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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문으로 본 김광석 본가와 부인 서해순 갈등의 진실

'반전에 반전' 소송…서해순 씨 모호한 태도로 의혹 커지기만 해

2017.09.28(Thu) 15:38:38

[비즈한국] 경찰이 가수 고 김광석 씨의 딸 서연 양 사망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김광석 씨 본가 쪽과 아내 서해순 씨의 말이 엇갈리는 데다, 사실관계나 입증자료 등은 나오지 않은 채 의혹만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비즈한국’은 김 씨 본가와 서 씨 측이 벌인 소송 판결문을 분석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비교했다.  

 

가수 고 김광석.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2일, 김광석 씨의 형 김광복 씨가 제수 서해순 씨를 유기치사와 소송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 씨는 장애를 가지고 있던 딸 김서연 양의 폐질환을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만들었고, 김광석 본가와의 저작권 소송 과정에서 서연 양의 죽음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27일 고발인 김광복 씨를 조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그간의 의혹은 김광석 씨 사후 저작권 등을 두고 김 씨 본가와 서 씨가 벌인 법정 다툼에서 시작됐다. 21년째 논란이 지속된 만큼, 이번 수사로 논란이 해소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 김광석 씨와 딸 서연 양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의 핵심은 ‘저작권 수익’에 있기 때문이다. 

소송은 크게 세 가지다. 한 사건은 양측이 합의약정을 맺으면서 종료됐고, 두 사건은 치열한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판단이 내려졌다. 

# ‘반전에 반전’ 김광석 음반 저작권 소송

김광석 본가와 서해순 씨의 첫 법정 다툼은 김광석 씨가 숨진 직후 시작됐다. 이 재판의 쟁점은 다른 소송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법원 등의 판결문을 종합하면, 김광석 씨는 사망 전 킹레코드(현 신나라레코드)와 음반을 제작할 때 계약자를 아버지 김수영 씨를 지정했다. 음반은 총 4개로,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I·Ⅱ’와 ‘김광석 3·4집’이다. 아버지 김 씨가 김광석으로부터 넘겨받은 권리는 4개 음반에 대한 저작인접권으로, 가수 등 실연자가 공연 녹음‧녹화와 관련해 갖는 권리다. 계약에 따라 이들 음반의 수익금은 모두 아버지 김 씨에게 돌아갔다. 

1996년 1월 6일 김광석 씨 사망 후 3개월 뒤인 4월 15일, 서해순 씨는 이 저작권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 씨는 김광석의 상속인으로서 저작 권리에 대한 상속권도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은 재판부의 화해 권유로 1996년 6월 26일 양측이 합의서를 쓰고 소송을 취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작성된 합의서를 옮기면, △서해순은 김수영이 4개 음반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김수영이 사망하면 김서연(김광석의 딸)에게 양도된다 △김수영은 향후 제작할 라이브 음반에 한해 서해순에게 모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음반 제작 및 판매에 협력한다 △4개 음반과 라이브 음반을 제외한 향후 제작할 김광석 음반의 계약은 서해순과 김수영이 합의해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만히 합의로 보이지만, 합의서는 이후 다른 법적 다툼의 원인이 된다. 문제는 셋째 항목. 서해순 씨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개 음반을 단독으로 제작·발매했는데, 김수영 씨는 2003년 서 씨와 서 씨가 대표로 있는 음반 제작사, 배포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과 저작권법 위반죄로 소송을 제기했다. 합의사항을 어겼다는 주장이었다. 

소송 중이던 2004년 10월 8일 ​김수영 씨가 ​사망하자 김광석 씨의 어머니와 형 김광복 씨가 소송을 이어 받았다. 이들은 2005년 4월 20일 자신들이 모든 저작권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서해순 씨와 서연 양에 대해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소송과 저작권 소유에 대한 소송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된 셈이다. 

2003년 김수영 씨가 제기한 소송은 2005년 김광석 씨 어머니와 형 광복 씨가 제기한 소송과 상당부분 내용이 겹쳐 판단이 내려지지 않고 계류됐다. 2005년 제기된 소송은 1심에서 김광석 본가 측이 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서해순은 김수영과 저작권을 공유한다”며 합의서 셋째 항목을 어기고 발매한 음반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2008년 6월 26일, 대법원은 항소심과 다른 판단을 내린다. 서해순 씨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합의서 셋째 항목은 ‘앞서의 4개 음반에 수록된 음원’을 이용해 제작될 새로운 음반에만 적용될 뿐 그 음원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며, 이를 김광석 씨의 아버지와 서해순 씨가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해 김광석 본가는 합의서에 따라 4개 음반에 대한 판매수익을 얻을 권리만 있다는 취지다. 

