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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신약 '듀피젠트',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인 까닭

1년 약값 3천만원 육박…보험급여 지정 안 돼 고스란히 환자 부담

2019.05.09(Thu) 14:54:57

[비즈한국] 지난해 3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증 아토피치료제 신약을 국내 환자들도 쓸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올렸다. 이 신약의 이름은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로는 효과를 보지 못하던 아토피 환자들에게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 아토피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들썩였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아토피 중증 환자의 삶의 질이 개선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듀피젠트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된 지난해 8월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이다. 현재 듀피젠트의 가격은 한 팩당 평균 90만~110만 원에 달한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최소 격주에 한 번 투여해야 효과가 있다. 1년이면 2400만 원. 중소기업 직원 초임 연봉 수준에 달하는 비용이다.

 

​듀피젠트는 자가주사제이지만 대개 병원에서 직접 투약하는 경우가 많아 약국이 아닌 병원에서 의약품 주문을 한다. ​그런데 워낙 약값이 비싸다보니 개인병원에서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다. 또 듀피젠트는 비급여 의약품에 해당돼 병원에서 공급가를 감안해 가격을 자체 책정한다. 가령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현재 듀피젠트를 90만 원 정도에 처방받을 수 있다. 비교적 비용이 낮은 이유는, 약을 공급하는 도매 업체에서 ‘다른 의약품을 같이 주문하면 듀피젠트를 90만 원에 공급하겠다’는 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대량으로 약을 주문하는 대학병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개인병원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하지만 듀피젠트가 비급여 의약품인 이상 대학병원에서 처방을 받는다고 해도 부담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라고 환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민재 씨(21)는 “아주대학교병원이 듀피젠트를 가장 싼 가격으로 투약해주는 병원 중 하나인데 그마저도 주사 한 대에 100만 원이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는 분들은 8회 투약에 4200만 원 정도가 나온다고 하더라”며 “빈곤층에게는 불공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아무개 씨(31)는 “10월 2일부터 8회 차 투여 중이다. 2주에 한 번 맞아야 한다지만 너무 고가의 약이라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맞고 있다”고 말했다.​

 

듀피젠트는 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위해 개발된 획기적 치료제다. 그러나 아직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된다. 사진=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제공

 

#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듀피젠트 원하는 이유

 

듀피젠트는 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위해 사노피아벤티스와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주사제 형태의 표적 생물학적제제다.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의 신호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듀피젠트는 이미 국내외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 받았다. 2014년 11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해당 약을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했다. 획기적 치료제는 어떤 약이 중증 질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을 때 의약품의 개발과 심사 및 검토를 신속히 진행하는 제도다. 당시 피부 질환 치료제 중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된 건 듀피젠트가 최초다.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환자들 사이에서 듀피젠트는 혁신적인 약으로 통한다. 듀피젠트가 나오기 전 환자들은 주로 스테로이드나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성분의 면역 억제제를 복용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메토트렉세이트는 강력한 기형유발 물질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토트렉세이트 제제 의약품의 사용상 주의사항 변경 지시를 내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메토트렉세이트 성분을 투여한 환자에게 턱골 괴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듀피젠트도 임상시험에서 결막염, 눈꺼풀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다만 다른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에 비해 부작용이 한결 덜하다는 게 의사와 환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토피클리닉을 운영하는 민아림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면역 억제제는 효과가 좋은 편이나 감염에 취약해지기 쉽고 환자의 몸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많이 쓰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간이나 신장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피검사를 계속 해야 한다”며 “듀피젠트도 부작용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덜하다”고 설명했다.

