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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가르마 잘 타네" 한화 인적분할이 가져온 4가지 효과

사업 효율화 넘어 후계 구도 확정…삼남 김동선 독자 경영능력 '시험대'

2026.01.14(Wed) 22:17:23

[비즈한국] 한화가 인적 분할을 통해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떼어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효율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지만, 재계와 자본시장은 이를 단순한 구조조정 이상의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후계 구도의 명확화, 지배구조 완성, 주주가치 제고,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네 개의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형제의 난은 없다’ 경영권 분쟁 리스크 해소

 

이번 분할의 가장 큰 특징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선 부사장의 사업 영역을 구조적으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한화의 인적 분할은 사업 효율화 확인을 넘어 후계 구도 정비와 지배구조 안정화,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겨냥한 설계로 읽힌다. 사진=최준필 기자

 

김 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 등 대규모 자본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중후장대 산업’을 책임지는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그룹의 안정성과 국가 전략 산업과의 정합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읽힌다. 반면 김 부사장은 로보틱스, 푸드테크, 유통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경연(輕然) 자산’ 중심의 사업을 맡는다.

 

한화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형제간 역할 분담을 넘어 아예 겹칠 수 없는 트랙을 깔아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지분 구조나 실적 변동과 무관하게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4500억 원 자사주 소각… ‘자사주의 마법’을 포기한 승부수

 

자본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보통주 5.9%, 약 4562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다. 인적 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는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키우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한화는 이 논란의 여지를 선제적으로 제거했다. 이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호응을 넘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명확히 던진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부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할인 요인을 줄이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신설 법인을 이끌 김동선 부사장의 과제는 분명하다. 안정적 현금 창출과 미래 성장 스토리를 동시에 증명해야 한다는 일이다. 우선 한화비전이 글로벌 AI 보안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실적은 신설 법인의 재무적 버팀목 역할을 한다. 여기에 SK하이닉스 HBM 장비 수주로 기술력을 입증한 한화세미텍, 그리고 푸드테크·로보틱스를 담당하는 한화로보틱스가 성장 서사를 담당한다.

 

파이브가이즈 사업으로 소비자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감각을 보여준 김 부사장에게 남은 과제는 갤러리아의 실적 회복과 ‘첨단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의 결합’이라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숫자로 증명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로보틱스·푸드·유통 등을 담당할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비전의 현금 창출력과 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의 성장 스토리를 결합해 독자 경쟁력을 시험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지배구조의 열쇠가 된 ‘한화에너지’…관건은 신설 법인의 ‘수익성

 

이번 개편의 종착지는 결국 한화에너지다. FI(재무적투자자) 20%를 비롯해 김동관(50%), 김동원(20%), 김동선(10%) 삼형제가 지분 8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주)한화의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가 완성되면서, 한화는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단순·투명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다만 이번 인적분할을 둘러싼 장밋빛 해석만큼이나 잠재적 리스크와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인적분할 이후 두 법인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구조는 단기적으로 지배구조 안정성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식 맞교환·지분 이동 가능성이라는 불확실성을 남긴다.

 

만약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김동관 부회장이 신설 법인 지분을 매각해 존속 법인 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주주 입장에서는 지배력 강화 과정에서의 이해 충돌을 다시 검증해야 하는 국면이 올 수 있다. ‘지금은 공정해 보이지만, 다음 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신설 법인의 사업 구조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한화비전이라는 안정적 현금 창출원이 존재하지만, 로보틱스·푸드테크·유통 등은 여전히 투자 회수 시점이 불확실한 영역이다. 특히 한화갤러리아와 라이프 부문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시장이 이번 분할을 ‘계열 분리의 시작’으로 해석하는 배경에는 이런 사업 성격의 차이도 깔려 있다. 결국 이번 인적분할이 복합기업 할인 해소라는 목표를 온전히 달성하려면, 구조 변화 자체보다 신설 법인이 독립적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적분할은 한화가 후계 구도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정리한 조치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인적분할 이후 지분 이동 가능성과 신설 법인의 사업 성과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시장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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