실제 서해순 씨는 앞서의 4개 음반에 수록된 음원 외에 ‘별도의 음원’을 가지고 있었다. 대법원은 ‘별도의 음원’에 대한 권리는 모두 서해순 씨에게 있으며, 아버지 김수영 씨가 사망하면서 그가 가진 권리는 김광석 씨의 딸 서연 양에게 돌아가 김광석 씨 어머니와 형은 그 권리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서해순 씨의 음반수익 등은 대부분 앞서의 4개 음반이 아닌 이 ‘별도의 음원’들에서 비롯됐다. 소송 과정에서 김광석 씨 어머니와 형은 “앞서의 합의서는 서해순의 강압에 의해 작성됐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수 고 김광석 씨의 외동딸 서연 양 사망 사건 재수사를 위해 김 씨의 친형 광복 씨가 9월 27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 서 씨, 법리적 문제 없어도 의혹 벗어나지 못해

서해순 씨에 대한 최근의 의혹은 대부분 앞서의 소송 중에 벌어진 일이다. 재판 중이던 2007년 12월 서연 양이 숨졌는데, 이를 서해순 씨가 알리지 않고 재판을 강행했다는 게 김광석 본가의 주장이다. 서연 양도 소송 당사자였으며 상속인이었기 때문에 사망이 알려지면 소송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서해순 씨가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서연 양이 상속인이지만 미성년자이므로, 부모인 서해순 씨가 법정 대리인이 된다”며 “서연 양 사망 후 소송을 이어갈 사람이자 유일한 상속권자 역시 서해순 씨다. 딸의 사망을 알렸더라도, 서해순 씨가 재판에서 불리해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사망을 알리지 않은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순 있어도 법리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딸을 살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살해 동기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서연 양의 장애가 심하면 성인이 되어도 서해순 씨가 유일한 후견인으로 수익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지금 제기된 의혹만으로는 친딸을 살해할 동기로 보기엔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서해순 씨가 의혹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서해순 씨가 김광석 씨 사망 전부터 지금까지의 행적, 딸의 사망 등과 관련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서 씨는 최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명을 했지만 명쾌한 설명이 없이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서연 양 사망과 관련해 서 씨는 수긍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관계들이 많아 보인다. 수사과정에서 밝혀야 할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 김광석 타살, 의혹만 있을 뿐 증거는 없다

“김광석 본가도 의혹에 대해 입증 자료를 내는 등 적극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주장은 ‘김광석 타살 의혹’에 집중된다. 명확히 사실관계를 밝히거나 입증할 만한 자료 없이, 의혹 제기나 주장만 난무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영화 ‘김광석’을 연출한 이상호 감독(가운데), 고 김광석 본가 쪽 대변인는 김성훈 변호사(왼쪽), 김광석법 입법 발의한 안민석 의원(오른쪽)이 참석해 서연 양 타살의혹 재수사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영화사 제공


대표적인 예가 김광석 사망 당시 현장 상황이다. 본가 측과 일부 매체는 ‘타살 가능성 99%’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김광석 씨 발견 당시 목의 상처가 앞쪽에만 있고 뒤쪽으로 갈수록 희미했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엔 낮은 높이인 계단에서 쓰러져 있던 점 등을 지적한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매체와 유가족 측은 당시 수사기관이 작성한 기록이나 부검 소견서 등의 자료는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목에 줄 등을 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무게가 아래로 쏠려 상처는 목 앞쪽에만 깊게 남는다”며 “자신의 키보다 낮은 장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원한을 품었거나 복수를 하겠다는 의도로 이런 방식을 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광석 씨 사망 사건은 부검까지 이뤄졌다. 현장검증이 부실했더라도 경찰, 검찰, 부검의가 타살 정황을 무시한 채 한 목소리로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살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다. 부검 사진, 당시 수사기록 등을 보지 않고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광석 본가 측과 의혹을 제기한 매체, 서해순 씨는 이번 경찰조사에서 각각 의혹에 대해 진술하고 자료 등을 제출할 예정이다. 9월 27일 김광석의 형 광복 씨가 조사를 마쳤고 28일에는 영화 ‘김광석’을 통해 의혹을 제기하고 김서연 양의 사망을 보도한 이상호 기자가 참고인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서해순 씨는 아직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 추석연휴 이후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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