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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우버'를 품은 지혜로 '타다'의 해법을 찾다

택시와 경쟁 아닌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받아들여…도시 문제 함께 해결할 동반자로 인식

2019.12.05(Thu) 17:16:23

[비즈한국] 호주 시드니에 왔습니다. 호주에서 우버를 비롯한 교통 서비스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볼 기회가 생겼는데, 뭐 며칠 본다고 해서 모든 걸 볼 수는 없겠지만 살짝 맛보기 정도는 할 수 있겠네요.

 

마침 출발하던 날 우리나라에서는 타다의 재판이 열리면서 교통, 이동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있죠. 사실은 아직도 택시를 비롯한 기존 시스템, 법 제도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무엇이 옳다 그르다 문제를 떠나, 제도를 받아들이는 나라에서는 어떤 서비스들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버도 그냥 택시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뭐 그런 관점을 꼭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목표나 경험이 닮은 서비스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그 비즈니스에 대한 방향성, 철학, 추구하는 기술 등을 함께 살펴보면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택시를 비롯한 자동차 관련 서비스에 여러 사회적인 관점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봅니다.

 

#성장하는 도시의 고민 ‘교통’

 

일단 시드니는 멜버른과 함께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입니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호주의 인구는 2500만 명 정도로 우리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죠. 하지만 시드니는 600만 명 정도가 모여 있는 대도시입니다. 서울처럼 대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인구밀도에서 오는 주거, 교통, 물가 등의 문제죠.

 

교통에 대한 문제는 결국 교통체증, 주차난 등으로 이어지지요. 어쨌든 도시는 차가 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겠지만 인구는 늘어나고, 도로나 주차 등 인프라는 아주 오래전에 설계된 대로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하버브릿지는 1932년에 세워졌습니다. 8차선 다리인데 여기를 마차 타던 시절에 미래를 내다보고 넓게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넓은 다리이긴 하지만 사실 시드니의 도로는 아주 좁습니다. 길 많이 막혀요. 주차할 데 없고, 주차 요금도 비쌉니다.

 

우버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호주에 진출해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최호섭 제공

 

하지만 시드니 인구는 계속해서 아주 빨리 늘어납니다. 이번에 찾아보니까 2011년에는 460만 명이었다고 해요. 지금 불과 8년 만에 140만이 늘어난 셈이에요. 그리고 금방 700만이 넘을 거라고 합니다. 그냥 풀어질 문제가 아닌 거죠.

 

우버를 비롯한 승차 공유 서비스가 호주에 처음 들어선 건 2012년입니다.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하죠. 리무진 서비스인 우버 블랙이 처음 생겼고, 2014년에는 대세 서비스인 우버X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함께 타는 우버 풀, 조금 편안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우버 컴포트, 그리고 커다란 SUV가 오는 우버 XL 등 서비스가 엄청 많이 늘어났어요. 그리고 사용량도 많습니다. 지금 거의 택시와 비슷할 만큼 많은 이용자들이 있어요. 호주 전체에 우버 드라이버는 6만 7000명, 이용자는 380만 명가량 됩니다.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지요.

 

#택시와 갈등은?

 

그런데 우리처럼 정부와, 또 택시 업계와의 갈등은 어떻게 풀었을까요? 사실 그게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좀 이해 안 되는 부분이죠. 오기 전에 여기 사시는 분들에게 여쭤보기도 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들어왔고, 그냥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해요. 드라이버들도 택시와 경쟁이라거나 예민하게 충돌이 생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었어요. 그럼 택시와 정부는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게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죠.

 

우버가 처음 도입될 때 시드니가 속해 있는 NSW를 비롯한 주 정부에서는 태스크포스를 설치해서 여러 가지를 검토했다고 해요.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세 가지인데 택시 산업에 끼치는 영향, 변동 요금제, 그리고 안전입니다.

 

우버 앱은 일반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 중 하나다. 사진=최호섭 제공

 

당연하고 꼭 필요한 검토들이지요. 정부 태스크포스는 일단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집중했고, 편하고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는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그에 따라 적절한 규제들을 세웠습니다. 택시 호출을 우버 앱에서 할 수 있도록 했고, 미터기 외에 우버의 특징인 변동 요금제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버가 택시를 끌어안는 방법 중 하나죠.

 

여기에 정부는 우버 이용자들이 매번 차량을 탈 때마다 요금에서 1.1달러를 뗍니다. 택시 산업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겁니다. 이걸로 택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거죠. 실제로 택시 서비스도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물론 택시 업계의 반발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불법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대규모 택시 파업과 소송도 있습니다. 그 고민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 사회가 시민들이 어떤 생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도시의 문제 함께 푸는 파트너

 

우버뿐 아니라 비슷한 승차 공유 서비스들이 생겨나면서 NSW 주 정부는 아예 새로운 형태의 교통 서비스를 도시의 공공 이동 수단범주에 포함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의미를 부여했다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아예 ‘포인트 투 포인트’라는 위원회도 세웠습니다. 말 그대로 지점에서 지점으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도시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이때부터 우버, 올라, 볼트, 인고고를 비롯해 시드니의 택시 브랜드인 글라이드 택시, 13캡스 등 모든 사업자들이 정부와 협업하는 구조가 생겨납니다. 막는 규제보다는 효과적으로 끌어안는 방법을 고민한 셈이 된 건데, 뭔가 좀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어쨌든 효과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택시는 우버, 올라 등 서비스의 등장 이전과 이후의 영향이 거의 없고,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높아졌습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는 그만큼의 시장을 또 따로 개척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우버와 택시는 경쟁도 아니고 전혀 다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는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를 꽤 듣기도 했는데 다른 서비스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은 확실해 보입니다.

 

승객은 자신이 서 있는 지점에서 목적지까지 어떻게 하면 신속하고 합리적인 요금으로 도착할 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의 정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사진=최호섭 제공

 

대중교통과 결합도 이뤄집니다. 어쨌든 한 가지 교통수단만으로 이동하는 게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도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갈아타는 것처럼 호주도 복합적인 이동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버 앱에 ‘대중교통 환승(Public Transport)’ 항목이 더해졌습니다. 버스와 기차, 지하철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게 아직은 도입 초기라서 도착 시간과 경로를 알려주는 정도지만 대중교통 요금 결제를 흡수하게 되면 한 번의 여정에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섞어서 타고 가는 데에 한 번의 결제만 하면 되는 서비스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목적지 역에 도착할 시간에 우버X가 시간 맞춰서 대기를 하는 거죠. 이걸 우버는 ‘멀티 모달’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덴버에서는 이걸 일찍 시작해서 실제로 서비스하고 있기도 하고요.

 

정부와 교통 서비스들의 협업은 꽤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장애인 이동을 위한 장애인 택시, 올림픽 같은 글로벌 행사에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택시 서비스처럼 말이죠. 각 주체도 정부에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고, 함께 고민해서 숙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표면적으로 뭐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접근방법의 차이가 결국 서비스의 변화,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 논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시점이다. 사진=최호섭 제공

 

우리나라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3년 우버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던 이후 아직까지도 우리는 합법이냐 불법이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혁신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도 답답한 일이고요. 단순히 우버를 받아들이고 타다를 인정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운송 기술의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빨리 합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우리가 이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더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고 그 안에서 위치 정보, 요금 결제, 도로 데이터 분석 등 기반 기술을 다지고, 이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그게 택시가 되든 제3의 운송 서비스가 나오든, 이용자들에겐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은 서비스가 자리 잡기를 바랄 뿐이죠. 결국 우리가 해킹해야 할 것은 법이 아니라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호주 시드니=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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