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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먼지의 별 헤는 밤] 괴짜 덕후가 세운 우주선 회사 '로켓랩'

뉴질랜드 기술자 출신 피터 벡, 머스크·베조스와 다른 '소형 위성' 위한 틈새시장 노려

2026.06.01(Mon) 16:25:17

[비즈한국] 로켓 개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공통점 하나가 보인다. 인류를 우주로 밀어 올린 결정적인 아이디어들은 늘 제도권의 중심에서만 태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심에서 조금 비켜난 괴짜들, 아웃사이더들, 너무 일찍 우주를 꿈꿨던 사람들이 로켓의 역사를 앞으로 밀어붙인 경우가 많다.

 

오늘날 그 전통을 가장 흥미롭게 이어가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로켓랩을 이끄는 피터 벡이다.

 

 

피터 벡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NASA나 보잉, 록히드마틴 같은 전통적인 항공우주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로켓 과학자도 아니었다. 그는 뉴질랜드 가전제품 회사에서 식기세척기와 산업 장비를 만들던 정밀기계 기술자였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했고, 밤에는 로켓 부품을 깎고, 시험하고, 터뜨리고, 다시 만들었다. 말 그대로 독학으로 로켓을 배운 사람이다.

 

흥미롭게도 로켓의 역사는 원래 이런 인물들로 가득하다. 오늘날 로켓 방정식의 토대를 세운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도 그랬고, 독일의 헤르만 오베르트도 비슷했다. 다들 당시에는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괴짜 취급을 당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오늘날 뉴스페이스 시대를 상징하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와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조스도 이런 우주 몽상가의 계보를 이어간다. 하지만 피터 벡은 그들과도 조금 다르다. 벡은 억만장자의 자본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도 없었다. 가족의 미니 쿠퍼에 터보차저를 달고, 로켓 추진 자전거를 만들며 놀던, 말 그대로 진짜 우주 덕후에 가까운 인물이다.

 

2025년 4월 28일(현지시각) '항공계의 살아있는 전설' 시상식에서 에렌 오즈먼 항공 기업가상을 수상한 피터 벡(가운데). 사진=Rocket Lab X

 

로켓랩은 스페이스X처럼 처음부터 거대한 로켓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구체적인 문제를 겨냥했다. 작은 위성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궤도로 보내는 것이다. 그 해답으로 탄생한 로켓이 ‘일렉트론’이다.

 

일렉트론은 얼핏 시시해 보일 수 있다. 높이 약 18m의 작고 가느다란 로켓이기 때문이다. 팰컨 9처럼 수십 톤의 화물을 저지구궤도에 올리는 대형 로켓이 아니다. 대신 수백 kg급 소형 탑재체를 정밀하게 궤도에 올리는 데 특화되어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로켓랩의 전략이다. 스페이스X가 대형 위성, 유인 우주선, 정부 대형 계약, 스타링크 같은 거대한 시장을 향해 나아갈 때, 로켓랩은 작은 위성들을 위한 전용 발사 시장의 빈틈을 노렸다.

 

소형 위성을 운영하는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비용만이 아니다. 현재 대형 로켓은 여러 위성을 한꺼번에 싣고 가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발사 일정과 궤도 선택권이 제한된다. 주 탑재체의 일정과 목적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일렉트론은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소형 위성 고객에게도 자신만의 발사 일정과 궤도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일렉트론의 가장 독특한 기술은 러더퍼드 엔진이다. 러더퍼드는 궤도 발사체에 사용된 최초의 전기 펌프식 로켓 엔진으로 알려진다. 전통적인 액체로켓 엔진은 보통 가스 발생기나 단계연소 사이클을 이용해 터보펌프를 돌린다. 작은 연소실에서 추진제를 태워 터빈을 돌리고, 그 터빈이 다시 펌프를 회전시켜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일렉트론 로켓의 발사 장면. 사진=Rocket Lab


하지만 러더퍼드는 이 복잡한 구동계를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대체했다. 구조가 훨씬 단순해지고, 제어가 쉬워지며, 개발 난도도 낮아진다. 여기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소실, 펌프, 밸브 같은 핵심 부품을 빠르게 제작했다. 소형 로켓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배터리는 화학 추진제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다. 로켓이 커질수록 펌프를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이 급격히 커지고, 배터리 질량도 늘어난다. 결국 전기 펌프식 엔진은 일렉트론 같은 소형 발사체에서는 혁신적이지만, 대형 로켓으로 확장하기에는 어렵다.

 

여기에서 스페이스X와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팰컨 9은 처음부터 수직 착륙과 재사용을 목표로 진화했다. 엔진을 재점화하고, 그리드핀으로 자세를 제어하고, 착륙 다리를 펼쳐 드론십이나 지상 패드에 내려온다. 반면 일렉트론은 너무 작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작은 로켓에 착륙에 필요한 연료와 장비를 싣는 순간, 본래의 탑재 능력이 크게 줄어든다. 한때 공중에서 헬리콥터로 낚아채는 시도를 구상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래서 로켓랩은 이제 더 큰 도전에 나섰다. 그 주인공이 바로 뉴트론이다.

 

일렉트론 로켓과 뉴트론 로켓(오른쪽)의 크기를 비교한 그림. 이미지=Rocket Lab


계획대로라면 뉴트론은 높이 약 43m의 재사용 로켓으로, 저지구궤도에 약 13톤급 탑재체를 보낼 수 있다. 이 시장은 이미 스페이스X의 팰컨 9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뉴트론은 단순한 신형 로켓이 아니라, 로켓랩이 본격적으로 메이저 발사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다.

