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세대 포털 ‘다음(Daum)’이 11년 만에 카카오를 떠난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다음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하면서 2000년대 초 포털 시장을 이끌며 ‘벤처 신화’를 쓴 다음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게 됐다.
업스테이지와 카카오는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주식교환 거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승인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다음 운영사 AXZ는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이번 양해각서는 카카오가 보유한 AXZ 지분을 업스테이지에 이전하고, 업스테이지 일정 지분을 카카오가 취득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카카오의 사내독립법인 콘텐츠CIC로 출발한 AXZ는 지난해 5월 카카오의 자회사 형태로 물적분할되며 분사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1일 카카오는 AXZ로 다음의 운영 부문을 이관했다. 이에 따라 AXZ가 실질적으로 다음 뉴스와 쇼핑, 메일, 검색, 카페 등의 서비스 전반 운영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창업한 다음은 2년 뒤 무료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을 출시하며 급성장했다. 이후 카페, 뉴스, 검색 등으로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며 국내 포털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카카오와의 합병을 통해 ‘다음카카오’ 통합법인이 출범한 이후 그룹 사업 전략에 따라 점차 포털 비중이 축소됐고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빙에도 밀리며 포털 시장 4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이번 MOU는 카카오로서는 실적이 부진한 포털 사업 부담을 덜고, 업스테이지는 강력한 플랫폼과 데이터를 확보하는 ‘윈윈(Win-Win)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T 업계에선 카카오가 다음을 분사했을 때부터 이미 사업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로써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합병한 지 11년 만에 사실상 다음과 결별하게 됐다.
업스테이지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 회사가 AI 기반 새 서비스 개발 필요성과 효과 창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스테이지는 다음이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술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다음이 보유한 뉴스, 카페, 티스토리 등 다양한 텍스트 데이터는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주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한때 포털 시장을 주도했던 다음은 모바일 시대 들어 점유율 하락과 매출 감소를 겪어왔다. 이제 업스테이지의 기술과 만나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주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중 하나인 업스테이지는 우수한 기술을 갖췄지만 AI를 실질적으로 서비스할 플랫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업스테이지는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기반으로 사업 확장 기회를 찾던 중 폭넓은 사용자 기반과 풍부한 콘텐츠 데이터를 보유한 AXZ에 협업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정부에 “저작권 걱정 없이 한국에 있는 데이터를 파격적으로 열어줬으면 좋겠다”며 데이터 확보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30여년 축적된 포털 아카이브를 학습에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은 기술 격차를 단숨에 벌릴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음 인수는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과정에도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MOU 체결 이후 양사 본 실사를 거쳐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솔라와 다음 서비스를 결합한 차세대 AI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AXZ 매각으로 핵심 매출원인 카카오톡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I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또 업스테이지 지분 일부를 확보하면서 향후 투자 이익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자체 AI 브랜드 ‘카나나’와 업스테이지 간 기술 협력 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AI 기술과 전 국민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다음이 결합할 경우, 더 많은 이용자가 AI를 손쉽고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양주일 AXZ 대표도 “양사 간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AI 서비스들을 속도감 있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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