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수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에게 피자를 돌려 화제를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고전이 예상됐음에도 사상 처음으로 수출이 7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격려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7000억 달러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반도체 품귀에 따른 가격 상승이 빚은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30여 년 전 수출 1, 2위에 오른 반도체와 자동차가 지금도 여전히 1, 2위인데다 10위까지 품목 중 6개가 3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모래 위에 쌓은 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보다 앞서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했던 일본과 독일이 글로벌 변화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정부 세종종합청사 산업부 무역정책국과 투자정책국 등에는 이 대통령이 보낸 피자 20여 판이 배달됐다. 전날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으로부터 수출액이 7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는 보고와 함께 직원들을 직접 격려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한턱 쏜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수출 총액은 7094억 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수출 7000억 달러를 달성한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 수출액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첫해인 1948년 1900만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77년 만에 수출 규모가 약 3만 600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10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2004년에 2000억 달러, 2006년에 3000억 달러, 2008년에 4000억 달러로 2년 단위로 1000억 달러씩 수출을 늘려갔다. 이후 5000억 달러는 2011년에 달성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났으며 6000억 달러는 7년 뒤인 2018년에 달성했다.
6000억 달러에서 7000억 달러로 올라서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앞선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느린 것이다. 미국이 수출 6000억 달러에서 7000억 달러로 진입하는 데 4년이 걸렸고, 독일과 일본은 각 1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한 2005년에 7000억 달러도 동시에 달성했다. 중계무역을 하는 네덜란드만 10년이 걸렸다.
이처럼 어렵게 7000억 달러에 올랐지만 앞으로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이 일부 품목에 편중된 데다 반도체 가격 인상 효과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734억 달러로 2024년 1419억 달러에 비해 22.2%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부 착시 효과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반도체 D램 가격은 지난해 1분기 평균 1.35달러에서 2분기 2.12달러로 오른 데 이어 3분기에는 5.30달러, 4분기에는 8.13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도 안 돼 가격이 6배나 오른 것이다. 또 수출액도 반도체만 늘어났을 뿐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품목 수출액은 2024년 5417억 달러에서 지난해 5364억 달러로 감소했다.
수출 7000억 달러라는 성과에도 10대 수출 품목이 3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어 산업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반도체는 1992년 수출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자동차는 1995년에 2위에 오른 뒤 변함없이 2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1995년 상위 10대 수출 품목에 자리했던 조선과 철강, 합성수지, 컴퓨터 등도 무려 30년 동안 여전히 10위 안에 자리하고 있다.
상위 10대 수출 품목의 고착화는 우리나라 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역동성 부족은 국제 수출 경쟁력 약화를 불러온다. 실제 독일은 자동차와 기계,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부품 등으로 7000억 달러를 달성했지만, 이후 디지털과 친환경 전환을 따라가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반면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항공우주라는 첨단 IT 기술, 금융 서비스 등으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달성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내세워 계속해서 앞서가고 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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