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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반쪽 혁신' 후 목소리 높이는 까닭

올해 들어 논평 다시 내고 정부와도 관계 개선 움직임

2018.08.27(Mon) 11:13:42

[비즈한국] 지난 20일 정병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정 전 부회장은  2008년 3월~2013년 2월 전경련 부회장을 맡으면서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당시 전무)과 함께 전경련의 ‘양철’로 불렸다. 전경련의 실무를 맡은 양철은 2011년 부당 인사, 정치권 로비 등의 의혹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재계에서도 양철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2013년 2월 이승철 전 부회장은 정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 상근부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전경련이 극우단체인 어버이연합을 지원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을 주도한 것이 드러나 큰 비판을 받았고, 2017년 2월 이 전 부회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현재는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이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해 3월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지키지 못한 부분도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전경련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해 2월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은 전경련 탈퇴를 결정했다. 이에 전경련은 지난해 3월 △한국기업연합회로 명칭 변경 △7본부를 1본부 2실로 조정 △회장단 회의 폐지 △재무제표 연 2회 홈페이지 공개 등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20일 별세한 정병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1년 반이 지난 현재 전경련의 명칭은 여전히 그대로다. 재계에서는 올해 2월 정기총회에서 명칭 변경안을 승인하고 산업부에 관련 정관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경련은 총회에서 명칭 변경과 관련한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도 필요하고 회원사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다 보니 (명칭 변경을)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재무제표 관련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전경련은 올해 초 지난해 실적 등을 포함한 재무제표를 공개했지만 두 번째 재무제표는 발표하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은 사단법인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연 1회 공개하기로 했다”며 “1회든 2회든 중요한 건 일반 재무제표보다 상세하게 재무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본부 조정 및 회장단 회의 폐지 약속은 이행했다. 현재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 대신 ‘경영자 이사회’를 통해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경영자 이사회는 기업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 전경련 이사 명단에서 기업 오너는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전경련은 일부 혁신안은 이행했지만 지키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런 와중에 전경련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2017년 한 해 동안 이렇다 할 논평을 내지 않았던 전경련이 올해 들어 할 말은 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회관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전경련은 지난 2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될 당시 “이번 판결이 롯데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7월 30일에는 세제개편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일자리 창출 관련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암울해 보였던 전경련의 사정도 조금씩 나아질 기미가 보인다. LG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말부터 전경련회관을 떠나 마곡 사이언스파크로 입주하면서 전경련 내부에서는 전경련회관 공실에 따른 임대료 수익 악화가 문제로 꼽혔다. 그러다 지난달 말 삼성증권 일부 부서가 전경련회관에 입주해 한 숨 돌리게 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시설이나 환경이 좋아서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에도 바로 옆 건물에 있어서 위치도 좋다”고 전했다.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 패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전경련은 외면당했지만 1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경련 행사에 참석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가 하면, 6월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전경련을 포함한 경제 6단체와의 간담회를 추진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간담회는 취소됐지만 김 부총리는 지난달 말 “시간을 조율해 경제단체장들도 만날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전경련을 만날 뜻을 보였다.

 

전경련은 정부와 관계 개선을 통해 명성 회복을 노리는 듯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넘어야 할 벽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월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들의 (전경련) 해체 입장을 받아들여 후보 시절 전경련 해체에 찬성했다”며 “일부 정부 위원회에 전경련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주무관청인 산업부는 손을 놓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아직은 구체화된 게 없기에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도 경제 관련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 손을 뻗치는 것”이라며 “정부가 활성화시키려는 의지가 없는 한 전경련이 자생적으로 살아나긴 어려워 보이기에 정부 방침에 어떻게 협조하느냐에 전경련의 미래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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