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Z세대가 ‘야장’ 문화를 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인들도 한국의 야장을 K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한국 전통 문화의 맥락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사실 우리 민족은 산이나 들로 나가서 자리 깔고 음식을 즐기고는 했다. ‘야유회(野遊會)’는 들판에서 즐기는 모임이다. 보통 봄이나 가을, 날씨가 좋을 때 단체로 자연을 찾아 나가 음식을 나누고 놀이도 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족끼리 친구, 연인끼리 야외 공원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풍경이 너무나 흔했다. (이제 공원이나 산에서 삼겹살을 굽는 일은 불법이다.) 이런 야외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 도심의 야장인 셈이다.
야장은 야간 시장일 수도 있고 야외 장터이자 야간 야외 업장의 줄임말로도 생각할 수 있다.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손님을 맞는 방식으로 주로 밤에 즐기는 서울 거리 문화라고 정의 내리기도 한다. 을지로나 종로가 중심인데 지방에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이나 여수, 안산 등지에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가 있다 보니 야장 지도도 만들어졌다. 여기에 몇 가지 유형이 나온다. 길가 테이블, 폴딩도어-창문 개방형 포차, 루프탑-건물 옥상, 야외(정원·강변·마당) 등 4개 유형이다. 특히 ‘야장을 깐다’라고 할 정도로 밤에 영업장이나 매장 밖에 테이블을 까는 유형이 고전적이다.
그렇다면 왜 야장을 주목하는 것일까? 고전적인 관점으로 제3의 공간 측면이 부각된다.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는 ‘대단히 좋은 공간’(The Great Good Place, 1999)이라는 책에서 제3의 공간론을 언급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3가지 장소가 필요한데, 제1의 장소는 가정, 제2의 장소는 직장, 제3의 장소는 동네 공동 공간이다. 목적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부각한 것이다.
제3의 공간은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들과 편히 교류하는 비공식적 공공생활 공간으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이 아니라 편안하고 소박한 분위기에, 머무는 동안 즐거움과 유쾌한 분위기가 유지되며, 언제든 머물고 쉽게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아울러 사회적 지위나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방문객으로 환영받는 평등한 곳이고, 가까워서 쉽게 갈 수 있는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다. 동네 술집도 제3의 공간에 포함된다. 다만 그냥 술집이 아닌 야장이다. 열려 있는 야장은 언제라도 편하게 들고날 수 있고 도심지에 있기 때문에 접근도 편하고 흥성거리는 분위기가 기분을 좋게 만들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참여감을 일으킨다.
이에 더해 공간 전유의 심리도 작용한다. 1991년 앙리 르페브르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목적을 위한 공간의 자유로운 전유(appropriation)” 현상을 말한 적이 있다. ‘전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권력을 통한 공간 지배가 강할수록 공간의 전유가 더 강한 만족감을 주는데, 바로 야장이 이런 통제되고 구획된 도심의 공간에 해방감을 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는 닫혀 있거나 낮에는 실내에만 한정된 음식점이나 술집이 밤에 활짝 문을 열거나 밖에 테이블을 놓아 거리나 광장에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과 같이 흥겹게 어울리다 보면 소음조차 감성적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심리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이것이 지금 20대들에게 어필하는 포인트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감성적인 미학적 경험을 우선 이야기할 수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고 어스름 어둠이 내리는 가운데 도심의 조명 아래서 지인들과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은 살아 있음을 한껏 느끼게 한다.
Z세대는 대부분 밀집된 주거 공간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심지어 기숙사나 고시원 같은 더 밀집된 주거 공간에서 지내며 낮에는 콘크리트 빌딩에서 근무한다. 직장에서는 비대면 콘텐츠나 업무 처리에 갇혀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에 비대면성이 강화되고 인간관계들은 제한되었다. 개인의 사생활과 권리가 보장되지만, 연결되고 싶은 마음은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의무감이 드는 억지 모임은 싫다. ‘감튀모임’이나 ‘경도놀이’에서 보듯이 느슨한 연대를 통한 어울림이 그들에게는 편하고 중요하다. 규제와 통제의 도심 공간에서 낮과 달리 밤의 야장에서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이러한 면은 한국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해외 20대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야간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는데 그렇다고 외국인 방문객이 고궁의 야간 프로그램만 참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야장은 도심 공간에서 한국인의 삶을 함께 즐기고 공유하거나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트렌드를 따르는 여행 ‘데일리케이션(Dailycation)’의 전형이 될 수 있다. 숙박을 통한 체류형 관광은 소비도 진작시키기 때문에 지방에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물론 야장이 불법인 경우도 있다. 때로는 민폐가 될 수 있다. 사실 불법이라는 게 묘한 일탈의 즐거움도 주었다. 최근 서울 중구나 종로구 등에서는 야장을 합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다. 상인과 손님, 지자체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기반을 둬야 한다. 젊은 세대, 미래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면밀히 헤아릴 필요가 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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