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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웨이고…' 프리미엄 택시 비즈니스 모델 미리보기

기존 택시에 부가서비스로 추가요금 청구 가능…개인택시끼리 뭉쳐 서비스 제공도

2019.02.13(Wed) 10:29:59

[비즈한국] 아침 8시, 아파트 입구에 서 있는 A 씨 앞으로 민트색 승용차가 정차한다. 정장을 입은 운전기사는 차문을 열고 나와 인사한 뒤 차문을 열어준다. 목례 후 뒷좌석에 들어선 A 씨를 맞이하는 건 차 안 가득한 디퓨져 향. 기사는 출발에 앞서 A 씨에게 아침식사 대용으로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제공한다. A 씨가 전날 주문한 것들이다.

 

이동 중 아침식사를 마친 A 씨는 뒷좌석에 비치된 물티슈로 손을 닦고 스마트폰을 충전, 오늘 일정을 검토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A 씨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차 문을 열고 나선다. A 씨의 손엔 “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다”​라며 운전기사가 쥐어준 생수, 마스크가 있다. 시범 운영을 앞둔 ‘프리미엄 택시’​의 탑승객 모습이다. KST 모빌리티는 이른바 ‘​마카롱 택시’​​를 통해 이를 구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리미엄 택시 ‘마카롱 택시’​ 시승 모습. 사진=KST 모빌리티


최근 택시업계에선 프리미엄 택시 경쟁이 불붙는 분위기다. 이들 택시는 마스(Maas·Mobility as a Service), 즉 ‘​서비스로서의 운행수단’​을 지향하며 고급화 시장을 노린다. 택시 사업자들은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구조를 취하거나 렌터카를 활용하는 등 새로운 사업형태를 꾀하고 있다. 기존 택시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한다.

 

# ‘프랜차이즈’​ 형태로 프리미엄 택시 운영

 

국토교통부는 2009년 11월 택시산업 활성화와 승객들의 이용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운송사업자의 부가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운송가맹사업제도’를 도입했다. 부가서비스 사업을 영위할 운송사업자는 택시 4000대 이상 확보 등의 기본요건을 갖춘 뒤 서비스를 제공할 지자체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심사를 거쳐 운송가맹사업 인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인가 받은 곳은 택시회사를 가맹사로 끌어들여 ‘프랜차이즈’​ 형태로 택시회사 운영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운송가맹사업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한 곳에 불과할 정도로 참여가 저조했다”​면서 “​최근 운송사업자들이 운송가맹사업 면허 취득에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KST 모빌리티는 서울시로부터 택시운송가맹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해 관련 절차를 준비 중이다. KST 모빌리티 관계자는 “​우리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택시로 커피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와 동일한 구조다. 올해 말까지 1000대가량의 직영 택시를 서비스할 계획”​​이라며 “​택시산업의 사양화, 카풀 논란 등을 겪으면서 택시산업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러한 시도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웨이고 레이디’​와 ‘​웨이고 블루’​ 모습. 사진=타고솔루션즈

 

지난 1일 서울시로부터 이미 운송가맹사업 면허를 받은 곳도 있다. 서울 254개 택시회사 중 50여 회사와 계약을 맺은 ‘​타고솔루션즈’​다. 여성전용 예약택시 ‘​웨이고 레이디’​, 승차거부가 불가능한 콜택시 ‘​웨이고 블루’​를 올해 안에 운영할 계획이다. 기사월급제와 가맹택시 교육을 통해 기사들의 친절도, 서비스 질을 높이고 차량 내부에 방향제·시트커버·카시트 등을 비치해 차별화된 환경도 제공한다. 타고솔루션즈 관계자는 “여타 수도권에 운송가맹사업 인가 신청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렌터카에 운전기사 알선, 자체 조직 만들기도

 

운송사업자가 아닌 사업체들은 다른 방식으로 프리미엄 택시를 내놓고 있다. 렌터카와 운전용역업체의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 이들은 11~15인승 승합자동차 임차인에겐 예외적으로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는 현행법을 활용한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타다’와 201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벅시(buxi)’​​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타다 관계자는 “승객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행위를 최소화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매뉴얼을 숙지시키며 운전기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평가가 좋지 못한 기사에겐 페널티를 부여, 재교육을 진행하는 식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은 일종의 ‘팀’을 직접 꾸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팀나인(TEAM9)택시’는 중대형차를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팀나인택시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점차 커지면 따로 염두에 둔 사업계획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비용충당·수익 시험대

 

이들은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승객들로부터 추가 요금을 받는다. KST 모빌리티와 타고솔루션즈는 기존 미터기 요금 외에 건당 2000~3000원의 추가 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운송가맹사업 면허를 취득한 사업자는 부가서비스 요금을 받을 수 있다.

 

‘타다’​ 시승 모습. 사진=VCNC 제공

 

운송사업자가 아닌 타다 등은 렌트비, 유류비, 용역비, 기타 서비스 비용을 포함해 일반 택시비보다 20%가량 높은 요금을 받고 있다. 타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턴 수요가 몰리는 시간엔 요금을 1.2~1.3배 더 높게 받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필요비용을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프리미엄 서비스가 수익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타고솔루션즈 관계자는 “​높아진 서비스 요금에 승객들이 이용치 않으면 수익도, 비용 충당도 불가해진다”​며 “​운영 초기 단계는 고객들 반응을 살피고 적정한 비즈니스 모델을 잡아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대 반 우려 반, 일각에선 비난도

 

택시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이나 일부 시도는 적절치 못하다고 평가한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운송가맹사업인가를 받고 기존 택시들을 활용해 여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건, 수요가 다양해지는 만큼 긍정적이라 본다. 4차 산업기술 시대에도 걸맞은 시도”​라면서도 “​렌터카나 여타 차량 등으로 유사 택시영업을 하는 건, 법의 맹점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 불과하다. 승객들의 편의성 제고 등을 목표한 본래 입법취지와도 어긋난다. 공급과잉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여타 사업영역과 교류하며 다양한 양식을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 질은 높아지고 다양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소비자는 만족도 높은 운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요가 줄고 있는 시장에서 공급자, 즉 사업자만 늘어나는 건 과열경쟁만 불러온다. 일부 택시업자나 여타 운송사업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 수가 많아진다고 서비스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공급자가 높은 비용을 받고 이를 서비스 투자 재원으로 활용, 수요자는 질 높은 서비스를 누리는 대가로 비싼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어야 사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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