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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바이오법'은 바이오산업에 약일까 독일까

임상2상 단계서 허가, 접근 쉬운 만큼 부작용 우려…"안전성·유효성 검증할 규칙 마련해야"

2019.08.05(Mon) 18:26:09

[비즈한국] 지난 2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첨단바이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약 3년 만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해 새로운 허가·심사 체계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 조직이나 유전자를 원료로 제조한 바이오의약품이다. 세포치료제나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인보사)’와 같은 유전자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법안이 제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유관 부서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물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기대감을 표했다. 바이오산업 육성책으로 주목받은 법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혁신 신약과 의료기기를 위한 연구·개발(R&D)에 2025년까지 연간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바이오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찮다. 그 이유는 뭘까?

 

지난 2일 ‘첨단바이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바이오산업 육성책으로 주목받은 법이지만 이 법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찮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신약지원센터에서 열린 ‘오송 혁신신약살롱’에 참석한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 첨단 바이오 의약품만의 허가·심사 체계 마련, 빠른 허가

 

우선 첨단바이오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뭘까. 기존에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이 시중에 나오려면 다른 합성 의약품과 똑같은 허가·심사 체계를 밟아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만의 허가·심사 체계를 마련해 빠른 허가를 도와 재생의료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개발자의 일정에 맞춰 사전 심사를 하거나(맞춤형 심사) △다른 의약품보다 첨단 바이오 의약품을 우선 심사하거나(우선 심사) △암 등 중대한 질환과 희귀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 시판 후 3상 임상시험을 수행할 조건으로 2상 임상 자료만으로도 허가(조건부 허가)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그럼에도 예상만큼 이 법으로 바이오산업이 육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 바이오 의약품의 허가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결국 해외 시장 진입 장벽을 뚫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서울 시내 약학대학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은 전체 의약품 시장의 2%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결국 해외 시장으로의 진입 장벽을 뚫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줄기세포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주식회사 셀리노 홈페이지

 

전진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은 “전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8개 중 4개가 우리나라 제품이지만 외국에서 허가받은 제품이 없다. ‘네이처’​에서도 ‘한국은 임상시험을 제대로 안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적이 있다. 시장이 커지려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약을 써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라고 반문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이 처방되더라도 의사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유효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아 의사가 처방해주지 않으면 결국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오히려 바이오산업이 확대되기보다 정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허가를 쉽게 해줬다가 인보사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국내 바이오산업의 이미지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악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제정된 법에 따라 임상2상만 거치고도 의약품이 시중에 나올 수 있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적잖다는 것이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임상3상에서 부작용이 발견되는 약들이 상당하다. 인보사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1, 2상이 아닌 3상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제약사들이 임상3상을 거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반기는 이유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인정한 약제’라는 식으로 마케팅을 하면 해외 시장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첨단바이오법으로 바이오산업이 확대되기보다 정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허가를 쉽게 해줬다가 인보사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국내 바이오산업의 이미지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인보사 사태 관련 기자회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 장기추적조사가 ‘안전성’ 대안 아냐…사후 대책 다시 세워야

 

물론 이번에 통과된 법으로 인해 희귀·난치 질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존의 합성의약품에는 반응하지 않고 국내에 마땅한 대체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다수의 업계 관계자와 시민단체에서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이렇게 의약품 접근이 쉬워질 수 있는 만큼 부작용이 생겨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작용이 발생해도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장기추적조사가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소속기관 중 첨단재생의료안전관리기관을 정하고 첨단재생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진행하고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이 주도하고 있는 인보사도 장기추적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동찬 법무법인 오현 변호사는 “장기추적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 년간 수많은 약과 음식을 먹을 텐데 부작용이 하나의 의약품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어떻게 정확하게 증명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법안이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1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전진한 정책위원은 “기존의 약사법 하위 법령으로도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을 왜 굳이 새로 법안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법안을 폐기하거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준현 대표도 “지금은 실제로 부작용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아예 없다. 법안을 근거로 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마련되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된다. 사후 대책을 다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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