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김대영의 밀덕] 국내업체 역차별, '지체상금'을 지체없이 고발한다

국내 업체 무제한 반면 외국 업체 10% 상한…방위사업청 대책 마련 나서

2018.09.07(Fri) 08:34:50

[비즈한국] ‘지체상금’이라는 게 있다. 채무자가 계약기간 내에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에게 지불하는 금액이다. ‘상금’이 아니라 ‘벌금’인 셈이다. 국가계약에서 계약 상대자로 하여금 납기를 준수하도록 하고, 지체 시 조속한 기간 내에 이행을 완료토록 강제하기 위한 제도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방산업체에게 부과하는 일방적인 페널티로, 정부의 이행지체에 대해서는 방산업체가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방산업계에서는 지체상금을 두고 논란이 많다.

 

지체상금은 국가계약에서 계약 상대자로 하여금 납기를 준수하도록 하고, 지체 시에도 조속한 기간 내에 이행을 완료토록 강제하기 위한 제도다. 사진=LIG넥스원


방위산업은 국가를 유일한 고객으로 하는 특수한 사업이다. 국가를 대표해 방위사업청이 업체와 계약을 맺어 각 군에 공급한다. 방산업체로 지정되지 않으면 입찰할 자격도 없다. 따라서 갑과 을의 관계가 다른 사업에 비해 매우 명확하다. 국가사업이다 보니 다른 사업에서는 볼 수 없는 이중 삼중 규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은 구매기관이자 감독기관이다. 

 

지체상금은 방위사업청이 가진 강력한 제재 수단 중 하나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 폐해도 적지 않다. 특히 무기체계는 개발 및 획득 특성상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발 소요기간을 계약 당시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또 수년 혹은 수십여 년에 걸친 연구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전장 및 기술환경 등의 변화, 군 작전요구 사항의 조정, 계약 시 예상치 못했던 상황 변화가 늘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지체상금 제도는 이러한 리스크를 전부 방산업체가 부담하게 한다.

 

통영함은 방위사업청이 해외 구매한 장비 성능을 문제 삼아 해군이 인수를 거부해 1000억 원대 지체상금을 두고 소송 중이다. 사진=해군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방산업체가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통영함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통영함은 인도가 1년 2개월 지연되면서 발생한 1000억 원대 지체상금을 놓고 정부와 소송 중이다. 납기를 맞추지 못한 주된 이유는 방위사업청이 해외 구매한 장비 성능을 문제 삼아 해군이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장비는 방산비리 수사 당시 납품 비리가 드러난 음파탐지기와 수중무인탐색기였다. 이들 장비들은 대우조선해양이 도입한 장비가 아니라 방위사업청이 획득하여 제공한 관급 장비다. 

 

이 밖에 현대로템이 K-2 전차 개발 과정에서 협력사가 변속기의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납기를 맞추지 못해 지체상금 900억 원을 부과받았다. 현대로템은 체계종합업체로서 사업관리를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전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산 파워팩 개발 시기를 7차례나 수정했기 때문에 지체상금을 전액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개발 과정에서 협력사가 변속기의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납기를 맞추지 못해 지체상금 900억 원이 부과됐다. 사진=육군


방위사업청은 해외 방산업체에만 지체상금 10% 상한을 적용한다. 반면 국내 방산업체는 지연기간에 따라 한도 없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때로는 사업비보다 많은 지체상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방위사업청이 국내 업체들에게 부과한 지체상금을 지급보증하는 방위산업진흥회가 보유한 기금은 2000억 원가량인 반면 회원사에 발급된 지급보증 규모는 약 12조 원에 달할 정도다. 

 

방위사업청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국가계약에 지체상금 상한제(30%)를 도입하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마련했고, 시제품을 생산하는 무기체계 연구개발 사업에 한해 적용되는 지체상금 상한(10%)​을 무기체계 초도양산 단계까지 확대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현재 지체된 국내 주요사업들이 10% 상한 대상 사업에 포함되지 못해, 국내외 업체 간 형평성과 방위산업 육성을 살린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동서식품, 10년 넘게 이나영·원빈·공유와 함께한 사연
· [공원국의 천지인] 가상화폐, 꼭 필요한가?
· 뛰는 정부 위에 나는 투기꾼? '임대주택 활성화' 뒤집은 속사정
· [밀덕텔링] '영국의 역습' 5.5세대 전투기와 보라매 프로젝트
· [김대영의 밀덕] '철매-Ⅱ' 양산 논란, 문제는 속도보다 방향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