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인보사 사태 뒤엔 정부의 '빨리빨리' 정책이?

정권 바뀌어도 허가기간 단축에만 집중…전문가들 "안전성·유효성 갖추는 게 우선"

2019.05.22(Wed) 17:16:33

[비즈한국]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국내 바이오의약 산업에 대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정책이 신약 출시까지의 기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약들이 시장에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바이오의약품 산업 육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제약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 동식물 세포 등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로 만든 의약품을 뜻한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연골세포(HC)와 TGF-β1을 발현하는 형질전환세포(TC)를 3:1로 혼합하여 무릎 관절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인보사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 2월 미국 임상3상을 받던 중 허가 당시와 세포의 성분이 다르다는 게 밝혀져 국내 판매와 유통이 중지됐다. 인보사의 의약품 허가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인보사가 허가된 데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정책의 영향이 컸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지난 4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사진=연합뉴스


인보사가 허가된 배경에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나라는 정권과 상관없이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고 허가를 쉽게 내줘야 한다는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인보사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가령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바이오의약품 산업화 촉진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사업인 ‘바이오스타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5년간 195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러한 바이오의약품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기조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대표적인 지원책이 바로 2014년부터 시행된 ‘바이오의약품 마중물 사업’이다. 이 사업은 식약처가 의약품 연구 기업에게 품질, 비임상, 임상시험 등에 대해 미리 밀착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신약이 신속하게 시판될 수 있도록 품목허가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걸림돌을 미리 없앤다는 취지다. 인보사도 마중물사업 지원 대상이었다.

 

특히 인보사가 품목허가를 받기 직전인 2015년~2017년에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인보사 제품화에 힘을 보탰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인보사 개발, 임상 시료 생산, 품목 승인 신청 등 사업에 3년 동안 약 75억 원을 투입했다. 

 

# 무조건적인 허가 절차 간소화는 오히려 산업 경쟁력 저해

 

이토록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산업 육성을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은 2016년 25%(242조 원)에서 2020년께 30%(390조 원)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대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 비중도 2016년 49%에서 2022년 52%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돈이 된다는 데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정책은 의약품 허가 과정을 단축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성·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약들이 시중에 나오게 되면서 ​오히려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마저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그러나 이러한 정책 방향에 우려를 표시하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좋은 취지로 의약품 허가 과정을 쉽게 하고, 지원금을 들여 신속히 시장에 바이오 신약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해외로 수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전성·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경쟁력만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한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의약품 시장은 전체 의약품 시장의 2%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내 바이오 시장이 커지려면 해외로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데 어떻게 빨리 시판할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보면 인보사처럼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지 않는 약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 약이 약으로 대접받으려면 안전성과 유효성이 중요하다. 그러니 우리나라 수준에 맞게 약을 허가해 시장에 내놓아도 해외 제약사가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보사 사태와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국내 의약품 시장이 받는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내 바이오의약품과 식약처에 대한 해외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국내 약들이 수출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시장뿐 아니라 국내 제약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 “안전성·유효성 갖추는 환경 만드는 게 더 중요”

 

인보사 사태와 무관하게 바이오의약품을 대하는 현 정부 정책의 큰 틀은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바이오의약품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을 시사했다. 제약업계에서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첨단바이오의약품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 법안은 바이오의약품의 심사와 허가 기간 단축을 핵심으로 한다.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지 50일이 흘렀지만, 바이오의약품 정책과 관련한 깊은 얘기는 오가지 않는 모양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정부의 책임있는 진상조사와 환자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전문가들은 바이오의약품 신약을 신속히 시판하는 데만 주력하지 않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추게 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위급한 질병이지만 효과적인 약이 없을 때 환자의 접근성을 위해 의약품 허가를 빨리 내주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전반적으로는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기획팀장은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치료제와 다르게 몸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치료할 수 있게끔 만든 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첨단,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바이오의약품인데도 치료의 효과나 작용기전이 기존 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확실히 안전하고 효과가 있음을 검증받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빨리 허가를 받는 게 중요하게 됐고 부서마다 그것을 실적으로 내세우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제약 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의약품들이 해외에서 많이 사용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설을 갖춘 국가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의 약학대학 교수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작은 회사들이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회사들은 자본도 노하우도 부족하다. 만약 국가기관에서 기관을 설립해 도와주면 바이오의약품 개발 업체는 약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허가 기간을 줄여 안전성에 위협을 가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허가 기간을 줄일 대안은 없는지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핫클릭]

· "15년간 전수 추적"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약속'의 허점
· '인보사' 허가한 식약처 약심위 주목받는 까닭
· [현장] '바이오코리아 2019' AI 활용 환자 맞춤형 서비스가 대세
· 개발 경쟁 치열한 자가주사제 '사전고지' 책임 논란
· [핫 CEO] 절체절명 '인보사맨'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