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루센트블록이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의 예비인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기술 탈취와 불공정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루센트블록은 1월 12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는 여러 증권사와 손잡고 예비인가에 도전했는데, 인가 선정 대상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투자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시장에서 버텨온 루센트블록이 인가 탈락으로 퇴출 위기에 놓이면서 호소 내용에 눈길이 쏠린다.
2018년 설립한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회사다. 2021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을 해왔다. 소유에서는 고가의 상업용 부동산을 수익증권화해 지분을 나눠 주식처럼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는 보유한 지분만큼 매달 배당금을 받거나 건물을 매각해 차익을 얻는다. 루센트블록은 소유를 통해 서울 안국의 다운타우너, 수원행국 뉴스뮤지엄 등 11개 부동산 공모를 진행했다.
루센트블록은 2025년 9월 신탁수익증권 유통 관련 투자중개업 인가 취득에 뛰어들었다. 금융위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운영을 위한 신규 인가 운영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이는 샌드박스로 운영하던 기존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방안이었다. 금융위는 당시 유동성 분산을 고려해 최대 2개 업체만 인가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루센트블록은 예비인가 발표(1월 14일)를 앞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가 과정에서 △기득권 특혜 △불공정한 인가 절차 △기술 탈취 등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제도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행정처리와 기득권 중심의 시장 재편이 법안 취지와 완전히 상충하며, 루센트블록을 시장에서 퇴출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일부 언론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심의에서 한국거래소(KDX)와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를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루센트블록은 공적 성격을 가진 기관과 스타트업의 경쟁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넥스트레이드는 34개 증권사, 금융지주, IT 기업이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다. 다만 금융위는 예비인가 결과 보도와 관련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사항은 확정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를 신청한 업체는 △KDX △NXT 컨소시엄 △루센트블록 세 곳이다. KDX는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최대주주는 키움증권·교보생명·카카오페이증권 등 금융사다. NXT 컨소시엄은 넥스트레이드가 주도하며 뮤직카우·신한투자증권·아이앤에프컨설팅·유진투자증권·하나증권·한양증권 등이 참여했다. 루센트블록은 한국사우스폴벤처투자펀드3호, 하나비욘드파이낸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의 기술 탈취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해 넥스트레이드가 인가 신청을 앞두고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루센트블록의 재무정보·주주 명부·사업계획·핵심 기술 자료 등의 민감한 내부 정보를 가져간 뒤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당시 넥스트레이드는 “기밀 자료로 간주할 내용은 없었다. 사업 현황 내용은 회사 개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자료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인가 신청을 둘러싼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2025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성을 가진 넥스트레이드가 스타트업 아이디어와 자료를 바탕으로 경쟁자로 나서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한국거래소가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가를 받는 것은 구단주가 선수로 직접 뛰는 것과 같다. 공공성을 가진 기관이 스타트업 시장에 진입해 주도권을 빼앗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루센트블록은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그 사건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당국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은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다했지만 이후 한 번도 소통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루센트블록은 KDX와 NXT 컨소시엄을 사업활동 방해, 기업결합 신고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허세영 대표는 “대규모 법인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인가 신청 전 기업 결합이 가능한지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KDX와 NXT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예비인가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사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루센트블록 측은 “4년간 무사고로 플랫폼을 운영했음에도 실제 사업 성과가 없는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기술력 및 안정성 항목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심사 기준이 실증 데이터가 아닌 기관 지위와 형식적 요건을 우선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인가 탈락이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이번 사안은 스타트업이 하던 사업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을 퇴출하고 기득권이 차지한 것”이라며 “법안의 취지대로 혁신을 시도한 사업자의 배타적 운영권 등 보호 장치를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배타적 운영권이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가 정식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해 인·허가를 받는 경우, 시장 안착을 위해 우선권을 주는 제도를 뜻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인가 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혁신법상 배타적 운영권 등을 고려해 혁신금융사업자의 인가 심사를 우선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루센트블록은 이번 인가 결과에 사업 존폐가 달린 만큼 재심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허세영 대표는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금융혁신법의 원칙에 맞게 평가해달라는 것”이라며 “인가를 받지 못하면 50만 이용자와 주주의 권익이 침해된다. 13일 밤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해 억울함과 제도의 모순을 알리겠다”고 호소했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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