 

듀피젠트를 투약 중이라는 최정현 씨(23)는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했는데 그 부작용으로 백내장이 왔다. 듀피젠트는 10번 정도 맞았는데 초반에 결막염이 조금 온 것 빼고는 부작용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의 임 씨도 “면역 억제제를 복용했지만 메스꺼움, 여드름 등 부작용이 발생해 복용을 중단했다. 듀피젠트가 효과 면에서 다른 약보다 훨씬 좋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부작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아직 의료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며 듀피젠트 급여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은 만성 피부질환이라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약값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환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듀피젠트의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며 급여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미국 국립아토피협회(NEA)

 

# 자료 보완 탓에 지난해 급여 신청 취하했다 올 초 재신청

 

시판 후 9개월여가 돼가도록​ 듀피젠트에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급여 신청 후 적용까지 6~8개월이 소요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건보 재정에 부담이 돼 정부가 가격을 책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부 입장에서도 굳이 한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1000만 원을 써도 추나요법에 1000만 원이 지원되면 100명이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듀피젠트에 쓰이는 1000만 원은 한 사람 몫밖에 안 된다.​

 

다만 듀피젠트는 급여 신청 과정에서 약간의 지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약제등재부에 따르면 듀피젠트 제조사인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지난해 5월 31일에 처음 듀피젠트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했지만 이후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그리고 올해 2월 21일에 다시 급여 신청을 한 상황이다. 심평원 약제등재부 관계자는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조사에서 자진 취하했다”며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의약품 중에서 (자료 준비가 되면) 급여 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자료의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어, 경제성평가위원회에 상정이 지연됐다. 현재는 자료 보강 후 다시 당국과 긴밀히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처음부터 자료가 미흡했다기보다는 아토피치료제 현황이 변화하는 데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 조금 더 보강하면 좋겠다는 내부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급여 신청 과정 자체도 까다롭긴 하다. 제약사가 건강심사보험평가원의 약제등재부에 ​의약품의 급여 적용을 신청하면, 약제등재부에서 약제기준부에 급여 기준안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한다. 이 기준안을 받아 약제등재부에서 회의를 거쳐 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결과를 보고받은 보건복지부가 검토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약 개발 업체와 약가 협상을 진행하라고 요청한다. 다만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자료 준비가 더 빨랐다면, 급여 신청 기간이 단축돼 환자들의 가격 부담이 줄어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약가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의약품 출고가는 약을 만들기 위해 투자한 비용, 임상시험 비용, 개발비 등 모든 비용을 계산해 제약사가 책정한 가격이기에 원가는 그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의약품 가격이 낮아진다고 해서 무조건 제약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도 아니다. 약을 처방받는 환자가 늘어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이제껏 환자들의 급여 적용 민원을 두고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위해 2018년 3월 국내 시판 허가 이후 빠른 급여 신청 및 타 국가 대비 낮은 금액으로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지난해 5월 급여 신청을 했지만,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사진=사노피 아벤티스 홈페이지

 

# 일본, 영국은 급여 적용…​청소년까지 대상 확대될 경우 다시 신청해야

 

다른 나라에서는 듀피젠트에 대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일본은 듀피젠트를 보험 급여로 출시했고, 영국도 지난해 8월부터 의료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프랑스 보건당국도 듀피젠트를 조기 급여 등재가 가능한 임상 편익 개선 수준 3등급으로 인정했다. 오스트리아도 지난해 12월 듀피젠트의 추가적인 치료편익을 인정해 치료학적 우위 또는 혁신적 우위가 있는 의약품들의 카테고리인 ‘옐로 박스(Yellow box)’에 등재했다.

 

제약사들 간 아토피치료제 경쟁이 붙으면 환자들에게 좀 더 나은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화이자제약은 아토피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한국화이자제약은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국소 요법을 사용 중인 성인 시험대상자들에서 듀피젠트와 같은 성분인 두필루맙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는 임상3상 시험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임상시험을 거친다고 해서 무조건 의약품이 시판 허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시험 거친다고 해서 반드시 약이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FDA는 지난 3월부터 듀피젠트를 12~17세 중증도 이상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도 쓸 수 있도록 확대 승인했다. 원래는 중증 아토피를 앓는 성인을 대상으로만 허가받은 약이었지만 적응증이 확대된 것. 이를 두고 민아림 전문의는 “특히 고등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인스턴트식품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아토피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환자들은 빨리 투여 받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허가 범위가 확대될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역시 청소년 아토피피부염 및 천식을 적응증에 추가할 계획이 있다. 다만 진행상황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듀피젠트에 급여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만약 청소년도 쓸 수 있게 허가범위가 확대되면 급여 신청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허가사항 범위 자체가 확대된 것이라 제약사에서 다시 급여 확대 신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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