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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면 세계 최초' 비알코올성 지방간 신약 개발 경쟁 치열

원인 다양하고 진단 어려워 개발 난항…국내서는 유한양행·한미약품·종근당 등 관심

2020.01.10(Fri) 12:08:51

[비즈한국] 인류 문명은 수많은 질병을 정복했지만 여전히 각종 희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적지 않다. 질병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요 제약사들은 과연 어떤 신약을 준비하고 있을까. 또 반대로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은데도 쉽게 신약이 나오지 않는 배경은 뭘까. 비즈한국은 국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신약을 소개하고 개발 현주소와 전망을 알아본다.

 

2018년 11월 이 아무개 씨(22)는 어머니께 간이식을 하려 조직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간 손상 지표인 AST와 ALT 수치가 평균보다 높게 나온 것. 간이식 날짜를 조금이라도 빨리 잡고 싶은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 씨는 “172cm에 86kg 정도로 살집이 있는 체형이기는 했지만 병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침묵의 질병’으로 불린다. 질환이 있더라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때문에 이 씨처럼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간 내에 지방이 많이 쌓여 발병하는데 간 경변과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다. 심하면 간암으로도 커진다. 비만과 당뇨 환자가 늘어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구에서는 정상 성인 가운데 20~30%, 우리나라에서는 16~50%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만과 당뇨 환자가 늘어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구에서는 정상 성인 가운데 20~30%, 우리나라에서는 16~50%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재는 마땅한 치료제도 시술법도 없다. 이 씨 역시 의사에게 간 기능을 강화하는 영양제와 함께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라는 조언을 받은 정도다. 다행히 이 씨는 체중 감량을 통해 지난 5월 완치 판정을 받고 50일 전에는 간이식 수술을 무사히 끝마쳤다. 그러나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이 제일 힘든데 치료제가 없다고 하니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환자들 사이에서는 무성하다.

 

#세계 최초 타이틀 두고 열띤 경쟁

 

비알코올성 지방간 적응증으로 승인된 치료제는 전 세계에 ​아직 ​없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좌초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유한양행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신약후보물질을 공동개발 중인 미국 길리어드는 LG생명과학의 간 질환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여 임상을 진행했지만 2010년 실패했다. 미국 제약사 인터셉트도 치료제 오칼리바 임상 3상을 마쳤으나 부작용이 다수 관찰돼 허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 최초’를 위한 국내외 제약사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를 가리지 않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높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지방간 환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서다. 국내 제약사는 주로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개발을 진행하거나 △자체 개발하거나 △외국 제약사와 판권 계약을 맺는 방식을 택했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은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제인 ‘트리플 아고니스트’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파마킹은 국내 임상 3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아무개 씨는 2018년 11월경 비알코올성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 당시 간 손상 지표인 AST와 ALT 수치는 40 정도로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사진=김명선 기자

 

이스라엘 제약사가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나모데노손’의 국내 판권을 가진 종근당 관계자는 “원인을 찾기보다는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고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들 역시 한 가지 원인을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원인을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가 시장에 출시되면 경쟁 약물은 간 질환 관련 모든 치료제가 될 수 있다.

 

현재 경과가 다소 진행된 지방간 환자들은 여러 대체 약물로 치료하고 있다. 섬유화 활성을 억제하는 비타민 E를 복용하기도 하고,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스를 먹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복용한다. 박현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비만 치료제나 식욕 억제제를 쓴다. 그러다 지방간으로 간 수치가 올라가면 간장약 등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FDA 개발 가이드라인 발표…신약보다 정확한 진단 방법 ‘절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가 출시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제약사가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아직 약가를 산정하기도 이른 단계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전임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국내 시장에도 당연히 진출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짧게 잡아도 7~8년 정도가 걸릴 듯하다”고 설명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제대로 진단할 방법부터 재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연구실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외국 제약사의 출시 속도가 좀 더 빠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18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비알콜성 지방간 신약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전체 간경화 진행정도와 생존율을 종결점으로 선정하면 임상을 마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간의 조직검사를 통한 증상완화가 확인되면 치료제 승인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발표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제대로 진단할 방법부터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천갑진, 김영돈 교수는 ‘비알콜성지방간 질환의 약물치료: 제한점’ 학술지를 통해 “다른 간 질환과는 달리 진단법이 명확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간 조직검사나 복부초음파검사, 혈액검사 등의 진단법도 있지만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침습적 시술인 간 조직검사는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의 이 씨는 “사실 치료제가 나온다고 환자들이 많이 찾을지는 모르겠다. 초기에는 운동이나 살을 뺀다면 일상생활에 크게 무리가 없다. 만약 기존에 먹던 영양제나 다른 약보다 효과가 떨어지면 신약이라고 해도 찾지 않을 듯하다”며 “오히려 진단 키트를 만든다거나 정확한 진단법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판정받기까지 조직검사를 네 번 거쳐야 했는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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