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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SK 실탄 장전, 유통가 이커머스 '쩐의 전쟁'

롯데 1.5조, 신세계 1조, SK 0.5조 투자…업계 치킨게임 중 '재벌 참전' 전망 엇갈려

2018.08.09(Thu) 15:56:10

[비즈한국] 78조 원에 달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주도권을 두고 유통업체들의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전통의 유통 재벌 롯데와 신세계가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앞세우며 시장에 뛰어들었고, 기존 시장 참여자 11번가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미 출혈 경쟁으로 치킨게임이 한창인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 롯데, 1.5조 실탄 ‘화력 집중

 

롯데는 지난 1일 롯데쇼핑 아래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그동안 별도로 운영하던 그룹 내 8개 유통사(백화점, 마트, 홈쇼핑, 면세점 등)의 온라인몰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앞으로 5년간 3조 원가량이 투입된다. 롯데쇼핑과 롯데그룹이 각각 1조 5000억 원씩 투자한다. 향후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외부 투자를 추가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시스템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게 롯데의 전략이다. 백화점, 마트 등 멤버십 회원 3800만 명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 1만 1000여 개를 활용한 ‘규모의 경제’가 최대 무기다. 롯데는 지난 7월 중순부터 IT 인력 400명을 채용했다. 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적용해 주요 유통 계열사의 모든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과 물류 및 배송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롯데의 목표는 2017년 7조 원 수준이던 온라인 매출을 2022년까지 20조 원으로 끌어올리는 것.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온라인 사업을 경쟁업체들보다 빠르게 확대한 건 아니지만, 지금 구상하고 있는 형태가 완성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주도권을 두고 유통업체들의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그래픽=이세윤 PD

 

# 신세계, 일찌감치 1조 ‘쓱’

 

신세계는 전통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부터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올해 초 1조 원 규모의 이커머스 투자 방안을 발표하고,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눠진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그룹 내 핵심 유통채널로 육성하기로 했다. 

 

2023년에는 온라인매출 10조 원으로 현재의 5배 규모로 키우겠다는 게 신세계의 목표. 다만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경기도 하남에 건립하는 계획이 주민들과의 합의 지연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 물류센터는 지난 3월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채용박람회에서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물류센터” “온라인의 심장부”라고 설명한 SSG닷컴의 핵심 시설이다.

 

# SK, 5000억 들고 ​분가

 

SK플래닛은 지난 6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방식으로 11번가사업부문을 분할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새 법인 출범은 오는 9월 1일로 예정됐다. 11번가는 기존 이커머스 시장 참여자였지만, 독립 법인으로 새 출발을 하면서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11번가 신설법인 투자금은 5000억 원. 업계에선 대규모 투자금과 함께 ‘투자 기관’에 주목한다. 신설법인은 사모펀드(PEF) H&Q코리아에 지분 18.2%를 넘기고 5000억 원을 투자받기로 했는데, 여기에 국민연금이 참여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국민연금이 그동안 적자만 낸 11번가에 투자한 것만으로도 성장성이 확보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금 5000억 원 가운데 3500억 원이 국민연금에서 나왔고, H&Q코리아가 1000억 원, 새마을금고가 500억 원을 투자했다.

 

SK는 11번가 서비스와 상품을 재정비하고 그룹 ‘ICT패밀리(SK텔레콤·SK브로드밴드·SK플래닛)’을 활용해 온라인 사업을 빠르게 안정화할 계획이다. SK그룹 ICT패밀리 멤버십 등이 활용될 수 있고, SK텔레콤과 SK플래닛의 AI와 데이터분석 기술 등도 온라인사업에 유리하다.​ 

 

# ​​어차피 승자는 대기업?

 

이처럼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대기업들이 ‘머니게임’을 벌이는 이유는 ‘성장성’이 큰 반면, 기존 오프라인 시장은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커머스 거래액은 78조 2273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올해 시장규모가 10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대형마트는 2013년부터 매출이 줄었고, 백화점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온라인 사업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셈이다.

 

이커머스 시장에 대규모 자본을 든 신규 플레이어가 가세하면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롯데, 신세계라도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 적응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빠르게 장악할 수도 있다는 정반대 전망도 나온다.

 

시장 장악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엔 절대 강자가 없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기준 6000억 원의 손실을 낸 쿠팡을 비롯해 위메프, 티몬 등의 영업손실액을 모두 합치면 1조 원에 달한다. 이베이코리아(G마켓)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는 회사 설립 이후 한 차례도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들은 수년째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매출은 늘고 손실은 점차 줄어드는 등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지만, ‘최저가, 빠른 배송’ 등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 되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랜 적자로 투자도 요원하고, 승자 독식의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이라면 막대한 자본력과 전국 유통망을 미리 갖추고 가세하는 대기업들이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오프라인 ‘유통공룡’이라도 짧은 시간에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을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건을 보관했다가 판매하는 기본 유통 구조는 같지만, 이커머스만의 ‘관리 체계’는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판매자와 구매자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과 다른 점이 많다”며 “10년여 동안 업계에서 쌓은 노하우와 이를 통해 구축된 ‘관리 시스템’은 비용 투입과 인력 충원만으로 확보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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