원의 고용을 보장할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서는 홈플러스가 점포를 추가로 정리할 것으로 내다본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사업부는 과거 대비 희망 매각가가 내려갔지만 국내 SSM의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쉽게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3000억 원 규모의 DIP 파이낸싱도 신규 채권자가 기존 채권자 대비 우선 변제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기존 채권단이 동의할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박상준 연구원은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홈플러스는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점포 폐점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부터 할인점 폐점 속도가 가팔라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자체적으로 실적을 회복하는 것도 현재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쿠팡의 경우 최근 각종 논란을 빚었지만 탄탄한 물류 거점을 갖고,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배송 서비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쿠팡의 경우에는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생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경쟁사인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비교해서 특별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쿠팡을 비롯한 다른 이커머스 업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면 그만한 투자가 필요한데, 현 분위기에서 거액의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끝내 해결이 되지 않으면 MBK가 손을 떼고, 홈플러스가 파산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기간산업을 하고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홈플러스가 없어도 국민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홈플러스의 실적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거액을 들여 인수할 업체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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