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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사태가 '스테이블코인 대세론' 키운다?

'은행' 수준 통제 필요성 커질 때마다 스테이블코인 대안으로 부각

2026.02.23(Mon) 17:08:19

[비즈한국] 1억 7000만 원에서 9500만 원으로. 가상자산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40% 넘게 하락했다. 그 사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고질적인 ‘내부통제 리스크’라는 민낯이 드러났다. 국내 대형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발생한 것. 시장에서는 앞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 대신 은행급 금융기관이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메인이 되는 ‘스테이블코인 대세론’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으로 내부통제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거래소는 은행이 아냐” 

 

이번 빗썸 사태의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수준이 시스템 오류나 직원의 관리 소홀 및 단순 실수에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는 강력한 규제나 통제가 존재하는 전통적인 시중은행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제 소유한 코인’만 거래가 가능토록 했지만, 단순 직원의 실수에 비트코인이 실제 지급된 것 역시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뢰 문제가 제기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은행급 신뢰’를 강제하는 미국식 접근의 필요성이 거론된다. 미국판 스테이블코인 법안(Clarity for Stablecoins Act)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시중은행에 준하는 자본 건전성과 엄격한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코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화폐’에 준하는 책임감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당국은 준비금의 100%를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도록 강제한다는 계획이다. 발행사가 발행한 코인만큼 달러 혹은 국채를 실제 은행에 예치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미 채권’ 수요 원하는 미국 정부의 선택

 

미국이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의 규제를 강화하는 이면에는 디지털 자산 시장을 통해 미 국채 수요를 창출하고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복심도 깔려 있다. 현재 대부분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코인의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미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 등 전통적으로 미 채권을 매수해주던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에 스테이블코인 시장 활성화는 ‘새로운 국채 매수 수요’을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미 정부 입장에서는 민간 발행사들과 거래소들이 은행 수준의 공신력을 갖추게 될수록 스테이블코인의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미 국채 매입량도 늘어나면서 전 세계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달러 중심의 궤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역시 거래소가 은행 수준의 보안과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직접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스테이블코인 모델이 차후 대안처럼 거론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한은도 “내부통제 장치 요건 강화해야”

 

스테이블 코인에 신중한 입장인 한국은행이 최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관련, ‘통제 요건 강화’를 강하게 요구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한은은 지난 1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의 서면 질의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의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빗썸의 오지급 사고를 지적했다. 한은이 가상자산 금융사고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낸 것은 드문 일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뢰 문제가 제기되면서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대세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을 막바지 조율 중인 상황. 한은이 금융안정 측면의 제도 설계를 강조하기 위해 강한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됐으나, 이런 운영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장치가 없었던 것이 핵심 원인”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에도 이런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비은행권에 무분별하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완고하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적 성격을 띄는 만큼, 자칫하면 통화 신뢰성이 추락하고 통화정책 유효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견지한 것이다. 한은은 또 미국 지니어스법에 따른 ‘스테이블코인 인증심사위원회(SCRC)’ 같은 기구를 우리도 설치해 신규 스테이블코인을 독립적으로 심사하고 인증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테이블코인 대세론의 가장 큰 동력은 ‘하락장 상황 속 거래소의 실수’에서 나온다는 점을 거론한다. 거래소가 은행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못하고 내부통제에 허점을 보일 때마다 시장에서는 “차라리 제1금융권(은행)이 직접 관리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은 이제 단순한 코인 거래의 단계를 넘어 금융 인프라의 안정성을 시험받는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은행급 규제를 강제하듯, 한국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자연스레 제1 금융권 중심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하락장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 다음 상승장이 온다면 이는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스테이블코인 중심 시스템 구축이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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