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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피로감의 반작용, 카메라 시장에 부는 '뉴트로' 바람

그 시절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 최신 기술 접목…디지털 피로감 해소하는 아날로그 감성에 '열광'

2026.01.14(Wed) 16:52:10

[비즈한국] 최근 글로벌 카메라 시장에서는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고화소와 성능 경쟁이 한계에 이르자, 제조사들이 오히려 과거의 감성과 조작 방식을 다시 불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충분히 ‘완성된’ 디지털 카메라에 아날로그적 불완전함과 물성을 의도적으로 더하는 흐름이다. 이는 기술 과잉 속에서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의 감성을 겨냥한 ‘뉴트로’ 전략으로, 최근 카메라 신제품들은 성능보다 경험과 감정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최신 기술 바탕으로 과거를 섬세하게 ‘복각

 

다이얼을 통해 시대별 효과 설정이 가능한 후지필름의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 사진=후지필름 웹사이트


후지필름은 7일 즉석카메라 ‘에보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인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instax mini Evo Cinema)’를 발표했다. 인스탁스 미니 에보 시네마는 사진과 동영상 모두를 촬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즉석카메라다. 동영상의 경우 촬영된 동영상 데이터를 QR 코드로 변환하여 동영상의 한 장면과 함께 인쇄해준다. 디자인도 1965년 출시된 후지필름의 8mm 카메라 ‘후지카 싱글-8’에서 영감을 받은 세로형 그립 디자인을 채택하여 아날로그적인 조작감에 집중했다.

 

특히 ‘에라스 다이얼(Eras Dial)’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1960년대 8mm 필름 카메라 느낌의 ‘1960’, 1970년대 컬러 CRT TV의 질감을 살린 ‘1970’ 등 193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총 10가지의 시대별 효과가 제공된다. 각 효과는 10단계로 조절이 가능해 총 100가지의 시대별 표현이 가능하다. 다이얼을 돌려 연대를 설정하면 각 시대를 상징하는 사진 효과가 구현된다.

 

사진을 전공한 김민식 씨(28)는 “소비자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다이얼을 통한 물성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하드웨어의 물성이 더해지니 소유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협업으로 만들어진 ‘샤오미 17 울트라 바이 라이카’. 사진=샤오미 웹사이트


샤오미가 지난해 12월 25일에 공개한 ‘샤오미 17 울트라 바이 라이카(by Leica)’는 독일의 명품 카메라 제조사인 라이카와의 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샤오미는 이 제품에 스냅드래곤 8 엘리트 Gen 5 칩셋과 2억 화소 망원 카메라를 탑재했음에도, 정작 마케팅의 전면에는 ‘라이카 M 시리즈 카메라의 감성’과 ‘물리적 다이얼의 디자인과 조작감’을 내세웠다.

 

샤오미 17 울트라 바이 라이카에는 라이카의 유명한 두 카메라인 M3와 M9의 화질을 재현한 ‘라이카 에센셜’ 모드가 탑재됐다. M3 스타일은 출시 당시인 1950년대 정통 흑백 필름의 색상, 톤, 입자감을 디지털로 모델 모델링하여 구현했다. M9 스타일도 M9으로 촬영한 수십만 장의 사진을 학습한 스타일 변환 모델을 사용해 당시 카메라를 재현했다. 20개의 볼 베어링을 통한 렌즈 초점 다이얼도 강조하며 샤오미 17 울트라 바이 라이카가 아날로그 감성을 공략하고 있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초소형 카메라 키링 형태로 출시된 코닥의 차메라. 사진=코닥 웹사이트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코닥의 ‘차메라(Charmera)’다. 160만 화소라는, 20년 전 수준의 낮은 사양을 가진 이 초소형 카메라는 지난해 9월 출시 직후 품절 사태를 빚었다. 가방에 걸고 다니는 키링 형태의 이 초소형 카메라는 MZ세대의 Y2K 감성을 제대로 자극했다.

 

낮은 화소에서 오는 거친 입자감을 ‘결점’이 아닌 ‘특성’으로 재정의했다. 기기 자체를 가방에 거는 키링 형태로 디자인해 소유의 욕구를 자극했다. 이는 고성능·고가격 경쟁이 치열한 카메라 레드오션에서,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디자인과 감성을 극대화해 블루오션을 창출한 역발상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차메라를 구입한 이광희 씨(28)는 “화질이 몽글몽글해서 방금 찍어도 어릴 때 사진 같다.”며 “그게 ‘좀 느려도 괜찮을 거 같다’는 묘한 위로를 준다.”고 말했다.

 

# 디지털 피로감을 해소시키는 ‘뉴트로’ 

 

전문가는 이 같은 카메라 뉴트로 유행이 현대인이 겪는 ‘디지털 피로감’을 완화하는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피로감은 첨단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면서 새로운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환경에서 누적되는 심리적 소진 상태를 의미한다. 카메라 역시 자동 보정, AI 보조 촬영, 복잡한 메뉴 구조가 일상화되면서 사용자가 결과보다 과정에서 피로를 느끼는 대표적인 기기가 됐다.

이러한 피로감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비자는 더 많은 기능보다 조작의 단순함과 감각적 만족을 중시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간의 본질적인 사용 경험에 초점을 맞춘 ‘로우 테크놀러지(low technology)’로의 회귀로 해석한다. 다이얼을 돌리고, 셔터를 누르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아날로그적 경험이 디지털 환경에서 일종의 심리적 휴식 공간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고진용 인하대 디지털마케팅공학과 교수는 “기술이 너무 빠르게 진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통제감을 잃고 있다”며 “이럴수록 사람들은 과거에 이미 익숙해진 조작 방식이나 감성적 원형에서 안정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뉴트로 카메라는 단순히 과거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위에 아날로그 감성을 얹어 사용자가 기술을 ‘다룬다’는 느낌을 회복시켜 준다”며 “그 지점이 현재 소비자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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