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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마니아를 위한 채식 버거, 임파서블 푸드

가축산업 폐해 고민 끝에 순식물성 '임파서블 버거' 탄생…맛, 식감, 냄새까지 똑같아

2017.06.20(Tue) 13:45:00

[비즈한국] 왜 맛있는 음식은 몸에 나쁜 걸까? 맛있으면서 몸에도 좋은 음식은 없을까?

 

이런 푸념도 옛말이 될 날이 머잖았다. 건강에 해롭다는 패스트푸드, 그 가운데서도 주범으로 꼽히는 햄버거를 아주 건강하게 먹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햄버거의 맛을 좌우하는 육즙 가득한 쇠고기 패티 없이 말이다. 고기 없이도 고기 맛을 내는 ‘베지 버거’인 ‘임파서블 버거’ 얘기다. 

 

임파서블 버거는 쇠고기 패티가 아니라 순식물성 패티로 만든다. 사진=임파서블 푸드


임파서블 버거의 탄생은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고 있는 산업인 ‘푸드테크’와 맞닿아 있다. 푸드테크의 키워드는 바로 ‘건강한 음식’, 그리고 ‘친환경’이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을 중심으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는 푸드테크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업체가 바로 임파서블 버거를 만든 ‘임파서블 푸드’이다. ​

 

현재 빌 게이츠를 비롯해 구글, 코슬라 벤처스, 바이킹글로벌인베스터스 등이 투자한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처음 설립됐다. 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릭 브라운 스탠포드대 분자생물학 교수는 평소 가축산업의 심각성과 위해성을 깊이 고민했었다. 2015년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모든 사람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자원을 고갈하지 않으면서도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보다 많은 선택권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임파서블 푸드 창업자이자 CEO인 패트릭 브라운. 사진=임파서블 푸드

‘더 좋은 방법으로 고기 만들기(Making meat a better way)’를 위한 브라운의 노력은 2009년 처음 시작됐다. 18개월의 안식년 기간에 그는 오로지 가축 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몰했다. 특히 소, 돼지 등의 도축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심각하게 여겼다. 토양 오염, 물 부족,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오염 문제가 특히 그랬다. 브라운은 “가축 산업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파괴범이다”라고 우려했다.​

 

고민 끝에 그는 2011년 강단을 떠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장에서 쇠고기와 경쟁할 가짜 고기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곧이어 임파서블 푸드를 설립한 그는 3년 동안 80여 명의 연구팀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 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6년, 100% 식물성인 ‘맛있는’ 인공 패티가 세상에 나왔다. 

 

인공 패티는 밀, 감자 전분, 코코넛 오일, 두부, 채소, 콩 등 순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서 만들어 콜레스테롤 걱정이 없고, 항생제나 합성호르몬 걱정도 없다. 영양도 쇠고기보다 우수하다. 같은 크기의 쇠고기 패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은 더 높고, 지방은 적으며, 칼로리도 낮다. 물론 가격도 더 저렴하다. 생김새도 진짜 쇠고기와 거의 흡사하다. 숯불에 구운 듯 탄 자국도 있으며, 식감도 쇠고기를 씹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심지어 냄새도 비슷하고,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지글거리는 소리까지 똑같다. 

 

그럼 맛은 어떨까. 놀랍게도 실제 먹어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맛있다!” “진짜 고기를 대체하기에 충분하다!” 육식주의자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채식주의자 버거와는 분명 다르다. 이에 대해 브라운은 “우리의 목표는 고기 마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파서블 버거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쇠고기로 만든 패티보다 토양은 95%, 물은 74% 덜 사용하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87% 더 적다. 소를 도축하지 않기 때문에 구제역이나 광우병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임파서블 버거는 고기 특유의 붉은색을 내는 헴 단백질을 식물에서 추출해 고기의 맛, 식감, 냄새까지 고스란히 재현했다. 사진=임파서블 푸드


인공 패티는 ‘과학으로 만든 고기’다. 가장 먼저 쇠고기를 분자 수준으로 쪼갠 후 분석하는 것이 첫걸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된 것은 고기 특유의 붉은색을 내는 단백질 성분인 ‘헴(유기철분)’이었다. 헴 단백질은 동물의 근육에 특히 풍부하며, 고기 맛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라운은 바로 이 헴 단백질에 주목했다.

 

천연 식물에도 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브라운은 식물에서 헴을 추출해 사용했다. 소기름은 코코넛 오일로 대체했고, 여기에 밀가루와 감자 전분을 섞어 고기를 구웠을 때처럼 표면이 바삭해지는 효과를 냈다. 특히 코코넛 오일은 열을 가하기 전에는 굳어 있다가 불에 구우면 쇠고기 지방처럼 녹아내리는 성질이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브라운은 “우리 버거 속의 모든 분자는 자연에서 얻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2016년 여름, 뉴욕의 ‘모모푸쿠 니시’에서 임파서블 버거가 개시된다는 소식에 첫날부터 레스토랑 앞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한국계 셰프인 데이비드 장이 운영하는 모모푸쿠 니시에서 판매되는 임파서블 버거의 가격은 12달러(약 1만 3000원). 당시 이 혁신적인 ‘피 흘리는 채식 버거’를 맛보기 위해 뉴요커들은 식당 앞에 긴 줄을 섰다.  ​

 

 

현재 임파서블 푸드의 가짜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은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등 미국 내에 8곳 있다. 소규모 생산만 가능했던 인공 패티는 지난 2017년 3월 오클랜드에 공장을 확충하면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졌다. 매달 450톤가량의 인공 패티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앞으로는 더 많은 식당에서 임파서블 푸드를 맛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임파서블 푸드의 다음 목표는 인공 스테이크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유제품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고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차 있는 브라운은 앞으로는 진짜 고기보다 더 맛있는 가짜 고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슈퍼마켓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식료품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그의 바람이 실현된다면, 앞으로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착한 고기를 먹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김민주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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