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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2 경리단길 될라' 젠트리피케이션에 멍드는 송리단길

석촌호수 '송리단길' 뜬 뒤 1년 새 임대료 40% 인상…일부 건물주 "오래된 점포 빼라"

2018.12.14(Fri) 11:28:11

[비즈한국] 소위 뜨는 동네라 불리는 곳은 약속이나 한 듯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태원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망원동은 ‘망리단길’로, 송파동은 ‘송리단길’로 불리기 시작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다. 경주 ‘황리단길’, 전주 ‘객리단길’, 부산 ‘해리단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리단길’만 붙이면 뜨는 동네가 되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임대료에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서울 송파구의 ‘송리단길’. 석촌호수 인근의 조용한 주택가였던 이곳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 송리단길 임대료, 작년 대비 30~40% 상승  

 

요즘 가장 뜨는 동네 중 하나는 서울 송파구의 ‘송리단길’이다. 석촌호수 인근의 조용한 주택가였던 이곳에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하나 둘 들어섰고, 지난해 말부터 송리단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송리단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석촌호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대로변 카페로는 수용을 다 못 해 주택가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됐고 송리단길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낮 기온이 영하권을 맴도는 추위에도 송리단길을 찾은 사람은 많았다. 평일 낮에도 손님이 길게 줄을 선 가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동네 주민은 “봄, 여름에는 트럭으로 쏟아붓는 것처럼 젊은 사람이 정말 많다.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뜨는 동네가 되자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상가 임대료다. 지난해 33㎡(약 10평) 상가 기준 월 임대료는 80만~90만 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130만~150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 신축 건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가에 권리금이 붙는다. 33㎡ 내외는 6000만~7000만 원 선이고, 66㎡ 이상은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몇 년 전만 해도 권리금을 받는 곳이 거의 없던 것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빈 가게 찾기가 힘들다. 송리단길 인근 중개업소 3곳에 문의한 결과 33㎡의 상가 물건은 3~4개에 불과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하루에도 4~5명씩 상가 임대를 문의한다.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봄이 오기 전 계약하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경리단길 초입 상가에 붙은 임대 문의 전단. 사진=박해나 기자

 

# ‘○​리단길’의 원조 경리단길, 지금은 빈 상가로 썰렁

 

송리단길에 위치한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송리단길은 경리단길, 망리단길과 다르다”는 말을 인사처럼 자주 듣게 된다. A 중개업소 대표는 “송리단길은 석촌호수, 롯데월드 등이 인근에 있어 경리단길처럼 금방 상권이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 역시 “오래 장사하고 싶다면 송리단길이 제격이다. 경리단길이나 망리단길처럼 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리단길’의 원조인 경리단길은 어느새 ‘죽은 상권’의 대표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때 가장 핫한 동네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오를 대로 올라버린 임대료 때문이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메뉴 가격을 올리자, 경리단길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  

 

경리단길에 가면 하나 걸러 하나꼴로 빈 상가가 눈에 띈다. 경리단길 메인 도로 1층 상가에서도 ‘임대’ 전단이 붙은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태원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예전 같은 경리단길을 기대할 수 없다. 경리단길이 뜨면서 들어온 건물주들은 처음 받던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 곳이 많다. 임대 물건은 많은데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리단길의 33㎡ 내외 상가의 임대료는 월 350만 원 수준이다. 김 씨는 “그나마 최근에는 가격이 내려 200만 원 선의 점포도 종종 나온다”고 말했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은 골목상권을 죽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대료가 치솟은 경리단길은 하나 걸러 하나가 빈 가게다. 사진=박정훈 기자

 

# 건물주 “오래된 가게 빼라” 임대료 두 배 올리기도  

 

송리단길 메인 거리에 위치한 한 건물 1층에는 4개의 가게가 임대 중이다. 최근 3개 매장이 새로 들어왔고 나머지 1개 가게만 몇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건물주는 “오래된 매장이 건물에 있는 것이 싫다. 다른 가게처럼 깨끗하게 리모델링해 들어올 세입자를 원한다”라며 상가 임대를 놓은 상태다. 몇 년째 자리를 지키며 장사를 해오던 세입자는 하루아침에 가게를 빼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송리단길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은 소상공인은 대부분 이곳을 떠났다. 몇몇 건물주들은 이들에게 권리금을 받고 나가라고 요구하거나, 이를 거부하면 월세를 턱없이 높게 받는 등의 횡포를 부렸다. 

 

송리단길에서 11년째 장사를 해온 B 씨는 “건물주가 권리금 6000만 원을 받고 가게를 빼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 이곳을 떠나면 갈 곳이 없다”라며 “단골이 다 이 동네에 있는데 어디로 갈 수 있겠나. 이제는 나이도 많아 식당일밖에 할 게 없다. 송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원래 장사하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B 씨가 가게를 빼지 않자 건물주는 임대료를 인상했다. 월 110만 원이던 임대료는 최근 130만 원으로 올랐고, 다음 달부터 14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B 씨는 “가게를 뺄 수도 없고 안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앞집의 경우 350만 원이던 월세를 최근 700만 원으로 올렸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기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새로 가게를 연 이들도 임대료 인상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초 베이커리를 오픈한 C 씨도 “송리단길 임대료가 너무 올랐다. 올봄과 여름부터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은 골목상권을 죽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송리단길 역시 이러한 수순을 밟아간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마땅한 규제 방법이 없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보호법 등은 개인 간에 문제를 푸는 방식이고 좀 더 집단화할 수 있는 것은 지구단위계획 등이지만 규제라는 것이 항상 외부효과가 있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로서는 마땅한 규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보니 대응 속도가 따라가질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청 관계자는 “2019년 1월 1일자로 소상공인 지원팀을 꾸릴 예정이다. 내년부터 해당 팀에서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현황을 체크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등 상생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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