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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닐로는 음악계의 드루킹? 바보야 문제는 '차트'야

닐로 사태 원인은 한국 음원 시장 특유의 '실시간 차트 시스템'에서 비롯

2018.04.24(Tue) 14:35:28

[비즈한국] 유령이다. 그 유령이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그 유령은 항상 음원 차트 상단에 오르는 기적을 펼친다. 유령의 이름은 ‘닐로’다. 

 

닐로라는 인디 가수는 나비처럼 음원을 발매하고 벌처럼 음원 차트를 쏘았다. 현존 최고 아이돌인 엑소와 트와이스보다 음원 성적이 좋고, 심지어 50대 사용자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최고 아이돌 팬덤의 스트리밍 조공(차트 상단을 기록하기 위한 팬들이 스트리밍 재생을 반복하는 행위)을 이겨내고, 중장년층에게도 높은 인기를 구사하니 이쯤 되면 ‘​국민 가수’​라는 칭호를 달아도 무방하다. 

 

가수 닐로가 뚜렷한 계기도 없이 음원발표 6개월 만에 멜론 실시간차트 1위에 오른 일을 두고 ‘음원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음원 조작 등 음원 시장 생태계를 흐리는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리메즈 엔터테인먼트

 

그런데 희한하다. 정작 아무도 그의 노래를 듣지 않았다. 음원 차트 5위를 벗어나지 않은 노래가 정작 길거리에서 들리지 않는다. 내가 너무 대중과 소외되어 있나? 학교 후배 서너 명에게 닐로를 물어보니 외국 힙합 가수냐고 되묻는다. 닐로의 팬들은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 후보로 오른 자기네 가수를 위한 SNS 및 사전투표도 하지 않았다. 점수가 0점이다. 혹시나 부끄러움이 많아서 인터넷에서만 활동하나 싶어서 유튜브에서 검색하니 직캠이든 무대든 나오지 않는다. 이쯤 되면 얼굴 없는 가수가 아니라 ‘아예 없는 가수’​가 아닐까 싶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이 없는데, 대체 닐로의 인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한국 네티즌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알아보았다. 네티즌 수사대가 닐로의 음원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한 음원 매크로용 유령 계정을 발견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서 소속사에 물어보니 대표는 ‘마케팅 노하우’라고만 답했다. 유령 계정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유난히 새벽에만 인기가 높은 닐로의 비밀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쯤 되니 드루킹이 정치계의 닐로인지, 닐로가 음악계의 드루킹인지 궁금해진다. 

 

많은 이들이 닐로의 인기를 매크로를 통한 조작이라고 추측한다. 이 문제를 일개 가수와 소속사의 문제라고 본다면 부적절하다. 음원 차트라는 구조를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음원 서비스와 해외 음원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시간 차트의 유무다. 흥미롭게도 해외 음원 서비스(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 레드)는 이런 실시간 차트 등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대중이 좋아하는 음원이 아닌, 사용자가 좋아할 법한 음원을 들려준다. 혹은 해당 장르의 추천 음악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 음원 서비스는 온갖 차트를 제공한다. 한국 서비스는 업체를 막론하고 모두 실시간, 일간, 주간, 월간 인기 차트를 제공한다. 심지어 서비스 메인화면에 걸어놓는다. 이 차트에서 이탈하면 사용자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소비자는 그저 편하므로 아무 생각 없이 실시간 차트를 듣는다. 개인 추천 서비스가 약한 한국 음원 서비스의 특성상, 차트에서 이탈한 음원은 소비자와 점점 멀어진다. 상황이 이러니 대부분의 아이돌 팬덤이 응원하는 그룹이 컴백하면 앞서 언급한 음원 스트리밍을 조공한다. 

 

결국, 차트가 먼저다. 가수와 소속사를 아무리 욕해도 차트가 바뀌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드루킹 사태의 원인을 포털에서 찾듯이, 닐로 사태의 원인은 차트에 있다. 차트가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사태에 일언반구하지 않는 음원 서비스 사업자가 문제다. 앞서 닐로를 유령으로 묘사했지만, 사실 닐로는 유령이 아니다. 꼭두각시다. 음원 차트를 방관하는 못된 제페토의 꼭두각시 말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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