 

뉴트론의 엔진은 아르키메데스다. 단순히 일렉트론의 전기 펌프식 러더퍼드 엔진을 키운 것이 아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액체산소와 액체메탄을 사용하는 차세대 엔진이다. 메탄은 등유보다 상대적으로 깨끗하게 연소한다. 팰컨 9의 멀린 엔진처럼 RP-1을 쓰면 그을음과 잔류물이 남기 쉽고, 재사용 과정에서 청소와 점검이 필요하다. 반면 메탄 엔진은 오염이 적어 빠르게 재사용할 수 있다. 스타십의 랩터, 뉴 글렌의 BE-4, 뉴트론의 아르키메데스가 모두 메탄 계열을 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뉴트론 개발이 순탄하지는 않다. 원래 첫 비행은 2025년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2026년 이후로 밀렸다. 대형 탄소 복합재 구조, 새로운 엔진, 새로운 페어링, 새로운 회수 시스템을 한꺼번에 개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로켓랩의 고집이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너무 많은 기술적 부담이 될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로켓랩은 스페이스X를 이길 수 있을까.

 

전망은 단순하지 않다. 팰컨 9은 이미 수백 회의 발사와 착륙으로 검증된 로켓이다. 발사 빈도, 재사용 경험, 지상 인프라, 고객 신뢰에서 스페이스X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로켓랩에게도 기회는 있다. 앞으로 우주 발사는 더 빈번해질 것이다. 정부, 기업, 대학, 연구기관, 소형 위성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고객이 등장하고 있다. 이 많은 수요를 스페이스X 하나가 전부 감당할 수는 없다. 특히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궤도로, 비교적 작은 탑재체를 보내고 싶은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비유하자면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은 우주로 향하는 대형 버스에 가깝다. 싸고 강력하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정확히 내려주지는 않는다. 반면 로켓랩은 우주 택시에 가깝다. 더 비쌀 수는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목적지에 더 정확히 데려다줄 수 있다.

 

로켓랩의 이야기는 지구 저궤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회사는 벌써 태양계 탐사 시장에도 발을 뻗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성 탐사 임무 에스커페이드(ESCAPADE)다. 일탈, 딴짓을 뜻하는 ESCAPADE는 태양풍이 화성의 대기를 어떻게 잃게 만들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블루와 골드라는 두 대의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내는 NASA 임무다. 이 탐사선을 만든 곳이 바로 로켓랩이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탐사선을 발사한 로켓은 로켓랩의 로켓이 아니라 블루오리진의 뉴 글렌이었다. 로켓랩 입장에서는 자신의 화성 탐사선을 경쟁사의 대형 로켓에 실어 보낸 셈이다.

 

로켓랩이 만든 소형 탐사선 블루와 골드. ​2025년 11월 13일(현지시각)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 로켓에 실려 화성으로 향했다. 사진=Rocket Lab

  

다음 무대는 금성이다. 로켓랩은 MIT 연구진과 함께 비너스 라이프 파인더 임무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임무는 금성 대기에서 생명과 관련될 수 있는 화학적 흔적을 찾으려는 시도다. 금성 표면은 극도로 뜨겁고 압력이 높지만, 구름층 일부는 온도와 압력만 놓고 보면 생명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탐사선은 금성 대기에 진입해 약 5분 동안 구름층을 통과하며 화학 성분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 접근은 매우 로켓랩답다. 전통적인 행성 탐사는 보통 수조 원 규모의 대형 임무로 진행되고, 개발 기간도 10년 이상 걸린다. 반면 로켓랩은 작고 빠른 탐사선으로 특정한 과학 질문에 답하려 한다. 모든 행성 탐사가 거대한 플래그십 임무일 필요는 없다. 특정 고도, 특정 시간, 특정 성분을 겨냥한다면 작은 탐사선도 충분히 날카로운 과학 도구가 될 수 있다.

 

화성 샘플 리턴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NASA의 기존 화성 샘플 귀환 계획은 비용과 일정 문제로 큰 위기에 놓였다.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이미 화성 표면에서 중요한 샘플을 모아두었지만, 그것을 지구로 가져오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고 비싸졌다. 이 과정에서 로켓랩은 더 단순하고 저렴한 대안을 제안하며, 자신들이 화성 샘플 리턴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이것이 피터 벡이라는 인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는 처음부터 중심부의 사람이 아니었다. 뉴질랜드라는 지리적 변두리, 대학 밖이라는 제도적 변두리, 대형 로켓 시장 바깥이라는 산업적 변두리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로켓의 역사가 보여주듯, 때로 새로운 혁신은 바로 그런 변두리에서 피어난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있는 엔진 개발 단지에서 함께한 ​로켓랩 ​직원들. 가운데 노란 원 안이 피터 벡. 사진=Rocket Lab X

  

치올코프스키가 작은 마을에서 우주비행의 방정식을 썼고, 고다드가 조롱 속에서도 액체연료 로켓을 쏘아 올렸듯이, 피터 벡의 로켓랩도 세상의 중심이 아닌 곳에서 태양계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로켓랩이 스페이스X과 경쟁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어쩌면 그 질문 자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로켓랩의 진짜 가치는 누군가의 왕좌를 빼앗는 데 있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더 많은 과학자와 더 작은 기관, 더 빠른 임무들이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있을 수 있다.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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