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돈과법] 인격살인, 모든 몰카 범죄의 기준이 돼야 한다

통계로 여성들의 상대적 박탈감 짐작…제도적 해법 찾아야

2018.05.14(Mon) 05:19:55

[비즈한국]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2일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를 찍어 유출한 혐의를 받는 여성 모델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이 사진이 올라온 지 11일 만에 피의자가 구속까지 된 점에 미루어 볼 때 경찰이 비교적 신속하게 수사했다고 볼 수 있다.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여성 모델이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쯤 되면 경찰에 대한 칭찬의 목소리가 높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며 여성이 피해자인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적극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예고됐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단 이틀 만에 청와대의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동의를 받아냈다. 

 

구속된 여성 모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1항을 위반했다. 이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에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촬영 당시에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 등을 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더욱이 여성 모델은 자신이 사진을 올린 뒤 논란이 커지자 사진을 촬영한 휴대폰 기록을 삭제한 뒤 한강에 버리고, 워마드 운영진에게 로그기록 등을 삭제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구속 사유 또한 명백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편파 수사를 하고 있다거나 단시간에 20만 명이 넘는 목소리가 국민청원에 담긴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소위 몰카 범죄, 더 나아가 리벤지 포르노범죄라 불리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통계를 보자.

 

대검찰청 2017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에 발생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는 총 5249건에 달했으며, 이 중 4968건이 검거돼 검거율은 94.6%에 달했다. 이는 일반 검거율 84.2%보다 한참 높다. 그런데 문제는 검거인원 중 남성이 4385명에 달해 여성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로 기소된 1716건 중 구속 사건은 154건에 불과했고, 단지 벌금형을 구하는 구약식 사건도 81건에 이르렀다. 

 

이 통계로만 미루어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으며,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기소된 경우에도 구속된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다. 성범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암수범죄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위 범죄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리벤지 포르노보다 죄질이 상대적으로 약한데도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까지 되자 여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자신의 신체가 몰래 촬영되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게 되거나, 더 나아가 성관계 동영상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은 인격살인이다. 또한 수많은 2차 피해까지 가해지게 되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가 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외형상 보이는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것 이상으로 고통을 주고,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도 접하곤 한다. 

 

위 범죄의 죄질을 감안하면, 양형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온라인 등에 노출했을 경우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단호히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사적으로도 위자료 액수를 대폭 상향하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불법 촬영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보다 실질화해야 한다. 그것이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뒤이은 논란 또한 잠재우는 길이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그린북' 수정 소동 부른 '회복흐름'의 진실
· [현장] "세금 내고 떳떳하게 하고 싶다" 불법 노점을 어찌하오리까
· [회장님들의 집1] 2018 공시가격 순위, 삼성가 턱밑 '신세계'
· [CEO 라이벌 열전] '경부선-호남선' BNK금융 김지완 vs JB금융 김한
· [돈과법] 법리를 논하기 전에 여론 분노의 근원을 보라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