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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가상화폐 투기판 5일 체험기

지금이 투자와 투기 사이 경계 알 수 있는 시점…'천하제일 단타대회' 방불

2017.12.22(Fri) 16:16:39

[비즈한국] 사실 가상화폐 투자 체험기로는 늦은 감이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와서다. 하지만 이번 체험기는 ‘얼마를 투자해봤더니 얼마를 벌었다’는 식의 익숙한 체험기나, 투자 방법과 노하우를 알리는 투자 가이드는 아니다. 체험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오히려 이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하다. 가상화폐 투자가 ‘안정적인 투자’와 ‘투기’ 사이 경계 어디쯤에 와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기자의 가상화폐 투자 기간은 지난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총 5일이다. 앞서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검토 소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체험 첫 날에는 세계 최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의 선물 거래가 시작됐다. 가상화폐의 정부 규제 검토와 제도권 금융시장 진출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목한 건 비트코인 선물거래였다. 선물은 가격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데다, 미래 현물 가격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상치를 반영한다. 현물 가격이 단독으로 급격하게 오르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동안 ‘근본 없이 날뛰던’ 비트코인의 적정 가치, 즉 일종의 ‘안정적인 기준’이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반대로 가상화폐 시장의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되면, 그동안 거래되던 막대한 자금이 알트코인(Alternative Coin, 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 통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이로 인해 알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한다면, 가상화폐 시장은 안정성보다는 변동성을 좇는 투기에 집중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자가 직접 투자한 기간 동안 가상화폐 시장은 돌발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요동쳤다. 안정적인 투자처 보다는 과열된 투기판에 가까웠다.

 

# 1일차: 폭풍전야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를 직접 해본 적은 없었다. 거래를 위해 거래소를 골라야 했다. ‘빗썸’과 ‘업비트’가 눈에 띄었다. 두 곳은 최근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거래소다. 

 

빗썸은 가상화폐 거래량이 국내 최대 규모다. 업비트는 거래 가능 가상화폐가 100여 개에 달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수익률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업비트는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잦은 서버 오류로 이날부터 당분간 신규회원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빗썸에만 가입했다. 

 

투자금은 20만 원이었다. 투자 목적이 수익도 아니었고, 가상화폐 가격도 올해 초부터 이미 오를 만큼 올라 ‘벌면 얼마나 벌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무엇보다 실체도 없는 가상화폐에 ‘피 같은 내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나중의 일이지만 이 생각은 단 하루 만에 바뀐다.

 

일단 첫 거래를 위해 비트코인을 사기로 했다. 비트코인은 반드시 1개 단위로 살 필요가 없다. 소수점 아래 8자리, 1억분의 1개까지 쪼개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 2134만 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을 5만 원어치 샀다. 비트코인 0.00459310개의 가치다. 거래 수수료는 0.15%.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지인은 수수료 무료 쿠폰을 사라고 했다. 8000원을 별도로 결제했다. 이후 투자부터는 수수료를 내지 않았다.

 

투자금 20만 원으로 비트코인 5만 원 어치를 먼저 샀다. 0.00459310개가 5만 원의 가치를 갖고 있다.

 

나머지 투자금은 빗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가운데 가격이 가장 낮은 코인들을 골랐다. 1개 당 3만 원대에 거래되던 ‘퀀텀’과 8800원 이었던 ‘이오스’를 각각 5만 원어치씩 샀다. 나머지 5만 원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남겨뒀다. 

 

이날 거래소는 조용했다. 외신과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선물 시장 진출과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18일 오전 10시 기준 2130만 원선에서 거래됐다. 다른 알트코인들의 가격도 큰 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했다. 일부 증권 전문가들은 제도권 금융시장 진출 첫 날인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가상화폐가 있었다. 오후 4시를 기점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해 빗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모두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앞서 5만 원에 1.5개를 샀던 퀀텀이었다.  

