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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모든 보병이 저격수' 총기 발전 어디까지 왔나

최적 조준점 보여주고 자동사격…초소형 유도장비 단 총알까지 등장

2018.08.27(Mon) 14:29:51

[비즈한국] 총은 처음 등장할 때에는 전통적인 원거리 무기인 활과 화살에 비해서 사거리가 짧았지만, 거듭된 기술 발달로 수백 년 동안 가장 널리 쓰이는 보병무기로 자리 잡았다.

 

근력에 관계없이 원거리 사격이 가능하고, 소모성 부품이라 할 수 있는 총알이 대량생산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연화약과 화약을 담는 탄피의 등장 이후 약 200년간 인류는 총알과 총의 기본 골격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수백 번의 전쟁을 치렀다. 그만큼 총기 기술은 완성도의 정점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육군 저격병의 훈련 모습. 사진=국방부


실제로 30년 전에 만들어진 탱크는 최신형 탱크와의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패배하고, 5세대 전투기, 즉 ‘스텔스 전투기’는 그 이전 4세대 전투기와의 공중전에서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지만, 보병이 사용하는 소총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중반기에 발명된 StG44 자동소총이 개발된 이후 외형과 구조적으로는 적어도 큰 발전이 없다. 

 

60년 전에 발명된 AK-47과 AR15(M4, M16) 소총은 여전히 계속 개량되어 전 세계 대부분의 군대가 사용한다. 다른 무기체계와 비교했을 때, 총기는 진화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적보다 더 강하고 혁신적인 총기를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는 계속 있었다. 가령 미국의 경우 1960년대에 SPIW(Special Purpose Individual Weapon) 프로그램을, 1980년대에는 ACR(Advanced Combat Rifle) 프로젝트, 2000년대에는 OICW(Objective Individual Combat Weapon) 프로젝트로 신개념 보병총기를 만들려는 계획을 진행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하고 기존에 미 육군이 사용하던 M16/M4보다 뛰어난 총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병용 총의 구조와 개념 자체가 크게 발달하지 못한 것과 달리, 총을 사용하는 운용방식과 총기의 부수기재들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 수십 년간 쌓인 노하우로 새로운 사격술이 개발되고, 이 사격술을 잘 보조하는 각종 보조 장비와 부착물이 수만 가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저격수와 저격총의 기술 발전은 눈부실 정도이다.

 

2001년 이후 테러와의 전쟁은 대규모 전면전이 아닌 저항세력과의 비정규전이었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나 이라크의 알샤바브 같은 세력들은 부족한 화력과 병력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서 RPG로켓과 간단한 박격포, 그리고 RPK 기관총이나 구식 저격총을 사용해서 400~500m 밖의 미군 병력이나 미군기지를 향해 난사하고 도망가는 게릴라 전술을 사용했고, 이런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저격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등장한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Chris Kyle)의 경우 이라크에서 최소 160명 이상의 저격 전과를 올린 바 있다. 그 중에는 1920m 밖에서 로켓포로 헬기를 공격하려는 이라크 저항세력을 저격한 사례도 있었다. 저격 성공 숫자로는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구소련과 핀란드 스나이퍼의 전과보다 적지만, 평균 교전거리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장거리 저격의 기록 경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2004년에는 미국군 저격수 브라이언 크래머(Brian Kremer)가 2300m 저격 기록을 세웠고, 2009년에는 영국군 저격수  크레이그 해리슨(Craig Harrison)이 2475m를 달성했다. 오랫동안 깨지지 않던 장거리 저격 기록은 2017년 5월 캐나다의 특수부대 JTF-2 소속 스나이퍼가 무려 3450m의 저격 성공으로 신기록을 세운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3450m의 저격거리는 서울역에서 총을 쏘아 신촌과 홍대 중간에 있는 적군을 사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저격수들의 기술과 능력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사격기술과 저격총 기술의 발달이 사거리나 위력보다는 저격 기술의 보편화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즉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저격수가 양성될 수 있고, 보병의 역할도 저격수에 무척 많이 가까워질 수 있다. 누구나 저격수가 될 수 있는 여러 신개념 무기가 선보이기 때문이다.

