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서 탈퇴한 포스코 노동조합의 기업별 노조 전환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약 2년 7개월간 이어진 법적 분쟁이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노동 운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다른 사업장의 금속노조 추가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지난 8일 원고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등이 피고 포스코자주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결의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2023년 6월 대의원대회를 열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직형태 변경 안건을 의결해 포스코자주노조 설립을 신고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이를 수리했지만, 금속노조는 이를 주도한 포스코 노조 임원을 징계하고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해 제동을 걸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포스코 노조의 홀로서기를 확정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개별 기업 노조가 산별노조를 이탈할 때 참고할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본다.
금속노조는 그동안 ‘지회는 독자적 노조가 아니어서 탈퇴 권한이 없다’거나 ‘전체 조합원 총회가 아닌 대의원회 의결은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포스코 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이 정한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절차적,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의결 당시 포스코지회가 자체 규약(포스코지회 규칙)과 대의원선거관리세칙, 조합원관리세칙, 회계관리세칙 등 단체로서 구성 및 운영하기 위한 독자 규약을 갖추고 있었기에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의 실질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비법인사단으로서 노동조합법상 조직형태의 변경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가장 큰 쟁점이던 대의원회 의결 효력이 폭넓게 인정된 것은 향후 산별노조 탈퇴에 불씨를 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천, 수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대형 사업장의 경우 총회를 소집해 일일이 의견을 묻기에는 물리적, 절차적 부담이 있는데 대의원회와 같은 노조 지도부의 결단으로 산별노조를 탈퇴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노조 조직형태 변경 사항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서도 규약으로 대의원회가 총회를 갈음할 수 있다고 정했다면 대의원회가 조직형태 변경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금속노조가 결의 당시 재적 대의원 수가 4명뿐이라는 점을 들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체 대의원 9명 중 5명이 사퇴한 상황에서 4명의 대의원이 출석해 3명이 찬성했으므로 노동조합법과 포스코지회 규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산별노조의 영향력 약화는 최근 들어 MZ세대가 노동현장의 주류가 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산별노조가 내세우는 ‘노동 해방’이나 ‘정치적 목적’ 등의 거대 담론보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 우리 사업장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더 관심이 크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을 탈퇴한 노조들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 합류하거나 연대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포스코지회만 해도 매달 조합원 1명이 내는 조합비 3만 원 중 일반회계로 산입하는 2만 원의 48%를 금속노조에 교부금으로 납부해왔다. 이제 금속노조로 보내던 교부금을 온전히 포스코노조가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직원 복지와 쟁의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 이미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은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제조·건설 등 다른 산업군의 대형 노조들도 탈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금속노조 측은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금속노조는 12일 입장문에서 “지도자 몇 명이 아니라 조합원의 총의로 노동조합이 운영돼야 민주노조라 할 것”이라면서 “조합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뿐더러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조직형태 변경을 받아들인 대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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