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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구독자 50만 ‘피아노 치는 남자들​’ 정인서 대표

3개월 만에 사업 망하자, 취미였던 페이스북은 대박을 터뜨렸다

2017.03.03(Fri) 13:50:49

[비즈한국]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한창 공부할 나이, 학교를 중퇴하고 창업에 도전했다. 3개월이 안 돼 망했다. 절망적인 순간 취미로 만든 ‘피아노 치는 남자들(피치남)​’이란 페이스북 페이지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본업이 망하는 동안 피치남은 3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부업으로 시작한 피치남은 곧 ‘마음만은 피아니스트’란 의미를 담은 마피아컴퍼니로 진화했다. 정인서 마피아컴퍼니 대표 이야기다. 

 

그는 매일 잠들기 직전까지 커뮤니티 운영, 회사 방향 등을 고민한다. 그런 치열함 덕분인지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매우 빠르게 성장해 월 매출 5000만 원에 근접했다. 지난 2월 28일 정 대표를 양재동 마피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인서 마피아컴퍼니 대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자퇴생이다. ‘나 쇼핑몰 할 거예요’라면서 자퇴를 했다. 그때는 마피아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하게 될 줄도 몰랐다. 하고 싶었던 것은 남자 옷 쇼핑몰, 그게 다였다.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걱정을 했지만 내 고집을 아무도 못 꺾었다. 아르바이트로 인터넷 쇼핑몰 시작할 정도로 모았고 인천에서 옷 쇼핑몰을 시작했다. 3개월 조금 안 됐을 때 망했다. ‘뉴스에서나 보던 망한 가게가 나에게도 현실로 다가오는구나’ 싶었다. 다른 한 명과 동업을 했는데 결국 정리하게 됐다.” 

 

―마피아컴퍼니로 어떻게 전환됐나.  

“마피아는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 없이 시작했다. 내 피아노 영상을 알리고 싶어서 ​4년 전 ​시작했던 개인의 탐욕이 담긴 페이지였다. 내 영상도 올리고 사람들이 올려달라고 요청한 영상도 올려주는 취미활동이었다. 다른 일을 하다 망하는 과정에서 보니깐 어느새 구독자가 36만 명이 됐다. 36만 명과 페이스북 안에서 노는 것은 한계가 많았다. 나만 글을 올릴 수 있고 댓글도 일회성이었다.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았나, 이 사람들과 재밌는 것을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커뮤니티 사이트가 자동차, IT, 음식 등 ​분야별로 많다.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은데 피아노 사이트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내 역량이 부족해 다른 3명과 공동 창업을 했다. 그렇게 마피아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생각만큼 사람들이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 사이트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던 시점이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었다. 모든 게 불명확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 일인지 틀린 일인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두렵기도 했다. 그때 ‘이번 달까지 어떤 것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최선을 다했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현재 어떤 사업을 전개하고 있나.

“운영하는 채널로는 ‘피아노 치는 남자들’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가장 크다. 또 ‘마음만은 피아니스트’라는 국내에서 가장 큰 피아노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피아노 치는 사람들은 악보가 필요하다. 악보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저작권이 있는 것들은 유료 판매도 한다. 피아노를 살 시기가 왔을 때 피아노를 판매하고 조율이 필요할 땐 조율사 아저씨도 보내준다. 피아노 비전공자로서 즐길 수 있는 피아노 공연은 많지 않아 직접 공연을 제작하기도 한다. 사업 부문은 다양하지만 하나로 명확하게 말하자면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한다’이다.”

 

―매니지먼트 사업도 한다고 들었다.

“주위에 피아니스트를 물어보면 이루마 씨를 말하더라. 우리는 이루마 씨만큼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알릴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장소를 제공한다. 이런 아티스트들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도록 하는 마음이다. 현재는 제이엠(JayM) 피아니스트, 심재윤 피아니스트, 하은지 작곡가와 함께하고 있다.” 

 

피아노 전공 지망생이었던 시절이 정 대표를 피아노 분야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사진=박정훈 기자


―다른 악기가 아니라 왜 피아노인가. 

“내가 전공 지망생으로서 피아노를 오래 쳤다. 다른 악기보다 피아노 하나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이해도도 있고 연주도 많이 하고 있다. 다른 악기는 시도해 봤는데 내가 연주를 못하기 때문에 이해도도 떨어지고 모르는 부분도 많았다. 처음 시작할 때 피아노 한 분야만 일단 열심히 하자고 했다.”

 

―비슷한 또래와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후회는 없나.

“확실히 주변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안 부럽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일 수도 있다. 후회는 전혀 안한다.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이용해 주고 좋아해주는 모습에 동기부여가 되고 더 열심히 후회 없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일을 한다. 잠자리에 누워 눈 감기 전까지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할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고민을 해야 피아노 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 그리고 좋은 음악을 제공할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상은 무엇인가. 

“일반인이 길거리에서 굉장한 난이도의 피아노곡을 치는 동영상이 약 18만 좋아요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반응은 따로 있다. 피아노 학원에 가면 한 번 연습할 때마다 색칠해야 하는 과일 모양 진도표가 있다. 피아노 치는 사람들은 다 이 표가 있다. 이걸 보면서 ‘어떻게 하면 콘텐츠화 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 진도표 사진을 올리면서 ‘아마 이때부터였어요. 제가 거짓말을 시작한 게’라고 썼다. 6살 때부터 연습은 안하고 색칠만 하는 거짓말을 밥 먹듯 했다. 이 사진이 좋아요 10만이 넘었다. 그때 ‘나만 거짓말 한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피아노 치는 남자들’ 페이지에서 좋아요 10만을 받은 연습 진도표.


―주위에서 스타트업하겠다고 하면 뭐라고 하겠나.

“섣불리 그 친구한테 ‘하라, 마라’는 못할 것 같다. 만약에 한다면 ‘너 이제 큰일났다’고 얘기해줄 순 있다. 조언해줄 입장은 아니지만 마피아처럼 회원이 있는 사업을 한다면 ‘철저하게 회원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된다’고 하겠다. 돈을 벌고 싶어서, 돈을 벌어야 유지가 되는 것은 맞지만 내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 어떻게든 회원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회원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우리의 회원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

“고민거리는 늘 있다. 그 중에서도 자주 드러나는 것은 수익 문제다. 계속해서 좋은 혜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수익이 필요하다.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업종과 무관한 구글 배너 광고를 한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업종과 무관하더라도 구글 배너 광고를 달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구글 배너 광고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수익을 이유로 ​피아노와 무관한 광고를 달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더라도 피아노 관련 광고만 한다. 다른 부분을 수익화할 때도 최고의 가격, 제품이 아니면 제공하지 않는다. 원칙 때문에 수익을 더 적게 벌 수 있다. 돈을 못 번다고 해도 우리를 믿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의 트래픽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

 

―광고 외에 또 다른 원칙이 있다면. 

“정직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활동하는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운영자도 볼 수 없도록 애초에 만들어 놨다. 개인정보, 회원 이름, 활동 내역, 접속 내역, 결제 내역 등 대개 운영진들이 조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정보를 볼 수 없다. 운영진이라도 익명으로 작성한 사람을 알게 되면 그 게시글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익명게시판에서는 관리자도 누군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해야 정직한 커뮤니티가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피아노 치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경험들, 시간들을 제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마음만은 피아니스트’에서 나아가 세계적으로 ‘마음만은 피아니스트’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 케이팝이 세계로 진출하듯 케이(K·한국)클래식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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