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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허가한 식약처 약심위 주목받는 까닭

위원 구성 구조적 문제제기, 자문기구라 책임도 안 져…식약처 "사태 수습 후 논의할 것"

2019.05.14(Tue) 18:56:17

[비즈한국]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 논란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허가해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약심위 1차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위원들이 2차 회의에서 대거 교체됐는가 하면, 서류심사만으로 1차 회의의 결정을 뒤바꿔 인보사 품목허가를 했기 때문. 

 

약심위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련해 자문해주는 기구로, 의약품 사용에 있어 국민의 안전을 판단하는 사실상 최종 관문이다. 최근 약심위에서 활동한 위원들 사이에서는 위원 구성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를 허가해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 위원 구성에 관한 지적이 나온다. 충북 오송에 있는 식약처 본부. 사진=연합뉴스

 

논란의 중심에 선 약심위는 식약처 산하의 의약품 허가·심사 자문기구다. 식약처는 의약품 개발업체가 제출한 서류를 심사해 의약품을 품목 허가한다. 그런데 신약의 경우 판단이 쉽지 않다.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로 주목받은 인보사가 대표적이다. 식약처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위원으로 구성된 약심위를 개최해 의약품 허가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다. 식약처는 대부분 자문위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다. 말은 자문기구이지만, 허가 여부에 따라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권력과 그에 따른 책임이 적잖다.

 

# 약심위 의견 거의 그대로 반영…막강한 영향력 행사 

 

인보사가 허가돼 시판될 수 있었던 데도 약심위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2017년 4월 4일 열린 약심위 회의록에 따르면, 인보사는 품목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세포치료제와 같은 유사계열 의약품과 직접비교 임상이 필요하고 △기존 치료보다 유효성 개선을 보기 위해서 골관절염의 구조개선 입증이 필요하고 △골관절염 증상의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7명의 위원 중 6명이 허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14일 개최된 2차 회의에서 결과는 뒤집어졌다. 개발업체가 앞서의 세 가지 미충족 사유에 대해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이를 토대로 자문위원들이 검토해봤을 때 의약품을 허가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 2차 회의에서 식약처는 △기존 세포치료제와 치료목적이 달라 비교임상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고 △관절기능과 통증완화를 동시에 평가해 유효성을 입증했으므로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가 개선됐고 △방사선조사를 통해 위해성을 최소화했다는 내용의 검토의견을 내며 1차 회의에서 언급된 미충족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약심위 위원 A 씨에 따르면 이렇게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A 전 위원은 “(2차 회의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를) 처음 봤다. 거의 없다”며 ​​“​이 세포치료제가 다른 의약품과 비교를 해서 효과가 있는 것인지 기본적인 것들이 입증이 안 됐다. 1차 회의에서 위원들이 (허가에) 반대했던 것도 그래서다”고 밝혔다.

 

A 전 위원은 “약심위에서 세포가 다른 세포라는 걸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현장평가(현장 실사)라는 게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약품이라면 개발업체의 실험실이나 창고를 찾아가 볼 필요도 있었다”며 “그러나 서류 심사만으로 통과했다. 당시 국내에 ‘신약을 개발했는데 웬만하면 통과해주자’하는 분위기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추측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1차 회의에서 다수 위원이 반대를 했다. 입장을 바꾸려면 단순히 서류만 받을 것이 아니라 검사를 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약사법 제18조에 따르면 약심위는 식약처장이 위원을 임명하거나 위촉한다. 그런데 인보사 심의와 관련한 1차 회의에 참석했던 세 명의 위원이 2차 회의에서는 다른 위원으로 교체돼 논란이 커진다.

 

다른 전직 약심위 위원 B 씨는 “식약처에서 심의위원을 구성하는데 약사심의위원이 누구이며 이 위원들의 성향이 어떤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의약품 허가에) 우호적인 사람들로만 구성을 할 수 있다”며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 본인도 모를 수 있다. 평소 본인의 소신대로 얘기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은 위원회를 구성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나오게 돼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A 전 위원은 약심위에 ‘단골 멤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6년 정도 위원을 했는데 나는 한 번밖에 안 불렸다”며 “실력이 없어서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나 하는 생각마저 했다”라고 말했다. 약사법 시행령 14조에 따르면 심의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그러나 대부분 연장을 해서 활동하기에 위원회를 구성하는 식약처가 위원의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차 회의에서 ‘인보사 케이주’는 품목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달 후 열린 2차 회의에서 그 결과는 뒤집어졌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인보사 사태 이후에도 약심위 내부에서는 후속대책에 대한 별다른 논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약심위의 한 연구위원은 “인보사 사태 이전부터 어떻게 하면 면밀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회의별로 주제에 맞게 선별이 돼 심의에 참여한다. (많이 불려가는 위원이 있는 것은) 어떤 집단이든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엔 이 위원을 불렀으니 다음에는 다른 위원을 불러야 한다’는 식의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약심위의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심위에 관한 여러 지적들을 알고 있지만 우선은 인보사 건 해결 자체에 역량을 집중할 것 같다”며 “인보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부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확인해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사태가 끝난 이후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아직 외부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 회의록 공개 여부조차 심의위원이 결정

 

일부에서는 약심위가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심위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심의’하는 조직이다. 식약처가 약심위 회의를 개최하는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4월 식약처 소관위원회 현황에 따르면, 2013년 41회, 2014년 38회, 2015년 47회에서 2016년 50회, 2017년 54회에 이어 지난해에는 약심위 회의가 62회 열렸다.

 

따라서 블라인드 심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는 약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이 공개돼 식약처가 각 위원을 꼭 짚어 위촉할 수 있는 구조지만, 위원회 회의를 소집하는 식약처에서조차 위원을 알 수 없게 하거나 관련 전공에 맞게 위원을 배치해주는 또 다른 조직이 있다면 보다 공정성이 담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B 전 위원은 “약심위는 소위 허가기관이자 규제기관이고, 영향력이 상당히 세다. 겉보기에는 공정해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약심위에서 의약품 허가를 할 때 잘못 판단한 것으로 판명이 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식약처에 따르면 약심위 위원들의 경우 의결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허가한 의약품에 문제가 나타났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심지어 회의록조차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다. 현재는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회의록을 공개할지 말지를 직접 결정한다.

 

인보사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계는 근심이 크다. 구조적 문제 개선은 논의되지 않는 가운데 식약처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의약품 허가를 깐깐하게 할 계획임을 시사했기 때문.

 

한 바이오의약품 제조업계 관계자는 “물론 인보사의 사태를 통해 볼 때 안전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허가 심사를 꼼꼼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의약품 허가를 깐깐하게 하면 연구개발이 더뎌지고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돼서 사업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국은 패스트트랙이라고 해서 약이 시중에 빨리 배포돼서 환자들에게 시급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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