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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우유 다음은?' 매일유업 김선희 vs 남양유업 이정인

오너일가에 '재무능력' 탁월 김선희…리스크관리 전문가 이정인 '갑질 논란' 돌파구

2018.08.22(Wed) 16:13:06

[비즈한국] 국내 유제품 업계 선두그룹으로 꼽히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전통적인 맞수다. 회사 규모와 역사, 사업분야 모두 비슷한 점이 많다. 매일유업은 1969년, 남양유업은 이보다 5년 앞선 1964년 설립됐다. 두 회사 모두 50년 전후의 역사를 자랑하며 주력 사업은 우유와 분유, 발효유 등 유제품이다. 이 밖에도 식음료 업계에서도 라이벌 관계를 고수하고 있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왼쪽)와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 사진=매일유업, 남양유업


현재 국내 유제품 시장은 지난 10년간 출산율 감소와 소비자의 먹거리 트렌드 변화로 성장한계에 직면해 있다. 일부 기업은 수익악화의 길을 걷고 있고 유제품 전문기업을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 판로를 확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실정. 이 때문에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고민도 깊은 상황이다. 두 업체를 이끄는 CEO들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 첫 여성 CEO ‘재무통’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2014년부터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 김선희 대표는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금융권 이력을 가진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매일유업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김선희 사장과 김정완 회장의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선희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 사진=매일유업 제공

 

1964년생인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엔 씨티은행, BNP파리바 은행, 크레디트 아그리콜 은행, UBS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이력을 쌓았다.

 

김 대표가 매일유업과 인연을 맺은 건 2009년 매일유업 전무로 영입되면서부터다. 김 대표는 매일유업에 영입되자마자 재경본부장을 맡아 2010년 1월 매일유업과 자회사 상하를 합병하며 경영효율화를 꾀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승진했다. 김 대표는 2013년 4월 폴바셋을 키우기 위해 사업부를 독립해 자회사 ‘엠즈씨드’를 설립했다. 이후 김 회장과 함께 엠즈씨드 이사에 올랐고 이듬해 1월 회사 설립 45년 만이자 국내 유제품 업계 최초로 매일유업의 여성 CEO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 취임 후 보수적이던 사내 문화도 변화하는 등 여성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 취임 뒤 매일유업은 육아휴직, 정시퇴근, 패밀리데이 등 직원들의 일 가정 양립을 위해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CJ 출신 조성형 부사장 등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해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영입 당시인 2009년 김 대표는 매일유업의 지분이 하나도 없었다. 대표 취임 뒤 현재 보유한 주식도 17주가 전부다. 사실상 전문경영인이나 마찬가지로 김정완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경영능력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취임 2년 뒤인 2016년 매일유업이 매출 기준 업계 1위 자리에 오르면서 ​김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유제품 업계가 저출산 등 영향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수익성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2분기 매일유업의 매출액은 31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89억 원으로 2.2% 늘었다. 매출 기준으론 여전히 유제품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회계법인 출신’ 첫 외부인사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

 

올 1월부터 남양유업을 이끌고 있는 이정인 대표는 회사 첫 외부인사 출신 대표로 기업경영 컨설팅과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62년생인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1987년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감사본부 파트너, 기업 리스크자문 본부장과 위험관리 본부장을 두루 경험했다.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 사진=남양유업 제공

 

지난해까지 딜로이트컨설팅·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제조산업,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경영컨설팅 부문에 전문성을 발휘해 부대표를 역임했다. 이 대표가 몸담았던 회계법인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남양유업의 회계감사를 맡았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기획재정부 성과평가위원회 위원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비상임감사로도 활동 중이다.

 

업계에선 이 대표의 취임을 두고 최근 몇 년간 정체된 남양유업 매출과 경영리스크 탈피를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이 대표 전까지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온 이원구 전 대표는 35년간 남양유업에 몸담은 원조 남양맨으로, 회계법인 출신인 이 대표의 선임이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초 불거진 ‘갑질 논란’으로 최근 수년간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업계 관행처럼 이뤄지던 물량 밀어내기로 대리점 사장들이 빚더미에 앉았다는 주장이 나오며 여론이 나빠졌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거세진 것이다. 이 기간 남양유업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2013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적자(174억 원)로 전환됐고, 2014년에는 적자가 261억 원으로 늘었다. 2012년 영업흑자가 637억 원이었다는 점에서 불매운동의 강도가 어느 정도로 높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남양유업은 2015년부터 실적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재무구조는 악화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남양유업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 1669억 원으로 전년(1조 2391억 원) 대비 5.8% 정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가량 감소했다.

 

이에 이 대표는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가 당면한 성장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 이 대표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한 것은 ‘실버푸드(노인식)’다. 남양유업 취임 초반부터 노인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현재 내부적으로 연구개발에 착수,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그간 갑질 논란 등 리스크가 많은 기업 중 하나”라며 “(이 대표가) 리스크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만큼 이런 문제들만 잘 처리해도 과거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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