 

자동조준 사격이 가능한 XactSystem 저격총. 사진=트래킹포인트 홈페이지


미국의 트래킹포인트(Tracking point)사에서 제작한 XactSystem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저격총 사격술의 난이도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한 시스템이다. 저격총이 보통 저격총과 조준경을 따로 조합하는 것과 달리 XactSystem은 저격총과 조준장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다. XactSystem의 조준장비는 레이저 거리 측정장비와 조준경, 그리고 조준용 컴퓨터가 함께 들어가 있는데, 이를 사용해서 표적을 맞출 수 있는 최적의 조준점을 사수에게 보여준다. 저격총 부분에는 방아쇠에 특수한 장비를 달아 자동 사격도 가능하다. 표적을 한번 조준하면 조준용 컴퓨터가 최적의 사격 타이밍을 잡아 자동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제작사는 총을 처음 잡는 사람도 1km 밖의 표적을 한 발에 맞출 수 있다고 자랑한다.​

 

미국의 고등국방연구계획국(DRAPA)에서는 이보다 더 혁신적인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EXACTO(EXtreme ACcuracy Tasked Ordnance)라는 이 연구는 쉽게 말해서 미사일 총알이다. 총알에 초소형 유도장비를 달아서 바람이 심하거나 움직여서 맞추기 힘든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하려는 것으로, EXACTO 총알에는 유도장비 및 자세 제어장비가 완비되어 시험 사격에서 움직이는 목표를 정확히 맞추었다.

 

미사일처럼 유도 가능한 EXATO 총알. 사진=고등국방연구계획국(DARPA)


미사일에나 들어갈 유도장비를 조그마한 총알에 넣었으니 총알 한 발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겠지만, 유용성이 입증되어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다면 널리 쓰일 가능성도 있다. 

 

저격 기술의 발달과 함께 도드라지는 총의 발달 방향은 정확성이 높은 고정밀 총기의 대량 보급이다. 매우 정밀한 저격소총과 연발사격을 자주 사용하는 자동소총의 중간에 있는 소총을 DMR(Designated Marksman’s Rifle)이라고 부른다. 이 소총은 저격수가 아닌 지정사수(Designated Marksman)가 사용한다. 저격수(Sniper)가 항상 표적을 지시하는 감적수(Spotter)와 함께 다니며 정찰임무를 주로 맡는 것과 달리 지정사수는 보병 분대에 속해서 일반 소총수가 사격하지 못하는 먼 거리의 표적을 사격하는 임무를 맡는다. 저격수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장거리 교전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선진국은 분대에 지정사수와 DMR을 빠른 속도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것은 미국 해병대이다.

 

미국 해병대는 최근 M249 SAW 분대지원화기를 M27 IAR이라는 소총으로 대체하고 있다. M249가 탄창 및 탄띠로 사격이 가능한 기관총인 반면에 M27 IAR은 M4 소총과 같이 30발 탄창을 사용한다. 연사력은 줄어들었지만 정밀도는 M249보다 훨씬 뛰어나고, 발전된 광학 조준경과 조합된 M27은 M38 DMR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미 해병대는 기관총으로 수백 발을 쏴도 못 맞추는 표적을 M27로는 수십 발로 맞출 수 있으면 더 뛰어나다고 말한다. 심지어 2025년부터는 모든 분대원에게 M27소총을 지급하여, 모든 분대원이 지정사수가 되는 분대를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미 해병대의 미래 분대는 1대의 소형 드론을 분대마다 가지게 되는데, 분대마다 드론을 가지게 되니 지금보다 더욱 먼 거리에서 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저격총에 버금가는 M27을 모든 분대원들에 지급한다는 생각이다. 20세기의 전쟁에서 저격수가 담당했던 먼 거리의 표적을 이제는 모든 소총수들이 맡게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미 해병대가 사용 중인 우수한 DMR 소총 M27. 사진=미국 해병대


한국은 어떨까. 야심차게 추진한 차세대 소총인 K11이 10여 년간의 시험개발 도중 계속된 사고와 결함 발견으로 아주 곤란한 상황이다. 첨단 전자장비와 20mm 공중폭발 유탄을 가진 소총이지만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K11 소총이 자랑하는 첨단 전자장비는 레이저 거리 측정기와 열영상 야간투시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500m까지만 거리측정과 유탄 사격이 가능해서 보병이 아닌 저격수를 상대하기에는 약간 어려운 것도 단점이다. 

 

다행이 국산 K14 저격총이 수백 정 이상 생산되어 특수부대는 물론 보병사단에도 저격수가 편제될 예정이지만, 중대급 이하 편제에도 장거리 사격이 가능한 소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한국 육군은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일명 ‘워리어 플랫폼’과 ‘드론봇 전투단’을 만들 예정인데, 개선된 개인장비와 드론의 지원을 받는 미래의 육군에게는 지금의 K2c1보다 먼 거리의 적을 공격할 수 있는 DMR이 필요할 것은 명백하다. 미래의 한국군 보병이 뛰어난 사격술과 드론, 그리고 우수한 소총을 사용해서 우수한 창끝 전투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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