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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부터 시세조종까지, 진화하는 '코인 리딩방' 실태

주요 코인 시세 하락에 ICO로 몰려…VIP방→유료방→무료방 순 정보공개로 '조종'도

2018.08.10(Fri) 15:34:09

[비즈한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열풍이 시들해졌지만,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유료 리딩방’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특히 기존 코인 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거래소 신규 상장 코인과 ICO(암호화폐 공개) 시장으로 옮겨갔는데, 리딩방이 관련 정보를 악용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를 적발할 법적인 근거나 시장 감시 시스템도 없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텔레그램의 한 채팅방. 참여자는 2800명이지만 말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다. 그는 특정 코인을 지목하고 목표가를 명시했다.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라는 ‘시그널’이다. 

 

일명 ‘코인 리딩방’ 풍경이다. 채팅방 운영자가 암호화폐 매수, 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 무료방, 유료방, VIP방 등의 형태로 단계가 분류된다. 유료방 이상 단계의 채팅방은 이름 그대로 돈을 내야 입장할 수 있다. 가입비만 50만~200만 원, 단계별로 가격이 다르다. 월 이용료는 별도다. 역시 단계별로 한 달에 2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받는다. 현금 대신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를 시세에 맞춰 받는 곳도 있다.

 

채팅방 운영자자들은 일단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나 텔레그램 무료방으로 투자자들을 모으고 정보 일부를 제공한다. 무료방 참여자들이 늘면 유료방 참여자가 거둔 수익률 화면을 촬영한 인증 사진을 올리며 “유료 리딩방에 가입하면 더 좋은 타이밍을 잡아주겠다”고 홍보한다. 가격이 오를 코인을 찍어주고 빠른 시간에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텔레그램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코인 리딩방’​. 목표가를 제시하며 매수 타이밍을 알려주고 있다.

 

# ICO에 몰리는 암호화폐 투자

 

코인 리딩방은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부터 성행했다. 그러나 최근 리딩방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크게 변했다. 기존 암호화폐 정보는 자취를 감췄고, 새롭게 거래소에 상장했거나 상장이 예정된 코인들이 추천 종목 대부분을 차지한다. 

 

리딩방의 추천 흐름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의 가격 널뛰기가 다소 안정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단기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거래량과 시가총액이 적은 신규 코인에 투자하면 기존 코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의 상장 경쟁도 리딩방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120종의 암호화폐를 내세운 업비트에 국내 1위 거래소 타이틀을 넘겨준 빗썸은 올해 초부터 신규 코인 상장을 대폭 늘렸다. 최근 빗썸에서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는 37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올 4~5월에 새롭게 상장됐다. 수많은 신규 코인이 한꺼번에 등장하면서 리딩방을 찾는 투자자가 덩달아 늘어난 셈이다.

 

리딩방의 정보 제공은 ICO 시장으로도 확대됐다. 기존 암호화폐 수익성은 낮아지는데, ICO 시장은 매년 수직 상승하고 있어서다. 코인스케줄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 ​ICO 규모는 2016년 1069억여 원에서 지난해 4조 원 수준으로 크게 불어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3조 원의 자금이 모였다. 10일 현재까지 새롭게 등장한 코인도 200종이 넘는다. 

 

ICO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코인 가격이 오르면 현금화하거나 다른 암호화폐로 교환해 수익을 낸다. 이 때문에 일부 리딩방은 단계를 나눠 ICO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유료방도 개설했다.  

 

# 먹튀부터 시세조종까지 부작용 속출

 

문제는 리딩방이 성행하면서 각종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투자 정보 제공보다는 고수익을 강조하며 비싼 이용료만 챙기는 리딩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부터 유료 리딩방을 해온 A 씨는 “10종목을 추천하고 1종목만 수익을 내도 채팅방에 성공 인증 사진을 올리라고 강요한다”며 “9개 추천 종목이 제공됐던 정보와 다르게 손실이 크게 났다. 적은 돈을 투자한 게 아니라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가입비나 이용료 환불도 안 되는 데다 인증을 안 하면 불이익을 당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증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초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하고 있는 B 씨는 “추천하는 근거를 명확히 밝히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는 리딩방도 있지만, 며칠 전 올라온 해외 기사를 올리거나 출처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루머를 올려 ‘고급 정보’라고 속이는 리딩방이 늘었다”며 “특히 정보가 적은 신규 코인을 추천하고 시세 변동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해 유료방에서 VIP방으로 단계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는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거래소 앞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리딩방이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다는 의혹도 나온다. 소수의 VIP, VVIP 회원들에게 가장 먼저 특정 암호화폐를 매수하도록 한 뒤, 유료방→무료방 순으로 시그널을 주는 방식이다. 가격이 오르면 VIP, VVIP 회원들은 재빨리 암호화폐를 되판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오래된 사기 수법인 ‘펌프앤드덤프(pump and dump)’ 방식이지만, 다수의 투자자들은 모르고 당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시장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운영자가 단순 매수 매도 시그널을 보내더라도 리딩방에 참여하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매매를 하면 가격을 오르내리는 ‘세력’이 된다. 이 점을 일부 리딩방이 이를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선 이 같은 형태가 사기적 시세조종에 해당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증거를 수집, 실제 매매계좌와의 연계성 등을 분석해 적발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는 금융거래에 해당되지 않다 보니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모니터링은 하지만 의도적인 시세조종을 적발하는 등 한국거래소 정도의 감시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리딩방도 엄밀히 따지면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금융위원회 영업신고도 하지 않는다. 시세 조종이나 허위 정보 제공 등이 투자자들에게 발견돼 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온라인의 익명성을 이용해 이름을 바꿔가며 영업을 한다. 단속이나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투자자들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현재까지 255개의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추방됐거나 사기였으며, 다른 암호화폐를 모방했거나 해킹당한 것도 820여 종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거래 사이트에 상장된 가상통화가 1600여 종임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월 1450개의 ICO를 조사한 결과 18%인 271개가 가짜, 타 프로젝트 백서 표절, 수익 보장 등 사기적 ICO였다고 보도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연구하는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은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다. 단기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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