 

# 2일차: 소문에 사고 소문에 판다 

 

퀀텀의 독주는 멈출 줄 몰랐다. 둘째 날인 지난 19일 오후까지 수직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3만 원대에 거래되던 퀀텀은 이날 최고 9만 원까지 폭등했다. 이날 다른 가상화폐들의 가격도 모두 상승세였지만, 변동률이 세 자리 수를 넘긴 건 퀀텀이 유일했다. 시가총액도 첫 날 3조 원에서 5조 8000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퀀텀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빗썸 서버가 두 시간가량 동안 멈추거나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다.

 

첫 날 ‘벌면 얼마나 벌겠느냐’던 생각이 하루 만에 달라졌다. 상승폭이 심상치 않아 보여 남겨뒀던 5만 원과 이오스에 투자했던 5만 원을 추가로 퀀텀에 더 투자했다. 투자금을 포함한 자산은 어느새 30만여 원으로 불어났다. 하루 만에 10만 원을 벌었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찝찝했다. 유독 퀀텀만 오르는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퀀텀과 관련한 뉴스가 나온 것도 아니었고, 해외 각국의 규제 등 특별한 이슈도 없었다. 해외 거래소의 시세와 국내 거래소의 시세를 비교해 보니 국내 시세가 25%가량 높았다. 수익을 올리더라도 왜 내가 돈을 벌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12월 19일 오후  5시 기준 기자의 총 자산. 하루 만에 10여 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외신이나 IT 관련 뉴스에서도 찾지 못한 퀀텀 가격 상승 이유는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한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퀀텀 투자자들은 “중국의 가상화폐 규제가 풀린다. 오늘(19일) 오전 9시 발표”, “퀀텀 개발자가 UN에서 연설한다 오늘 오후 11시에 시작”이라는 정보를 올리고 있었다. 퀀텀이 1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였다. 

 

퀀텀은 ‘중국판 이더리움’이라고 불리는 가상화폐다. 퀀텀 재단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출신 전문가들이 속해있다. 투자자들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앞서의 소식들은 모두 퀀텀에 ‘호재’다. 실제 투자자들이 언급한 시간 전후로 퀀텀의 가격이 급상승했다. 

 

퀀텀은 지난 19일 오전 9시, 오후 11시 각각 급등했다. 거짓이거나 과장된 정보에서 나온 시간과 같다. 사진=업비트

 

그러나 확인 결과 모두 거짓이거나 과장된 정보였다. 중국의 가상화폐 규제 철폐는 없었다. 퀀텀 개발자의 UN 연설은 외신에서 단신으로도 다뤄지지 않았다. 퀀텀 개발자가 UN에서 연설은 했지만,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짧게 설명했을 뿐이었다. 

 

이 사실을 알아도 투자자들은 ‘퀀텀 끌어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중국이 규제 철폐를 발표’한다는 시간을 넘어서도 퀀텀 가격은 꾸준히 오르다가 개발자 연설이 끝난 오후 11시가 넘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주식시장에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이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소문에 사고 소문에 팔고 있었다. 이날 가상화폐 시장, 특히 퀀텀 거래 시장은 투기판 그 자체였다.

 

퀀텀이 급등한 지난 19일, 가상화폐 투자 커뮤니티와 SNS에서 떠돌았던 글. 대부분 과장된 정보들이다. 사진=가상화폐 커뮤니티


# 3~4일차: 천하제일 단타대회

 

투자 체험을 앞두고 했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시카고거래소에서의 선물거래는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 시작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주가가 급등한 가상화폐 관련 기업에 제재를 내리면서부터다. 

