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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은 허구다” 차재국 토탈임팩트 부사장 인터뷰

현대카드, JTBC, 하남스타필드 BI 뒷얘기…"좋은 BI는 좋은 기업에서 나와"

2017.06.15(Thu) 19:10:49

[비즈한국] 한 시대를 풍미한 기업이나 기업의 상품 혹은 서비스는 무의식적으로 뭔가 딱 떠오르는 것이 있다. 상표, 모양, 포장, 색상, 글꼴, 어쩌면 한 줄의 문장일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다.

현대 비즈니스에서 BI의 중요성은 굳이 따로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는 BI를 구축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성공한 기업은 일관된 BI 전략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펼친다. 제대로 만들어진 BI는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나아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인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정체성은 BI 전문가에 의해 치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다. 현대카드를 비롯해 SK텔레콤, JTBC, 최근에는 하남스타필드까지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차재국 토탈임팩트 부사장도 이러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지난 20년간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책을 냈다. 지난 12일 ‘비즈한국’이 차 부사장을 직접 만나 책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주요 프로젝트에 숨은 이야기와 BI의 본질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 BI에도 숙성이 필요하다

현대카드 BI는 이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과제로 만나게 되는 유명한 성공 사례다. 일관된 서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련된 카드 디자인은 현대카드를 발급받지 않은 사람조차 알아볼 정도. 이러한 고유의 서체를 바탕으로 알파벳 한 글자로 정리되는 독특한 카드 분류법 역시 많은 화제를 낳았다.

현대카드 서체로도 잘 알려진 ‘유앤아이체’가 바로 차 부사장이 몸담고 있는 토탈임팩트의 대표작이다. 서체 이외에도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현대카드와 협업하며 현대카드 BI 구축을 무려 10년간 도맡아왔다. 당시만 해도 카드업계 후발 주자였던 현대카드는 이 같은 참신한 디자인 전략을 통해 업계 상위권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차재국 토탈임팩트 부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오영식 대표와 함께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줄곧 회사를 이끌어왔다. 사진=박정훈 기자


“브랜드에 맞는 서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꾸준히 일관된 규칙을 가지고 활용하는가입니다. 유앤아이체는 용도가 점차 늘어나면서 다소 수정은 됐어도, 지금까지 여전히 꾸준히 사용된다는 것 자체가 진짜 성공요인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BI 전략을 세워도 대표나 실무 임원이 바뀌면 무턱대고 핵심 BI부터 바꾸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바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실패 요인이 되는 거죠.”

참고할 만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은 새로운 서비스 브랜드 ‘T’ 론칭과 함께 만든 ‘뫼비우스체’다. 뫼비우스체 역시 토탈임팩트 작품.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이 ‘T’ 로고는 기억해도 글씨체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유가 뭘까.

“SK텔레콤이 서체를 너무 빨리 풀었어요.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허락한 겁니다. 공익적인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결국 서체를 봐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기업이 만든 전용 서체는 좀 더 배타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의 말마따나 뫼비우스체는 순식간에 많은 곳으로 퍼져나갔다. 방송은 물론 각종 광고와 심지어 순댓국밥집, 치킨집 간판으로도 사용됐다. 차라리 대중에게는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이름표 글씨체로 더 익숙하다. 

# 결정권자의 취향도 실력이다

“올바른 BI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나 상품을 전문가 수준으로 학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합니다. 즉,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BI를 만드는 첫 번째 단계죠.”

차재국 부사장은 JTBC BI 프로젝트 전 수많은 ‘중앙일보’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현재 JTBC는 타 종편 대비 보도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개국 당시만 해도 중앙미디어그룹 산하 많은 매거진과 케이블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채널로 방향을 잡아가던 상황. 

그래서 만들어진 최초의 슬로건이 ‘즐거움에 물들다(Coloring your world)’였다. 현재는 이를 다소 변형해 ‘다채로운 즐거움’을 슬로건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슬로건을 시각화한 것이 바로 현재 풍부한 색상을 가진 JTBC 로고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BI 작업을 할 때 ‘그러데이션’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표현이 어렵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토탈임팩트 내부에서도 많은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에서만큼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안에 포함됐다. 결국 선택은 JTBC의 최종 결정권자인 홍석현 회장이 했다. JTBC의 풍부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의 그러데이션 로고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처럼 프로젝트 외주를 하다보면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내도 결국 일을 의뢰한 기업을 설득하지 못하면 전부 폐기되고 만다. 그래서 차 부사장은 하남스타필드 로고 프로젝트를 맡게 된 이후 한 가지 묘안을 냈다. 신세계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어렵사리 정용진 부회장의 집무실 인테리어 콘셉트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이다. 최종 결정권자인 정 부회장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실무 선에서는 6개의 로고가 논의됐지만 결국 최종안으로 취향이 반영된 로고와 그렇지 않은 로고 두 가지가 정 부회장에게 보고됐다. 역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 디자인보다 본질이 먼저다

현대카드의 성공은 ‘디자인 경영’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 이제 대기업 치고 전용서체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 하지만 차 부사장은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훌륭한 디자인이 기업이나 상품이 가진 매력을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 그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믿음에서다. 화장을 아무리 잘해도 얼굴 형태를 바꿀 수는 없는 셈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디자인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안목까지 같이 올라간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맡겨놓고 정작 본인들의 의견을 수용하기 바라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심지어 다른 전문가를 불러 최종의견을 다시 수렴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집니다.”

차 부사장은 훌륭한 가치와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BI를 맡게 되면 그 결과물도 잘 나오는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실패한 이력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금전에 의해 맺어지는 갑과 을의 수동적인 관계로는 결코 양쪽 모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차 부사장의 지론이다. 특히 기업의 정체성을 다루는 BI 작업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프로젝트가 탐이 나도 최소한 기업의 경쟁력이나 도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으면 일을 안 맡으려고 합니다. 과연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이 간판을 바꾸고 인테리어를 한다고 해서 과연 손님이 많아질까요? 음식이 맛이 없는데….”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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