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생활건강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천안시에 조성하려 했던 퓨처일반산업단지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LG생건은 천안시에 경영난을 이유로 입주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생건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대규모 뷰티 테마파크 프로젝트가 10년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중국 관광객 위한 뷰티 테마파크 계획했으나 코로나 직격탄
LG생활건강이 천안시 퓨처일반산업단지 입주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시는 산단 사업 지연 장기화와 관련해 LG생건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6월 말까지 답변 제출을 요청했다(관련기사 LG생건, 천안 산업단지 착공 10년째 '차일피일' 속사정). 비즈한국 취재 결과, LG생건은 최근 경영 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산단 입주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시 관계자는 “LG생활건강 측으로부터 ‘2021년 이후 중국 시장의 급격한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경영 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했다. 현재 영업이익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사실상 최악의 경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이유로 신규 투자 추진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천안시 퓨처일반산업단지는 LG생건이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추진했던 ‘뷰티 테마파크’ 프로젝트다. LG생건은 헝가리의 ‘소프론 와비뷰티센터’를 모델로 삼아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소프론 와비뷰티센터는 헤어·피부·화장품 등 뷰티 서비스와 치과·성형 같은 의료 서비스를 결합해 연간 4만 명 이상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생건은 2014년 12월 천안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동남구 구룡동 일대(38만 8000㎡) 부지를 매입했다. 2017년까지 생산시설과 연구개발센터 등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환경 규제 등의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고, 이후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LG생건은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회사 수익성이 둔화되면서 퓨처일반산업단지 입주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천안시는 LG생건의 입주가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LG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입주 가능성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천안시 관계자는 “LG생건 측이 그룹 내 타 계열사의 입주 의향을 타진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LG 측에서는 그룹사가 아닌 다른 기업을 유치하거나, 산입법(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발 토지 및 시설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다만 매각은 최우선 검토 대상은 아니며, 우선은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라는 것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갑자기 어떤 수요가 생기면 입주 방침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으나, 그렇게 극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면 지금의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LG생건 관계자는 “2013년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세우고, 2015년 6월 승인을 받았으나 피수용자 럭스산업개발 측에서 수용 재결취소소송(공장설립제한지역)을 제기했고, 2020년 11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장을 설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해 8월 관련 규정들이 바뀌면서 공장 설립이 가능하게 됐지만, 그 사이 사업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퓨처산단에 대해 최대한 활용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 다만 타 계열사들에 확인한 결과, 현재로서는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퓨처산단 부지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언급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시총 20조 원이 4조 원으로 뚝, 자회사 매각도 검토
LG생건의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021년만 해도 시가총액이 20조 원 후반대까지 치솟으며 국내 대표 뷰티 기업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 시총은 4조 원대로 축소됐다. 업계 순위도 에이피알,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실적 하락의 출발점은 2021년 중국 시장의 매출 급락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강도 높은 봉쇄정책(제로 코로나)을 시행했고, 이에 따라 백화점·면세점 매출이 급감했다. 동시에 자국 브랜드 선호를 강조하는 ‘궈차오’ 열풍이 확산되면서 K-뷰티의 입지가 흔들린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줬다. 당시 해외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에 달한 LG생활건강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매출은 2021년 8조 915억 원에서 2022년 7조 1857억 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6조 8048억 원까지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1조 2896억 원에서 7111억 원, 4869억 원으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6조 81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5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7%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은 실적 압박 속에서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체질 개선을 시도하려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LG생건이 음료 사업부 매각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생건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음료 부문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회사 해태htb 매각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매출이 안정적인 코카콜라음료는 매각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태htb는 최근 몇 년간 성장 정체가 이어졌다. 매출액은 2022년 4149억 원, 2023년 4195억 원, 지난해 4140억 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영업이익은 2023년 135억 원에서 지난해 35억 원으로 급감했다. 작년 당기순손실은 4억 8400만 원에 달했다.
LG생건 관계자는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경영 효율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화장품 부문에서는 중국 면세 물량을 대폭 축소했으며, 3분기에는 더 큰 폭으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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