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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확정 "스코프3 포함하되 3년 유예"

실효성 및 기업 부담 고려…"EU 등 주요국 대비 도입 늦어" 비판도

2026.02.23(Mon) 16:47:38

[비즈한국] 오랜 진통을 겪은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5일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4차 생산적 금융을 위한 대전환 회의’를 개최하고,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과 로드맵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한국회계기준원은 26일 ‘2026년 제1회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를 열어 세부 공시 내용을 담은 KSSB 공시기준서 정부 제출안을 의결한다. 이번 안은 핵심 쟁점인 ‘스코프3(Scope 3)’ 공시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2021년 1월 발표한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 일정에는 당초 2025년부터 단계적 공시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기업 수용 가능성과 국제적 정합성 등을 이유로 수차례 연기됐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 구조상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을 산정하는 것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경제계 우려가 결정적인 지연 사유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ESG 금융추진단 제6차 회의를 열어 관계부처, 유관기관, 산업계·기업, 투자자, 전문가 등과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3년 유예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이번 발표의 핵심 쟁점이었던 스코프3 배출량 공시는 의무화 대상에 포함하되 시행 시기를 공시 시작 후 3년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모아졌다.

 

지속가능성 공시의 핵심은 기업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보여주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다. 배출량은 측정 범위에 따라 스코프 1·2·3으로 나뉜다. ‘스코프 1’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하며, ‘스코프 2’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나 스팀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이다. ‘스코프 3’는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를 넘어 원재료 채굴부터 제품 운송, 사용, 폐기 단계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다.

 

그간 경제계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협력업체가 방대한 한국 산업 구조상,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산정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하며 스코프3 공시 제외나 장기 유예를 주장했다. 반면 투자자 측과 시민사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공정이 공급망에 집중된 경우가 많아 스코프3를 제외할 경우 공시 자체가 형식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스코프3를 핵심 공시 항목으로 의무화한 상황에서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결국 최종안에서는 공시 실효성을 위해 스코프3를 포함하되, 중소·중견 협력업체에 미칠 영향과 기업 준비 기간을 고려해 3년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ISSB가 제시한 1년 유예 기간보다 긴 수준으로,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확보 및 산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공시를 시행 중인 상황에서 유예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국내 기업의 공시 경험 축적이 늦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시 시기 2027년~2029년…적용 대상 기업 자산 기준도 주목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ESG 금융추진단 제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초 공시 시기는 일본 도입 시점인 2027년 3월 이후와 EU의 역외기업 공시 시점인 2029년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026년 2월 4일 ESG 금융추진단 제6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EU·일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공시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의무 공시를 추진하는 로드맵을 구상한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제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소 공시로 시작하고, 제도가 안착된 이후 법정 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홍민 성신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속가능성 분야만큼은 선도적인 위치로 나아가야 하기에 의무화 시기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미 EU의 경우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실시하고 있기에 의무화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공시 적용 대상 기업을 가르는 자산 기준도 최종안과 로드맵에서 다뤄질 중요한 지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총장은 “자산 30조 원 이상 기업을 우선 공시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알고 있다”며 “그 기준으로는 공시 대상 기업 수가 50개도 안 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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