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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버릴 때' 빛나는 대통령

에너지를 버릴 때 빛이 난다…이제 그런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2017.04.27(Thu) 12:23:11

[비즈한국] 빛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그런데 빛은 언제 날까? 에너지를 받을 때인가, 에너지를 버릴 때인가. 이 질문에 에너지를 받을 때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오해다. 에너지를 버릴 때 빛이 난다.

 

태양에서 빛이 난다는 것은 태양의 질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즉 태양에서 빛이 날 때는 더 많은 것을 가져서가 아니라 자기의 것을 버리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은 끝내 이 사실을 모르고 돌아가셨지만 원자는 거의 허공과 같다. 수소 원자를 축구경기장 크기로 확대하면 원자의 질량을 거의 차지하는 핵은 센터서클 한가운데 앉아 있는 무당벌레쯤 된다. 축구장의 나머지 면적은 전자를 위한 공간이다. 수소 원자에서는 전자 하나가 그 커다란 운동장을 휘젓고 다니는 셈이다. 그런데 전자는 아무 곳이나 다니지 않는다. 핵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껍질 위를 다니는데 핵에서 멀수록 에너지가 높다.

 

가장 낮은 층의 전자껍질에 있는 전자는 바닥상태다. 물론 전자는 바닥상태를 가장 좋아한다. 안정적이니까. 바닥상태에 있던 전자가 에너지를 받으면 높은 층의 전자껍질로 튀어 오른다. 이때 전자는 들뜬상태다. 들뜬상태에 있던 전자가 바닥상태로 떨어질 때 그 차이만큼의 에너지가 원자 바깥으로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빛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2층 암석 코너에 있는 형광암석의 영묘한 초록빛이나 아이들 방 천장에 붙여주는 야광별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바닥상태에 있던 전자를 들뜬상태로 올려주는 에너지의 근원은 별이다. 우리의 별은 바로 태양. 그렇다면 태양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태양은 대부분 수소 원자핵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소 원자핵 네 개가 융합되면 헬륨 원자핵이 된다. 이때 아주 적은 양의 질량이 사라지는데 이 질량이 태양에서 방출되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다. 

 

E=mc2이라는 공식이 의미하는 바는 모를지라도 이 공식을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은 없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사라진 질량, 그리고 c는 빛의 속도다. 빛은 1초만 30만 킬로미터를 날아간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돌고, 달까지 가는 데 1.2초밖에 안 걸린다. 빛의 속도(c)가 워낙 크다 보니 아주 작은 질량(m)이 사라질지라도 발생하는 에너지(E)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태양에서 빛이 난다는 것은 태양의 질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즉 태양에서 빛이 날 때는 더 많은 것을 가져서가 아니라 자기의 것을 버리기 때문이다. 태양이 빛을 내기 위해 질량을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질량을 버렸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이다. 태양은 위대하다. 우리 입에서 태양을 찬양하는 노래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도 이제 빛나는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지난 25일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세상에 영원히 빛나는 것은 없다. 태양의 나이는 약 50억 살. 앞으로 수명이 50억 년쯤 남았다. 태양 같은 별이 수축하거나 팽창하지 않고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는 까닭은 태양 안에서 두 개의 힘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별의 내부에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 별의 내부 온도가 올라가므로 기체의 압력이 커지고, 바깥으로 팽창하는 힘이 작용한다. 또한 별을 구성하는 기체들은 중심 방향으로 수축하려는 중력이 작용한다. 중력과 기체압의 균형으로 별은 일정한 크기를 유지한다.

 

별이 가지고 있던 수소가 대부분 헬륨으로 융합되고 나면 별의 중력 수축에 대항하는 기체압도 줄어든다. 따라서 별의 중심부는 급격히 함몰하며, 반대로 별의 겉껍질은 1000배 정도 증가하면서 차가운 별이 된다. 별이 적색거성, 즉 붉은색의 커다란 별이 되는 것이다. 

 

적색거성이 된 태양은 수성과 금성 그리고 지구를 삼켜버린다. 우리에게 빛을 주는 게 아니라 우리를 삼켜버린다. 우리가 더 이상 태양을 찬양할 이유가 없어진다. 적색거성이 되어 지구까지 삼킨 태양은 결국에는 다시 오그라들어서 백색왜성, 즉 하얀색의 작은 별이 된다. 

 

태양은 평범한 별이다. 태양보다 훨씬 커다란 별들은 태양과는 다른 경로를 겪는다. 그들은 적색거성이 될 때도 훨씬 크게 된다. 이것을 초적색거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초적색거성은 결국에는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이 굳이 검정색 구멍은 아니지만 우리가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우리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기만 할 뿐 아무 것도 내놓지 않는다. 빛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빛마저 빨아들인다. 빛은 빨아들이고 커질 때 나오는 게 아니라 버리고 작아질 때 나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자가 빛을 내는 것이나 세상에서 가장 큰 별이 빛을 내는 것이나 원리는 똑같다. 에너지를 버릴 때 빛난다. 자기의 것을 버리고 작아질 때 빛난다. 빛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이 말은 버리고 작아지는 것들이 아름답다는 말과 같다.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모든 후보들은 저마다의 빛이 난다. 당연하다. 빛이 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리가 만무하니까 말이다. 각 선거캠프는 인재를 열심히 영입하고 있다. 영입되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정신이 없을 정도다. 도대체 저 사람이 저 캠프에 어울리기나 하는지 의아한 경우도 많다. 캠프가 커질수록 후보의 빛은 퇴색한다. 

 

대통령선거운동 기간이 이제 채 두 주도 남지 않았다. 빛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싶다. 더 낮아지고 더 많이 버리시기를 바란다. 우리도 이제 빛나는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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