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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야행] 'SKY 캐슬' 보고 다시 찾은 서울대 뒷골목 '샤로수길'

SNS 뜨면서 핫한 골목으로…프랑스, 이탈리아부터 모로코식당까지 다양

2019.01.27(Sun) 14:33:50

[비즈한국]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 ‘입시’는 남의 일이 아니다. ‘SKY 캐슬’ 주인공들이 그토록 꿈꾸는 서울대, 그 S대의 정문이 아닌 뒷골목은 어떤 풍경일까. 서울대입구의 샤로수길을 다시 가봤다. 

 

‘관악로14길’인 샤로수길은 다른 상권의 치솟는 임대료를 피해, 또 여건상 대로변에는 생기기 어려운 작고 소박한 가게들로 시작됐다. 사진=이송이 기자

 

샤로수길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 낙성대 방향으로 가면 된다. 1번 출구에서 나와 샛길로 진입할 수도 있다.​​ ‘​관악로14길’인 샤로수길은 다른 상권의 치솟는 임대료를 피해, 또 여건상 대로변에는 생기기 어려운 작고 소박한 가게들로 시작됐다. 

 

서울대입구​역 부근은 서울대 정문에서도 멀어 서울대와 가까운 대학상권인 ‘녹두거리’에 밀리고, 중고생부터 대학생과 30~40대까지 박시글거리는 신림에도 한참 못 미치는, 한참은 좀 소외된 상권이었다. 2010년대 들어 주상복합 등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대로는 번화해지고 뒷골목 상권도 태동했다. 작은 식당과 술집이 하나둘 생기고 전국적으로 골목길 열풍이 불면서 2015~16년쯤 샤로수길은 새로 뜨는 ‘핫한’ 골목에 합류했다.  

 

타이밍도 잘 맞았다. 한창 SNS가 활성화되던 때였으니. SNS 세상에선 상권의 위치나 가게의 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단 사진으로 찍었을 때 한눈에 확 끌리는 비주얼이나 호기심을 당기는 ‘뭔가’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면 된다. 20대가 많은 샤로수길에서도 절대적 맛보다는 거리의 소박하고 뉴트로적인 느낌을 즐기면서 맛을 보탠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샤로수길에서는 절대적 맛보다는 거리의 소박하고 뉴트로적인 느낌을 즐기면서 맛을 보태는 식이다. 주벤쿠바의 잠발라야와 쿠바 샌드위치. 사진=이송이 기자


전부터 이 동네를 잘 알던 사람은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푸하” 웃음을 터뜨린다. ‘진리를 향한 열쇠’라는 서울대의 정문 심볼을 ‘​샤’​로 읽고 거기에 가로수길의 이름을 따와 샤로수길이라 지은 작명부터 웃음을 유발한다. 

 

신사동과 압구정을 가로지르는 가로수길이 고급과 세련됨의 이미지라면, 샤로수길은 낙후하고 복잡한 봉천·신림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다. 다소 엉뚱한, 그렇다고 그리 혁신적이지도 않은 B급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샤로수길의 매력은 배가된다.

 

시내 중심가와는 먼 변두리 골목이지만 유동인구만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신림과 봉천, 서울대입구와 낙성대를 잇는 2호선 라인은 인근 대학들이 쏟아내는 학생들 외에도 지방에서 온 20~30대 젊은 직장인들로 넘친다. 이들이 이 골목상권의 주 소비층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편리한 교통에 비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싸다는 이유로 대대로 인구 과밀 지역이었다. 

 

골목상권의 주 소비층은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에 세 들어 사는 대학생과 20~30대 직장인들이다. 샤로수길 초장기 멤버인 수제버거집 ‘​저니’의 생맥주와 샹그리아.  사진=이송이 기자


샤로수길을 걷다보면 “아, 이런 거 요즘 유행이지”부터 “와, 이런 가게도 있구나”를 번갈아 내뱉을 만큼 다채로운 음식점과 술집들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뭔가 그럴 듯하게 독특하거나​ ‘​힙’​한 건 아니다. 그저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가운데 아주 상업적 자본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힙지로’인 을지로 골목처럼 아주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것도 아닌, 그저 속으로 ‘언젠가 나도 동네에서 이런 작은 가게나 한번 해볼까’ 할 만한 정도의 가게들이 쉼표 없이 계속된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식부터 구색을 갖춰 프랑스 가정식과 이탈리안 스튜도 있고 스페인, 멕시코, 쿠바, 아르헨티나, 모로코 식당 등도 섞여 있다. 1km 길 양쪽과 작은 샛길로 100개가 넘는 식당과 술집,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편한 건 어딘가를 헤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 백화점 쇼윈도를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사듯, 1km의 거리를 훅 하고 한번 훑은 후 다시 돌아 나오다 내키는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길 초입에는 주로 샤로수길 초기에 터를 잡은, 샤로수길을 번성하게 한 형님격 가게들이 있다. 수제버거집 ‘저니(Journey)’​, 막걸리 카페 ‘​잡’​, 유럽풍 가정식 ‘​모힝(MOHING)’​, 아르헨티나 셰프가 남미 음식을 내는 ‘수다메리카(Sudamerica)’​ 등이다. ​

