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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야행]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어우러진 '잠실의 맛' 송리단길

2030 데이트족, 가족단위 나들이족, 줌마부대까지 '맛 골목' 산책에 빠지다

2019.03.14(Thu) 17:51:24

[비즈한국] 아파트가 밀집한 잠실 석촌호수 주변으로 ‘송리단길’이 있다. 송파동의 경리단길이라고 해서 붙은 애칭. 송파동 백제고분로 일대를 일컫는 송리단길은 여러 인기 골목들 중 가장 최근에 입소문을 탔다. 2017년에 롯데월드타워가 생기고 20~30대의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2년 새 거리는 점점 확장됐고 가게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주로 독특한 맛집과 술집, 카페 등이 몰려 있어 식도락을 즐기기에 좋다. 

 

2017년 롯데월드타워가 생기고 20~30대의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송리단길은 2년 새 점점 확장됐고 가게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이송이 기자


송리단길도 망리단길이나 성수동 카페거리처럼 오래된 옛날 동네에 드문드문 생긴 개성 있는 가게들이 그 시작이다. 롯데월드타워 완공 후 상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가게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덕에 임대료도 잠실역 인근보다는 30~50% 싸다.   

 

석촌호수 앞으로 송리단길이라고 부르는 메인거리가 있어 이 거리에만도 20~30개의 식당과 카페가 미용실이나 문방구, 부동산 같은 동네의 상점들과 섞여 있다. 메인거리에도 식당은 꽤 있지만 주택가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골목을 탐험하듯 누비는 맛도 괜찮다. 1980년대에 지어진, 주차난 때문에 담을 헐어버려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양옥집들과 1990년대 이후 지어진 다세대주택들 사이로 카페와 식당들이 곳곳에 숨듯 자리한다.    

 

송리단길 메인거리에도 식당은 꽤 있지만 주택가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골목을 탐험하듯 누비는 맛도 괜찮다. 사진=이송이 기자


이미 인기의 정점을 찍고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는 경리단길에 비해 송리단길은 아직 초창기 내지는 완숙기다. 롯데월드와 석촌호수가 있는 잠실역은 워낙 다양한 연령의 유동인구와 거주민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있던 지역이다. 2030 데이트족은 물론 테마파크 나들이 나온 가족단위를 비롯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줌마부대’와 인근 아파트촌의 거주인구도 상당하다. 올 연말 입주가 시작되는 대단지 아파트 송파헬리오시티에 1만여 가구까지 더해지면 잠실의 인구규모는 더 커진다. 

 

게다가 잠실역에는 잠실광역버스환승장까지 있다. 잠실역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하는 다양한 경기도권의 일명 ‘빨간버스’ 노선들로 유동인구는 조금도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송리단길이 생기기 전에도 송파 카페거리와 방이 먹자골목 등이 이들의 수요를 충족해 왔다. 

 

송리단길을 거닐다 보면 20~30대의 젊은 친구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골목탐험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도 앱을 켜거나 맛지도를 따라 카페와 식당들을 두리번거린다. 이들 사이에는 삼삼오오의 ‘줌마부대’도 있다. 백화점 나들이가 그만 시들해졌거나 혹은 백화점 식품코너나 마트에 장보러 나왔다가 핫플레이스라는 송리단길까지 발걸음을 한 듯했다. 백화점이 쉬는 월요일에 유독 송리단길도 한산한 이유다. 

 

송리단길에서는 삼삼오오의 ‘줌마부대’도 눈에 띈다. 백화점 나들이가 시들해졌거나 혹은 백화점 식품코너나 마트에 장보러 나왔다가 핫플레이스라는 송리단길까지 발걸음을 한 듯했다. 사진=이송이 기자


가격대가 좀 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는 소규모 모임 풍경도 눈에 띈다. 한때 ‘경리단길 브런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오전 10~11시에 경리단길에 가면 좀 인기 있는 식당에서는 자리 잡기가 힘들 정도로 줌마부대로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오전 10시는 전업주부가 아이와 남편을 학교와 회사에 보내고 난 후 커피 한잔, 혹은 브런치를 즐기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다. 

 

경리단길이 막 뜨기 시작하던 2013~2014년쯤이었는데 당시엔 예약이 필수였고 그 시간의 식당 안은 30~40대 주부들의 천국이었다. 인근 한남동에서 넘어온 ‘유한(부유하고 한가한)부인’들도 많았다. 송리단길 역시 인근의 여유 있는 주부들이 거닐 만하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동네의 카페 골목은 동네 주민들만으로도 자리를 채운다. 카페 경성광장의 모카비엔나 커피. 사진=이송이 기자


잠실은 나름 부촌인 데다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송리단길은 굳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없더라도 자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동네의 카페 골목은 주민들만으로도 자리를 채운다. 석촌호수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되니 호수에 산책 나왔다가 들르기도 쉽다.

 

유명해진 여느 거리들이 그렇듯 송리단길도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들이 저마다의 독특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걷다보면 이곳저곳 다 들어가 보고 싶어져서 저녁 한 끼를 어디서 먹을까, 어디에서 차 한잔 마실까, 고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송리단길의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들이 저마다의 독특함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이송이 기자


직접 굽는 식빵 덕에 토스트가 특히 맛있는 브런치 카페 ‘라라브레드’, 꼭꼭 숨어 있어 찾아가는 재미는 물론 의외성을 품은 카페 ‘가배도’ 등은 인스타그램 조회수 6000회를 넘으며 유명해졌다. 명란 돈가스와 카페가 맛있는 ‘미자식당’, 정갈한 밥상을 내는 ‘오늘한밥’, 프랑스식 찜닭을 내는 ‘일도씨찜닭’, 매일 패티를 만드는 아메리칸 스타일 수제버거집 ‘그리지하우스’ 등 개성 넘치는 맛집들도 SNS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송리단길에는 한식집 25개, 양식집 14개, 일식집 21개, 카페 48개 등 먹을거리, 마실거리가 넘친다. 이 중 여러 경로를 통해 인기 맛집으로 이름을 올린 곳도 23곳이나 된다. 송리단길과 5분 거리에 있는 방이맛골에는 한식집이 48개나 있어 아기자기한 가게들보다는 거나하게 식사와 술을 곁들이는 분위기다. 

 

석촌호수는 저녁나절의 산책 장소로도 그만이다. 사진=이송이 기자

 

송리단길을 걷다보면 골목 사이로 푸근한 느낌의 옛 주택지구와 첨단을 달리는 미래의 주거공간이 한 번에 시야에 들어올 때가 많다. 흔한 옛날 동네 골목인데 고개를 하늘로 향하기만 하면 어디서든 으리번쩍한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1980~1990년대를 거닐다가 느닷없이 미래세계를 만나는 기분이다.  

 

잠실역 내 관광정보센터에서 지도로 그려진 ‘송리단길 맛집투어’와 ‘잠실관광특구 맛집탐방’ 안내책자를 받을 수 있다. 책자에 대부분의 식당과 카페들의 사진은 물론 대표메뉴와 가격대, 주소 등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어 편리하다. 석촌호수가 온통 벚꽃으로 치장하는 3월 말~4월 초 어느 날, 과거와 미래 도시를 멋대로 오가며 호숫가 맛집 탐방에 나서보기를 권한다. ​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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