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글로벌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미국 할로자임이 공격적인 M&A(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적 방어벽 구축에 나섰다. 최근 알테오젠이 MSD에 이전한 기술이 탑재된 SC 제형의 ‘키트루다 큐렉스’가 출시됐고 GSK에 추가 기술이전하는 등 빠르게 추격하자, 할로자임이 차세대 기술을 선점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할로자임은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바이오기업 서프 바이오를 4억 달러(5736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계약금으로 3억 달러(4302억 원)를 지급하고, 향후 개발 및 규제 승인 성과에 따라 최대 1억 달러(1434억 원)의 마일스톤을 추가 지불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약 9억 달러(1조 2906억 원) 규모로 일렉트로파이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약 3개월 만에 단행한 대규모 투자다.
업계에서는 할로자임이 알테오젠과 플랫폼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기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본다.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은 그동안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활용해 피부 내 히알루론산 층을 일시적으로 분해, 약물 흡수를 돕는 SC 제형 기술로 경쟁해왔다. 사용하는 효소의 종은 다르지만 피하조직 공간을 넓혀 IV(정맥주사)보다 고농도의 약물을 대량 주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작용기전이 유사하다. 기존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SC 제형 변경을 통해 독점 기간을 연장하려는 터라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의 SC 기술을 향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할로자임은 서프 바이오를 인수함으로써 비효소적 고농도 제형화 기술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서프 바이오의 플랫폼은 특수 부형제를 활용해 단클론항체(mAb)와 소분자 화합물을 소량으로 응축해 최대 500mg/mL의 초고농도 상태에서도 약물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해준다. 할로자임이 앞서 인수한 일렉트로파이도 초고농도 제형화 기술을 보유 중이다.
고농도 제형화 기술은 환자가 스스로 주사할 수 있는 오토인젝터 적용에 필수적이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비만치료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환자 편의성이 약물의 성패를 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만큼 할로자임이 새롭게 확보한 기술은 향후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할로자임은 이미 다케다제약의 염증성 대장질환 치료제 ‘엔티비오’ 등에 인핸즈 기술을 적용하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후발주자지만 할로자임을 위협하고 있다. MSD로부터 수령할 키트루다 큐렉스 로열티 요율이 당초 기대치보다 낮은 2% 수준이라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시장의 실망감을 사기도 했지만, 알테오젠 기술에 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신뢰도는 견고하다. 지난 20일 GSK의 자회사 테사로와 2억 8500만 달러(4095억 원) 규모의 ALT-B4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면역항암제 젬퍼리에 ALT-B4를 탑재하기 위해서다. 앞서 2024년 7월에는 산도즈와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ALT-B4 기술을 적용하는 계약을 맺어 파트너십을 확장했다.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의 경쟁은 향후 항암제 시장을 주도할 ADC(항체-약물 접합체) 시장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할로자임은 서프 바이오 인수를 발표하면서 ADC의 약동학(PK) 프로파일을 개선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자사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테오젠은 ADC 열풍을 불러일으킨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SC 제형 개발에 참여 중이다. 2024년 11월 다이이찌산쿄와 3억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엔허투 SC는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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