 

SEC는 이 업체를 주가 조작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가상화폐 관련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업체는 최근 회사명을 ‘크로에(Croe)’에서 가상화폐를 뜻하는 ‘크립토(Crypto)’로 사명을 바꾸면서 2700%나 주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이 해킹 피해를 이유로 거래 중단에 나서면서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2200만 원선에서 1800만 원선으로, 해외보다 20% 더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비트코인에 몰려있던 자금은 그대로 다른 가상화폐로 옮겨갔다. 주인공은 비트코인캐시였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에서 분리돼 나온 새로운 가상화폐로, 일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하루 전(19일)까지만 해도 200만 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캐시의 가격은 20일 새벽부터 수직상승해 이날 최고 480만 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한때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에 올라있던 이더리움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지난 20일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업비트

 

이날 오전 일찍부터 다른 취재를 하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그래프를 확인했다. 포털 검색어 상위에까지 오른 데다, 앞서 퀀텀에서 수익을 올린 뒤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투자금을 포함한 자산이 40만 원까지 오르면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소액 투자로 큰돈을 번 주인공이 내가 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비트코인 캐시는 지난 21일 새벽 최고 570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급등을 하더라도 완만한 상승폭을 보였던 앞서의 퀀텀과 달리, 비트코인캐시 그래프는 우상향을 보이면서도 짧은 시간에 급등락을 반복했다. 한 시간 사이에 480만 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400만 원 초반, 390만 원까지 내렸다가 다시 오르는 식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참여하는 ‘단타(짧은 시간 내에 투자‧회수 하면서 차익을 올리는 방식) 대회장’이었던 것이다. 

 

실수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새벽까지 비트코인캐시 차트를 들여다보며 투자금을 넣었다 뺐다했는데,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시점에 시작한 탓에 계속 손해만 봤던 것이다. 거래량 폭증으로 빗썸 서버도 불안정했고, 짧은 시간에 가격이 크게 변하면서 매수‧매도 ‘타이밍’을 계속 놓쳤다. 

 

멈췄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 11월 최고점까지 올랐다가 50% 폭락한 사례가 있었다.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에 수익을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22일 오후,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천천히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퀀텀으로 벌었던 수익금을 대부분 잃었다.

 

# 5일차: 변동성의 늪

 

마지막 날인 22일 현재 빗썸 기준 가상화폐의 가격은 리플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앞서 폭등했던 퀀텀과 비트코인캐시부터 다른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률은 모두 두 자리 수를 기록하며 ‘폭락’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장코인인 비트코인이 하락세라 다른 가상화폐 가격도 따라 내려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 며칠간 가격을 크게 끌어올렸으니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12월 22일 오전 11시 기준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급락했다. 사진=빗썸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상당히 커 투기에 집중돼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선물, 옵션, 상품은 물론 가상화폐 시장의 트레이딩 영역에서 변동성이 주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거짓, 과장된 정보로도 꿈틀대는 등 변동성에 집중된 시장에 투자 하는 일은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오후 3시 기준, 기자의 자산규모는 투자금을 포함해 총 21만 6000원이다. 비트코인캐시 투자 실패에 큰 수익을 줬던 퀀텀 가격의 폭락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직접 투자를 하면서 처음 생각과는 달리 ‘투자금을 더 늘릴까’란 생각을 자주했다. 주식과 같이 차트를 분석한다거나 미래 가치를 보는 등 따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에 쉽게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투자금이 20만 원이 아닌, 200만 원 이었다면, 수익금의 규모도 달랐을 거다. 순간 급락을 하더라도 거래 기간을 넓혀 차트를 보면 모든 가상화폐 가격 그래프는 우상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기자의 최종 자산은 21만 6000원이다.

 

하지만 일주일간 하루에도 수십%씩 등락을 반복하는 가상화폐 때문에 차트만 들여다보며 보냈던 시간들이 먼저 떠올랐다. 원금 손해를 보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매수‧매도 버튼을 언제 눌러야 하는지 고민하다 밤을 지새웠다. 최근 신조어로 나온 ‘비트코인 좀비’의 모습이었다. 투자금이 많았다면 더 많은 시간을 거래에 쏟았을지 모른다. 수익을 올리더라도 이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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