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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장비는 아무 잘못이 없다

교체 효과 제대로 보려면 '일관된 스윙' 먼저 이뤄져야

2026.06.02(Tue) 11:20:29

[비즈한국] 해마다 새로운 모델의 드라이버가 출시된다. 출시의 변은 늘 화려하고 거창하다. 광고만 보면, 그들의 말대로 ‘지금까지 없었던’, ‘세상에 없었던’ 획기적인 신무기의 등장이다. 때로는 구체적으로 늘어나는 비거리를 숫자로 보여주기도 한다.

 

공통된 주장은 ‘멀리 그리고 똑바로’다. 이전 드라이버에서 숫자가 늘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숫자가 생기기도 하고, 암호 같은 영어 알파벳이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이전의 드라이버 모델과는 완전히 절연하고 새로운 DNA를 장착했다는 의미에서 완벽한 ‘개명’을 하기도 한다.

 

드라이버는 그렇게 오늘에 이르렀다. 매년 비거리를 몇 야드, 많게는 10야드 늘려준다는 그들의 약속대로라면 나는 지금 400야드 이상은 보내야 한다. 한 살 나이가 들 때마다 비거리가 1야드 이상씩 줄어든다고 감안해도 그렇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또 새로운 드라이버에 목을 빼고 기웃거리고 있다.

 

주말골퍼들은 새 클럽을 사면 샷도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자주 장비를 바꾸다 보면 스윙의 문제까지 클럽 탓으로 돌리기 쉽다. 장비 교체 자체가 골프의 즐거움일 수는 있지만, 새 클럽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결국 나의 스윙과 몸이다. 사진=생성형AI

 

2026 PGA챔피언십을 우승한 애런 라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다. 남자 선수로는 매우 드물게 양손 장갑을 낀다. 그것도 양피가 아닌 인조가죽 장갑이다. 역시 남자 선수로는 드물게 아이언 커버를 씌우고, 아마추어 골퍼들이나 쓸 것 같은 스텝티라고 불리는 높이 조절 티를 쓴다.

 

그중 가장 화제는 애런 라이의 드라이버다. 테일러메이드 M6 드라이버, 7년 전 드라이버다. 현재 중고 시장에서 150달러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한마디로 철 지난 드라이버다.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드라이버를 마음만 먹으면 완비할 수 있는 톱클래스의 프로 선수임에도 현재 그에게 가장 맞는 드라이버는 7년 전 드라이버다.

 

잉글랜드의 매트 피츠패트릭은 US오픈을 우승할 당시 ‘핑’의 10년 된 아이언을 사용했다. 브룩스 켑카도 최전성기 시절, 이미 골프클럽 시장에서 철수한 나이키 3번 아이언을 수년 동안 백에 넣고 다녔다. 다니엘 버거는 본인이 좋아하는 단종된 아이언을 구하려고 이베이를 뒤졌다. 현재 투어 챔피언스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는 스티브 스트리커의 오래된 퍼터는 20년도 넘었다.

 

좀 다른 결이지만, 필리핀의 주빅 파군산은 코로나 기간 중 일본 투어에서 14개의 클럽이 아닌 11개의 클럽으로 2021 미즈노 오픈을 우승했다. 코로나로 캐디가 동반할 수 없게 되자 3, 4, 6, 8번 아이언을 골프백에서 뺐다.

 

새로운 클럽, 신장비만이 능사가 아닌 예들이지만, 그럼에도 주말골퍼들은 오늘도 신모델에게 고개를 돌려 눈길을 준다. 왜 그럴까? 일단 새로 나왔으니까 좋아졌겠지라는 기대 때문이다. ‘설마 더 좋게 만들었겠지, 똑같으면 나왔겠어’다.

 

물론 클럽메이커들은 수많은 연구와 시험을 거쳐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평균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는 모델을 내놓는다. 문제는 그 클럽이 나랑 맞느냐다.

 

나는 골프를 시작한 초창기에 3년 동안 열 개가 넘는 퍼터를 샀다. 내가 스코어를 못 내는 첫 번째 이유는 무조건 ‘퍼트’였다고 생각할 때였으니까 퍼터에 투자하는 돈이 아깝지도 않았다. 그 많은 퍼터 중에 내가 퍼트를 가장 잘했을 때는 그중 가장 저렴했던 10만 원대 퍼터였다.

 

골프클럽을 바꾸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당연히 지금 클럽에 만족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어떤 골퍼들은 지금 골프클럽에 딱히 불만이 없음에도 새 골프클럽으로 바꾸면 지금보다 나의 샷이 더 좋아지겠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바꾼다. 문제는 결과가 그 기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괜히 바꿨어.”

 

이 말, 참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골프클럽을 자주 교체하다 보면 내 스윙에 대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골프클럽에서 찾게 된다. 내가 가장 잘 맞았을 때의 나 그대로일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스윙이 일관적인 프로 선수들의 레벨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주말골퍼들은 어제의 스윙과 오늘의 스윙도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골프클럽 피팅(fitting)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일관적인 스윙을 가진 골퍼들이 더 큰 효과를 본다.

 

물론 장비를 교체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골퍼들도 있다. 장비를 바꾸고 샷이 달라진 골퍼도 당연히 있다. 다만 과유불급, 그것이 과하면 아니한 것만 못 할 것이다. 바꿀 때가 됐으니, 친구가 바꿨으니 무조건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골프클럽이 당분간은 가장 내게 잘 맞는 클럽일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골프채를 바꾸기 전에 바꿔야 할 것은 나다. 나의 스윙이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나, 나의 몸이다.

강찬욱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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