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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푸딩을 찾아 헤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리고 조용필

데뷔 50주년 맞은 우리 시대 영원한 아이돌…끊임없이 시도하는 대중가수의 전설

2018.11.06(Tue) 11:04:26

[비즈한국]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표범이나 산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나 목적은 모두 똑같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다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아마도 운이 좋지 않았거나 영 좋지 않은 선택을 했기 때문이겠지. 

 

이 영상을 꼭 함께 보고 싶었다.

 

먹이를 찾다 하필이면 킬리만자로에 오른 표범처럼 어쩌다 보니 삶이 홀로 춥고 외로운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거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무엇이 삶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조용필은 사랑을 말했다. 사랑은 찾기 힘들고 조용필의 말처럼 사랑은 그 크기만큼 외롭다. 그렇지만 사람은 언제나 방법을 찾는다. 그것은 따스하고 포근한 이불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내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이불처럼 내 혀를 포근하게 감싸줄 무엇. 바로 크림이다. 보통 크림에는 타르트지, 제누아즈, 사블레 등 뭔가 씹는 느낌이 나는 구운 밀가루 반죽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불 속에 돌이 굴러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유일한 선택지는 단 하나, 푸딩이다. 

 

오로지 크림만을 가장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면 역시 두모망의 푸딩이다. 푸딩을 한 숟가락 푹 떠서 입 안에 넣으면 마치 갓 세탁해서 뽀송하게 말린 극세사 이불 속으로 슉~ 미끄러져 들어갔을 때와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빙긋 미소가 떠오른다.

 

두모망의 푸딩은 혀를 구름처럼 부드럽고 촉촉하게 감싸는 동시에 풍요로운 향이 입 안에 가득 차고, 이어서 사르르 녹듯 목으로 넘어간다. 그러니 왼손엔 두모망의 푸딩, 오른손엔 숟가락, 왼손잡이라면 반대로 왼손에 숟가락, 오른손에 두모망의 푸딩을 쥐고 이불을 뒤집어쓴다면 홀로 킬리만자로를 올라가는 춥고 고독한 삶에 훌륭한 위로가 된다.

 

크림을 먹는 가장 완벽한 방법. 사진=이덕 제공


먹이를 찾다 공교롭게 춥고 거친 킬리만자로에 발을 들였지만 약간의 운과 현명한 선택, 그리고 두모망의 푸딩과 함께라면 하루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 일주일이 되고 1년이 된다. 10년, 20년. 1968년 기타를 들고 가출한 청소년 조용필은 무대 위에서 그렇게 50년을 살았다.

 

한국조폐공사는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을 만들었다. 조용필은 5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고 있다. 인천, 구미, 부산, 그리고 서울 앵콜 공연이 남았다. 그는 50주년 기념보다는 신곡을 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한다. 50년을 활동했지만 여전히 앞만 보고 있다.

 

조용필의 데뷔 50주년 기자간담회. 사진=이종현 기자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시작해서 ‘바운스’까지 발표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동시에 대중의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대중가수의 숙명이다. 달리 말하면 팝스타, 한국에선 아이돌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2년 전 노래와 두 달 전 노래의 비트가 다르듯 조용필의 노래 또한 록, 블루스, 재즈, 오페라, 민요, 프로그레시브, 동요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조용필은 한국에서 50년간 아이돌이었던 셈이다.

 

다양한 모양 중 하나. 이번 크리스마스는 머라이어 캐리 대신 조용필의 캐롤을.

 

한국 가요를 사랑하는 보석 같은 DJ, 타이거디스코에게 조용필의 노래 중 무엇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마지막 남은 푸딩 한 숟가락, 또는 두 번째 푸딩과 함께하면 좋다. 특히 쇼콜라 푸딩은 이 퓨전재즈와 아주 잘 어울린다.

 

쇼콜라 푸딩과 아주 잘 어울​리는 ‘장미꽃 불을 켜요’.

 

21세기가 간절하게 원했던 50년 차 아이돌의 경기장급 전국투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콘서트의 규모가 경기장급이 되면 나이, 세대, 언어, 취향을 모두 초월하고 관통하는 뭔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조용필은 현재 한국에서 경기장급 전국 투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가, 아이돌이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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