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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부담" vs "기업책임" 기아차 통상임금 2심 패소 후폭풍

금호타이어·현대모비스·삼성중공업 등 소송 영향…"기형화된 임금체계 고쳐야"

2019.02.28(Thu) 14:32:08

[비즈한국]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이 여타 기업들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와서다. 기업들 사이에선 경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법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기형화된 임금체계를 근본원인으로 지적, 기업들이 당연히 책임져야할 사안이라고 평가한다.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강상호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윤승은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기아차 노동자인 가 아무개 씨 등 2만 7400여 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상여금의 통상임금성, 휴게시간의 근로시간, 토요일 근로의 휴일근로 등 주요쟁점을 1심과 동일하게 인정한 것. 

 

다만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1억 원가량의 중식대,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통상임금 요건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일부를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노동자들에게 미지급수당 3125억 원(원금 기준)을 지급해야 한다. 사실상 1심과 동일한 판결인 셈이다.

 

이 소송은 2011년 노동자들이 사측에 미지급수당 지급 청수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지급된 상여금·일비·중식대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조치가 잘못됐으며,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특근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재산정해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기아차는 노동자들이 지적한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거니와 수당 지급 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노측 요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법원이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아 유감이며 선고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노사는 소송과 별개로 지난해부터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여타 기업 영향, 인건비 부담 우려

 

재계에선 기아차 항소심 판결이 여타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 중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곳은 1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타이어, 현대모비스, 현대오일뱅크, 대한항공, 삼성중공업, 효성,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등이다.

 

소송을 진행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재판이 독립성을 띄고는 있다지만 이번 기아차 판결이 다른 재판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건 불 보듯 뻔하다”​고 평가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법원이 기아차 소송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랐다. 하지만 1심과 동일한 판결이 나온 이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우리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한창인데 인건비 충당 등 신경 쓸 게 더 늘어나고만 있다”​고 귀띔했다. 

 

기아차 판결이 삼성중공업, 현대모비스, 금호타이어 등 110여개 기업 통상임금 소송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진=고성준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판결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임금 미지급금 소급분을 지급할 시 재계 전반의 경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이 더해진 셈”이라며 “​법원의 이번 판결로 기업들 경영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지출되면서 장기적인 사업 플랜을 짜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내 자동차 산업은 해외와 달리 인건비 비중이 커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신의칙 인정’​ 오락가락 “명확한 기준 필요”​

 

법원이 기아차 2심 판결에서 인정하지 않은 신의칙 기준에 대한 적정성 지적도 나온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한다’​라는 민법상의 원칙이다. 2013년 대법원이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될 경우 임금을 소급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시하면서 통상임금 소송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계에선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으며 해석의 범위도 좁다고 비판한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신의칙 인정 여부가 번복되고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기업 입장에선 경영을 예상, 준비하기 어렵고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례로 아시아나항공·현대중공업·금호타이어 등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2심에선 인정받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아차 판결도 그렇고 법원은 신의칙 인정의 주요 근거인 경영의 어려움을 기업의 실적, 재무제표 등 단기 지표만을 근거로 판단한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 상황과 투자 추이 등까지 폭넓게 살펴야 실질적 어려움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선진국에서 통상임금 개념 자체가 없어​

 

일각에선 이러한 노사갈등이 기형화된 임금체계에서 비롯됐다며, 기업이 책임져야한다고 평가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갈등의 근본원인은 기형화된 임금체계에 있다. 기업은 각종 임금 인상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낮추고 수당, 상여금 등을 신설해 이를 돌려 지급하고 있다. 지금 이 수당이 기본급처럼 통상임금이냐 아니냐를 두고 갈등이 일고 있는 거다. 본래는 기본급에 포함돼야 할 임금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통상임금이란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과거 경기 불황 시 기업들은 이런 식의 임금체계로 인건비를 유연하게 조정, 타개해나갔다.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숙련된 인력을 해고했다가 다시 고용, 교육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당장 부담이 될 순 있겠지만 기업이 마땅히 줘야하는 임금”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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