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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방아쇠' 되나

공산당-시위대 무력 충돌, 미국 개입 시 확전…세계적 금융 중심지에다 중국 통로 막혀

2019.08.16(Fri) 15:53:45

[비즈한국] 홍콩 사태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시위가 격화되자 중국 공산당은 무장병력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미국이 개입 의사를 내비치며 국가 간 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세계적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 최루탄 연기가 퍼지자 자칫 국제 금융시장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홍콩에 강압적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이며, 이와 관련한 일대일 회담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셈이다.

 

세계적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 최루탄 연기가 퍼지자 자칫 국제 금융시장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는 홍콩 경찰 모습. 사진=AP/연합뉴스


현재 중국은 강경한 태도다. 지난 12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는 중국 선전(深圳)에 모인 무장경찰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하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튿날에는 홍콩에 인터넷이 모두 차단된다는 얘기가 돌며 무력 투입 직전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8월 초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군대를 동원할 필요 없다. 엄격하고 준엄한 법집행으로 최대한 빨리 혼란을 평정하되 일말의 양보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보도가 홍콩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나라로 티베트·위구르·네이멍구 등지에서 벌어지는 분리 운동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번 홍콩 문제가 중국 공산당의 뜻대로 관철되지 않을 경우 분리 운동이 더욱 격화될 것을 우려해 강경한 태도로 나서고 있으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헌법 개정을 통해 사실상 영구집권의 초석을 닦은 시진핑 주석도 개헌 첫해부터 터진 민족·체제 이슈를 조기에 불식시켜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중국은 홍콩 문제를 자기 뜻대로 굳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중국의 이런 태도가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은 지난 8일 CNBC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가 미·중 무역합의를 위태롭게 하며 글로벌 경제를 훼손할 수 있다”며 “홍콩 시위가 블랙스완(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시위가 더 격화하면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스먼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사태를 정확히 예측한 인물로, 미국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 당국이 홍콩 시위대 진압에 나설 경우 홍콩의 자산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돈이 홍콩에 잠길 것을 우려한 유럽·아시아 자금의 이탈해 미국·일본 국채 등 안전자산에 쏠리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 14일 뉴욕 3대 증시가 3%가량 급락한 것도 홍콩 시위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장기국채 수요에 돈이 몰린 때문이었다. 특히 중국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는 홍콩에서의 지정학적 불안은 투자금 유출입을 경색시켜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인 중국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이 홍콩을 무력 진압하면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생겨 국제 정세 불안으로도 확장될 수도 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스티브 아이스먼은 “홍콩 시위가 블랙스완(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시위가 더 격화하면 글로벌 경제에 실질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영화 ‘빅쇼트’ 스틸컷


백악관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홍콩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미국 국민들이 천안문 사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홍콩은 영국을 기반에 둔 신뢰할 만한 법적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의 60%가 홍콩을 거친다. 그런 명성을 잃으면 중국에 엄청난 경제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무역) 협상 타결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지만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언급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를 연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중국과 달리 홍콩에는 미국 비자나 사법, 무역 투자 등과 관련해 특혜를 줘왔다. 

 

홍콩의 자치권이 훼손될 경우 특혜 조치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홍콩의 두 번째 무역파트너며, 홍콩 소재 외국기업의 18.3%가 미국 기업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호주·독일·프랑스 등 홍콩은 중국을 서구 진영과 이어주는 유일한 가교다. 중국은 홍콩이 누리는 지위가 언젠가 박탈될 수 있다는 판단에 상하이(上海)를 금융 거점 도시로 키워왔으나, 홍콩처럼 주요국의 제도적 지원을 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교적 유화적 어조로 뜻을 전했지만, 내심 중국이 강경대응에 나서주길 바랄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 공산당도 홍콩 문제에서 발을 뺄 수 없고, 태세를 전환할 명분이 부족해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홍콩 경찰력에 문제 해결을 맡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진압에 성공하더라도 송환법 처리 가능성이 있어 특혜 철회 카드는 유효하다. 특히 최근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정부 세력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문제다. 미국이 중국의 패권 확대와 정치 이념, 인권 이슈를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정치·외교적 문제가 불거질수록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4일 22.10로 전일 대비 26.14% 급등했다.

 

한 시중은행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방어적 성격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미국 등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체력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며 “지난해 초부터 증시 거품 논란과 불안 심리가 고조됐다. 홍콩 사태를 둘러싼 미·중 관계 악화 등 정치 이슈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같은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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