 

1km 길 양쪽과 작은 샛길로 100개가 넘는 식당과 술집,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거리를 훑으며 내키는 곳으로 들어가면 된다. 술 마시기 좋은 이탈리안레스토랑 ‘​아열대’. 사진=이송이 기자

 

길 초입에는 샤로수길을 번성하게 한 형님격 가게들이 있다. 수제버거집 ‘저니’와 고창수제맥주를 파는 ‘​밀형제양조장’. 사진=이송이 기자


걷다 보면 두세 군데 줄을 늘어선 곳도 보인다. 늘 줄을 서야 한다는 ‘텐동요츠야’는 튀김덥밥인 텐동으로 유명한 작은 일본식당인데, 텐동과 생맥주의 조합이 기막히다는 전언이다. 줄이 길어 맛보지 못했지만 식당앱 리뷰에도 늘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성게알파스타, 연어장덮밥 등을 파는 ‘쿠모식당’도 줄 서는 집이다. 

 

토네이도오믈렛을 내는 에그썸(EGG THUMB), 수제버거로 유명한 더멜팅팟(The Melting Pot)과 나인온즈버거(9ounce Burger), 스페인 식당 마이무(My Moo)는 방송을 탄 맛집으로 등극했다. 하카타 카레를 만드는 노란 간판의 ‘모다모다’는 학생들 입맛을 사로잡았고,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한껏 재치를 살린 모로코식당 ‘낭만모로코’는 맛은 모르겠지만 일단 분위기 깡패다. 붉은 톤의 차분하면서도 이국적인 실내가 데이트하기 좋을 법하다. 

 

프랑스 가정식 뵈프 부르기뇽을 선보이는 ‘너의작은식탁’도 인기다. 경양식과 와인을 내는 ‘모단걸응접실’과 냉동삼겹살을 파는 ‘백산식당’, 닭강정에 에일맥주를 곁들이는 ‘거북이닭강정’은 뉴트로 유행을 반영하는 재미있는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가게마다 메뉴들은 재치 있고, 대학가라 양도 많은 편이다. 

 

길 중간쯤에는 요즘 유행인 24시간 스터디룸도 떡하니 자리한다. ‘역시 S대생들은 뭔가 다른 건가. 술 마신 후에도 공부하는 건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취하는 학생이 많은 주택가에 형성된 상권이라 동네 독서실의 요즘 버전이다.      

 

샤로수길 중간쯤 24시간 스터디룸도 있다. 자취생 많은 주택가에 형성된 상권이라 동네 독서실의 요즘 버전 이다. 사진=이송이 기자


길 끄트머리에는 재래시장의 흔적도 보인다. 재래시장의 작은 가게들은 식당이나 술집으로 변해 있다. 시장 상인들은 ​인근 마트와 인터넷 쇼핑 등에 밀리고 1인 가구가 늘어 장사가 시원치 않았을 터이고, 상가 주인은 샤로수길이 된 골목의 진화에 쾌재를 부르며 비싼 임대료를 받을 터다. 얼핏 임대료를 물어보니 여느 상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도 아직 용케 시장떡복이와 칼국수집 등이 남아 있다.

 

영화 ‘아메리칸셰프’에서 영감을 얻어 쿠바퓨전레스토랑을 열어 오픈한 지 1년 조금 넘었다는 ‘주벤쿠바(JUVEN CUBA)’ 사장 역시 이 동네에서 유년을 보냈다. 그가 말하는 샤로수길의 매력은 “비싸지 않으면서 적당히 괜찮은 가격에 적당히 별스런 분위기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샤로수길은 다른 뜨는 길들에 비해 그리 세련되지도 ‘힙’하지도 않지만 대학가 특유의 활기와 재치가 넘치고 시내 중심이 아닌 변두리의 느슨함과 소박함이 혼재되어 있다. 마음먹고 안가도, 동네 슈퍼 가듯 ‘츄리닝’ 입고 돌아 다녀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고, 편하게 젊음과 낭만을 누릴 수 있는 길, 샤로수길이다. ‘SKY’ 문턱은 높아도 ‘SKY 뒷골목’은 편하기만 하다.         ​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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