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4월 1일 빅뱅 승리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1억 원짜리 ‘만수르 세트’가 실제 판매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룻밤에 1억 원을 쓴 주인공은 ‘비버팀’이라 불리는 젊은 사업가 모임. ‘강남에서 유명하다’는 것 외에 알려진 바가 없어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운데 ‘비즈한국’이 비버팀의 리더를 직접 만났다. 

비버팀은 10~20명 내외로 구성된 친목 모임. 지난해 여름부터 강남 유흥업계에서 유명세를 탔다. 만수르 세트 주문 사건 이후 뉴욕에 있는 유명 클럽 ‘마퀴’에서도 큰돈을 써 ‘태극기를 휘날리게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또 항공기 일등석 사진이나 슈퍼카를 탄 사진을 올리는 등 사회관계서비스망(SNS)나 언론을 통해 부를 과시했다. 

도대체 이들은 젊은 나이에 이렇게 많은 부를 거머쥐었을까. 취재 결과 모임을 이끄는 A 씨(34)는 현재 화장품 다단계 업체 대표다. 이 업체는 2015년 4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해 다단계 사업을 진행했지만 2016년 12월부터 계약 해지된 상태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나 직접판매공제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다단계 업체는 불법이다. 

A 씨를 비롯한 비버팀 핵심 멤버는 현재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발행하는 B 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B 사 대표는 A 씨의 측근인 C 씨가 맡고 있다. 이들은 국내 법인등록 없이 지난 3월 암호화폐 B 코인을 발행해 비공개 판매를 시작했다.

B 사는 서울·경기와 부산지역 판매담당을 따로 두고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코인을 현금이나 ‘이더리움’을 받고 판매한다. B 코인 2000개는 이더리움 1개와 교환된다. 18일 오후 3시 현재 이더리움 시세는 75만 원선으로 B 코인 가격은 375원꼴이다. B 코인 총 발행량은 11억 개로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면 4125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오는 7월 국내외 10개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상장 시 B 코인이 1000원에서 1500원 선으로 오를 것이라고 광고한다. 실제 B 코인 부산지역 판매 담당 직원은 “해외 거래소 크라켄에 상장이 확정됐고 국내는 빗썸과 업비트와 상장을 협의 중이고 유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고 B 코인을 알지도 못한다”고 답했다. 

B 코인 ‘트랜잭션(거래내역)’을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B 사가 만든 백서에 따르면 B 코인은 5세대 암호화폐로서 ‘위즈블 플랫폼’이라는 독립적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됐고, B 코인을 주고받는 가상지갑은 자체 개발돼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ICO(암호화폐공개)는 금지돼 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암호화폐 거래 규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연구반 관계자는 “제약할 뚜렷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암호화폐 거래는 유사수신이나 사기일 확률이 높다”며 “유사수신은 원금이나 더 높은 이득을 보장하는 경우, 사기죄는 실체가 없는 경우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B 사 홈페이지나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어 지난 17일 오후 6시경 백서에 나와 있는 주소를 확인한 뒤 B 사 사무실이 위치한 광교테크노밸리를 찾았다. 이곳에서 A 씨와 C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 사무실은 파트너사로 알려진 슈퍼카 경매기업 매장 안에 있었다. 매장 안에 있는 차량은 A 씨와 C 씨가 SNS에 올린 것과 일치했다. 

A 씨는 “비버팀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논다. 누가 1억 원을 쓴 게 아니라 각자 500만 원, 700만 원씩 내서 그렇게 놀았던 거다. 다들 그만큼 쓸 정도는 버는 사람들”이라며 “그냥 사적인 모임인데 그걸 자꾸 사업이랑 연결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단계 사업을 할 땐 한 달에 20억 원 정도 벌었다. 합법적으로 했다. 현재는 회사 등기만 유지하고 있을 뿐 운영하지 않는다. 다단계 사업상 중간에서 돈을 챙기는 브로커가 성가시게 하는 게 싫어서 그만뒀다”며 “만약 불법이라면 특판조합에 낸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지만 나는 8억 원을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지금까지 피해자가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B 코인의 개인 간 현금 거래의 법적 문제를 C 씨에게 묻자 A 씨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코인을 발행했고 현재 비공개로 판매하고 있어서 불법은 아니다”라며 “B 사 대표는 내가 아니라 C 씨다. 나는 현재 부모님께 용돈 받아쓰면서 C 씨 일을 도와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 씨는 “내게 코인 구매 문의가 와도 일절 B 코인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사실 거래소 상장은 아직 협의 중이다”며 “나는 이희진이나 조희팔 같은 사기꾼이 아니다. 살면서 법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는 B 사 해외 법인 등록증을 ‘비즈한국’에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18일 오후 3시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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