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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후후, 갓 지은 햅쌀밥 먹으러 이천 쌀문화전시관으로

이천농업테마공원 내 위치…'임금님표 이천쌀' 유래부터 탈곡, 도정 체험까지

2019.10.29(Tue) 10:33:22

[비즈한국] 올해도 어김없이 시장과 마트에 햅쌀이 등장했다. 쌀 소비가 해마다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래도 고슬고슬 잘 지은 햅쌀밥의 맛은 각별하다. 이번 주말은 아이와 함께 특별한 햅쌀을 찾아 떠나는 건 어떨까. 임금님도 반했다는 밥맛의 비밀을 찾아, 이천 쌀문화전시관으로 말이다. 

 

이천 쌀문화전시관에서는 옛날 농기구도 전시하는데, 실제로 홀태로 벼를 탈곡하고 절구로 도정하고 키를 사용해 쌀겨를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수라상의 주인공은 쌀밥

 

자그마한 다랑논을 지나 높다란 솟을대문을 넘으면 널찍한 마당 한편 장독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마당에는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와 우마차를 끄는 소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의 실물 크기 인형도 보인다. 기다란 기와지붕을 이고 선 건물의 이름은 이천 쌀문화전시관. 조선 시대 임금님 밥상에 오르던 이천 쌀의 우수성과 함께 우리나라와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은 성종 임금님의 수라상 그림에서 시작한다. 그 옆에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수라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쌀밥이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15세기 말 이천 부사 복승정의 치적 자료에 따르면 “성종이 세종릉에 성묘하고 환궁하면서 이천에 머물던 중 이천 쌀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맛이 좋아 진상미로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이천 쌀의 역사는 지금 ‘임금님표 이천쌀’이라는 브랜드로 이어가고 있다. 

 

자그마한 다랑논을 지나 높다란 솟을대문을 넘으면 널찍한 마당에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의 실물 크기 인형이 보인다. 사진=구완회 제공


‘임금님표 이천쌀’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조선 성종 때문. 성종이 세종릉에 성묘하고 환궁하면서 이천에 머물던 중 이천 쌀로 밥을 지어 먹었는데 맛이 좋아 진상미로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쌀알이 투명하고 밥에 윤기가 도는 품종인 ‘추청’을 선택하고 생산과 수확뿐 아니라 저장 과정 또한 깐깐하게 관리함으로써 쌀 품질 고급화를 이룩했다고 한다. 이천의 8개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해 공동 수매하고 건조, 저장, 가공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체계화해 품질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이천 쌀을 즉석에서 도정해 맛볼 수 있는 것도 쌀문화전시관의 자랑이다. 잘 영근 벼를 ‘즉석도정 쌀눈쌀 자판기’에 넣으면 현미에서 백미까지 원하는 대로 도정할 수 있다. 바로 도정한 쌀알을 입에 넣어 씹으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나서 아이들도 좋아한다. 특히 보관이 어려워 시장에서 잘 팔지 않는 5분도미는 현미보다 부드럽고 백미보다 고소해 인기가 높다. 미리 신청하면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밥을 해 먹는 체험도 가능하다.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도 자신의 눈으로 벼가 쌀로, 다시 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나면 밥알 한 톨 안 남기고 잘 먹는단다. 

 

#쌀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활동 가득

 

지하에는 벼 이야기와 논의 사계를 설명하는 코너와 함께 쟁기와 가래, 홀태 등 옛날 농기구들을 전시 중이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홀태로 벼를 탈곡하고 절구로 도정하고 키를 사용해 쌀겨를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홀태로 힘겹게 낱알을 떨구고, 허리 두드리며 절구질을 하고, 코를 간질이며 키질을 해 알곡을 만든 아이는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닫는다.

 

벼 관련 전시물 중에는 1998년 우리나라 충북 청원군 소로리의 구석기 시대 유적에서 기원전 1만 5000~1만 3000년 무렵의 볍씨가 발견되었다는 설명도 눈에 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수천 년이나 앞서 쌀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소로리 볍씨’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1만 2500년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벼농사가 본격화한 것은 약 3500년 전인 청동기 시대이므로, 소로리 볍씨가 진짜 세계 최초의 볍씨인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란 중이란다. 

 

조롱박에 그림 그리기,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밥 해 먹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가마솥밥 체험은 미리 신청해야 한다.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도 체험을 하고 나면 밥알 한 톨 안 남기고 잘 먹는단다. 사진=이천농업테마공원 홈페이지

 

아이들에게는 이런 설명보다 더 재미난 체험 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귀여운 표주박에 알록달록 색칠을 하거나 김홍도의 ‘추수도’를 탁본으로 찍어볼 수 있다. 모두가 농업과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활동들이다.

 

쌀문화전시관은 이천 농업테마공원 안에 자리 잡았다. 도시민에게 농촌 전통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천시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13년 조성된 이천 농업테마공원은 15만m²의 넓은 부지에 쌀문화전시관을 비롯해 체험용 경작지인 다랑논과 쌀먹거리촌, 임금님표 이천 농식품 홍보 판매점 등의 시설이 있다. 

 

이천농업테마공원 안내소는 쌀알을 닮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이천농업테마공원

△위치: 경기 이천시 모가면 공원로 48

△문의: 031-632-6607

△관람 시간: 하절기(4~10월) 9시~18시 30분, 동절기(11~3월) 9시~17시,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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