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카드는 2023년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국내 카드사 중 개인 신용카드 해외 결제액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덕분인지 카드사들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서도 현대카드의 실적은 개선됐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 체제 지속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애플페이를 사용하면 카드사가 애플에 일정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카드사로서는 부담 되는 일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이런 가운데 현대카드는 실적이 개선돼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카드의 순이익은 2024년 3164억 원에서 2025년 3503억 원으로 10.71% 늘었다. 현대카드의 2024년 카드업계 순이익 순위는 4위였지만 2025년에는 KB국민카드를 제치고 3위로 올랐다.
현대카드는 실적 상승의 이유로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상품 라인업 강화 효과 △높은 결제 편의성 및 해외 서비스 고도화 주효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 및 프리미엄 상품 경쟁력의 영향 등을 꼽았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 실적 상승의 또 다른 이유로 ‘애플페이’를 꼽는다. 현대카드는 2023년 3월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카드를 소지한 고객은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등 애플 제품을 통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카드사는 현대카드뿐이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서비스다. 특히 해외 결제는 삼성페이를 지원하는 가맹점도 있지만, 애플페이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다. 김다솜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현대카드에 대해 “애플페이 국내 최초 도입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간 회원 기반 강화 추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3년 초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결제액 순위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에 이은 3위 수준이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 후인 2023년 5월 해외 결제액 순위 1위에 올랐고, 이후 3년 가까이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2025년 12월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결제액은 3조 7642억 원이었다. 2위 삼성카드 2조 4929억 원과 차이가 상당하다. 현대카드 스스로도 2025년 7월 해외 결제액 1위 관련 자료를 발표하면서 “국내 최초 애플페이 도입을 통한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결제 접근성 확대 등 차별화된 비결이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 체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한카드는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애플페이 서비스에 대한 이용 약관을 승인 받았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 체제는 무너지게 된다. 현대카드의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애플페이의 구체적인 도입 일정이나 계획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경우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페이는 출시 이후 카드사로부터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아 왔다. 그러나 애플페이는 건당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가 유일하게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확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점유율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수수료 부담만 커진다.
더구나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 외에도 몇몇 카드사가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주요 카드사가 모두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카드사에 돌아오는 실익은 크지 않은 반면, 애플만 큰 이득을 보게 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는 연구자료를 통해 “(애플페이 도입 후) 카드 이용 실적, 당기순이익이 도입 전 대비 증가했지만 유의미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며 “이는 애플페이가 제휴 카드사의 카드 사용 실적과 당기순이익 상승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지 않았고 물가와 경기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반영됐다고 확인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에 애플페이 수수료 인하를 요청할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애플페이의 높은 수수료가 부담이 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며 “계약의 세부 내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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