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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마트생태계 한다던 한글과컴퓨터, 산림훼손 고발당해

가평군청이 현장조사 후 경찰 고발…한컴 "불법 사실 없고 허가 진행 중"

2018.08.13(Mon) 15:38:33

[비즈한국] 한글과컴퓨터(한컴)가 경기도 가평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생태계 개발 과정에서 1만 4764㎡ 크기의 산림을 무단으로 훼손한 사실을 ‘비즈한국’이 단독 확인했다. 가평군청은 현장조사 후 한글과컴퓨터를 경찰에 고발해 파문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 개발사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는 이찬진 김택진 등 창립 멤버들이 일찌감치 회사를 떠나고 경영난으로 오랫동안 부침을 겪었다. 그러다가 2010년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의 김상철 대표이사가 인수했다.

 

2014년 한글과컴퓨터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위곡리 일대 180만㎡ 땅을 매입했다. 이곳은 토지 대부분이 개발이 어려운 계획관리지역으로 농림지역, 보전관리지역, 임업용산지, 자연보전권역, 준보전산지 등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1월 김상철 대표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회사 워크숍에서 가평 부지에 스마트 빌리지 조성사업 계획을 최초로 밝힌다. 이후 한글과컴퓨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카이스트, 강동경희대병원, 광주과학기술원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을 맺으며 스마트헬스케어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가평군청으로부터 ​무단 개발 혐의로 ​고발을 당한 한글과컴퓨터 스마트생태계 공사 현장. 사진=최준필 기자


토지 이용 관할기관인 가평군청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가 개발 허가를 받은 땅은 도로 인접지에 세워진 한글과컴퓨터 가평 사무실 ‘한컴마루’ 건물 이외에 위곡리 3-X 외 1건으로, 면적은 2980㎡에 불과하다. 허가 목적은 야영장 부지 조성. 하지만 한글과컴퓨터는 현황도로로 사용되던 길을 포장하고, 건물을 세우고 연못을 만드는 등 허가 받은 면적을 훨씬 초과해 개발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 야영장 짓는다더니…도로 포장에 건물, 연못까지

 

한글과컴퓨터의 무단개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이유는 산 정상에 가까운 곳에서 1km가량 외진 길을 따라 들어가야 하는 곳에 공사를 진행한 데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비즈한국’이 실제 공사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드론으로 현장을 촬영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한컴마루 건물 뒤편으로 이어진 길이 전부 포장돼 공사 차량 및 관계자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길을 따라 1km 정도 따라 들어가면 넓은 부지의 나무가 전부 베어져 있고 세 채의 건물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그 중 한 채는 이미 지붕까지 올라가 있다.

 

한글과컴퓨터 측은 현황도로 사용되던 것을 보수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공사차량이 충분히 드나들 수 있도록 도로가 크게 확장됐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촬영된 구글어스와 다음지도의 항공사진을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사진=최준필 기자


구글 맵스로 본 위곡리 공사 현장. 현황도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2018년 촬영됐다. 사진=구글 맵스


공사 시작 전 촬영된 다음 위성 지도. 현황도로가 나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다음 지도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큰 연못이다. 산 정상에 가까운 위치인 만큼 연못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관정을 파고 지하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나무를 베어낸 것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당초 허가를 받은 목적인 야영장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난 7월 가평군청은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 현장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무단 개발 사실을 확인하고 복원 명령과 함께 한글과컴퓨터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비즈한국’​ 촬영 결과를 보면 공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굴착기가 땅을 파헤치는 등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한글과컴퓨터의 개발에 강력히 반발하는 중이다. 위곡리 흑암마을 주민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한글과컴퓨터가 산림훼손을 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을주민 A 씨는 한글과컴퓨터 공사 이후 자갈만 있던 하천에 토사가 내려와 모래로 뒤덮였다고 말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마을주민 A 씨는 “공사 현장은 9부 능선에 있는데 마을은 훨씬 아래에 있다 보니 장기적으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크다”며 “이미 공사가 진행된 이후 산을 타고 내려오는 하천에 토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앞서 주민 민원이 제기돼 현장은 확인한 결과 위법한 사실이 발견돼 한글과컴퓨터 및 현장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며 “아울러 공사를 중단하고 다시 원상 복구할 것을 해당 기업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가평군청에 고발당하기 직전에 촬영된 가평 공사 현장. 나무와 풀을 전부 베어내고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마을주민 제공

 

이와 관련해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주민 민원에 의해 가평군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해 원상 복구가 진행 중”이라며 “도로 포장은 한전이 공사를 위해 사용하던 길을 정비해 사용한 것이며 건물 세 채 중 두 채는 이미 허물었고, 한 채는 다시 허가를 득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글과컴퓨터의 다른 관계자는 “야영장 부지는 과거 화전이 일어난 곳이며, 도로는 현황도로로 사용되던 것을 보수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 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허가가 진행되는 사안인 만큼 산림훼손은 전혀 없었고 불법적인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 개발 예정 가평 땅 일부, 김상철 회장과 가족 소유

 

설악면 위곡리 부지 약 180만㎡ 부지 중 96만㎡로 가장 큰 필지인 위곡리 산 12X-1X 토지는 2014년 매입 직후 한글과컴퓨터와 관계사인 캐피탈익스프레스, 그리고 김상철 회장의 부인 김정실 ​캐피탈익스프레스 ​회장이 각각 지분의 56.50%, 24.48%, 19.02%를 보유했다.

 

하지만 2015년 김정실 회장이 소유한 지분 19.02%는 또 다른 관계사인 한컴엠디에스가 전량 인수한다. 올해 초에는 캐피탈익스프레스가 보유한 지분 24.48%를 김상철 회장과 김 아무개 씨에게 각각 13.62%, 10.86%으로 나누어 매각한다. 1989년생인 김​ 씨는 주소가 남양주시 와부읍 경강로로 김상철 회장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 가족으로 추정된다.

 

위곡리 마을 주민 일부는 한글과컴퓨터가 산림과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캐피탈익스프레스가 김정실 회장이 설립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족 간 부동산 거래가 일어난 셈. 매각 대금은 10억 6900만 원이다. 한글과컴퓨터 내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김​ 씨 입장에서는 부동산 지분 매입을 통해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부동산 개발로 인한 수혜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가족 간 부동산 거래에 대해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가평=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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