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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튀가 꼭 좋다기보단…" 2030이 '초단기 모임'에 빠진 이유

연결감 원하지만 동호회는 '부담'…관계 피로 속 '숏 소셜링' 급부상

2026.03.19(목) 17:28:10

[비즈한국] “혹시 감튀 모임 맞아요?”​

 

지난 14일 오후 1시, 용인 처인구의 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서로 초면이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간단히 나이와 거주지를 소개하고 나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감자튀김으로 흘렀다. 갓 나온 감자튀김을 앞에 두고 낯선 이들 사이에 소소한 대화가 오고 갔다.

 

경기도 용인 처인구에 있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사람들이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모였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경도·감튀…낯선 사람과의 ‘짧은 만남​ 인기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일회성 오프라인 모임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도(경찰과 도둑)’​와 ‘​감튀(감자튀김) 모임’​이 특히 화제다. 지속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단발성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존 동아리와는 결이 다르다. 효율적이고 가벼운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낯선 사람과의 초단기 모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 강남·송파는 물론 경기 용인·고양, 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임이 잇따라 열린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주최자가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면 신청자가 몰린다. 약속한 날 참여자들이 모여 짧게 교류한 뒤 자연스럽게 해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별도의 가입 절차나 회비가 없는 경우가 많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이날 모임 참석자들도 대부분 처음 만난 사이다. 서로의 취미를 나누며 감자튀김을 먹고, 이후에는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이어갔다. 참여 이유는 저마다 달랐지만, 하나같이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용인 기흥구에 사는 A 씨(27)는 “평소 당근에서는 중고 물건만 거래했는데, 모임 탭에 사람이 많길래 신기해서 나와봤다”​며 “​일회성이라 안 맞으면 바로 헤어지면 되니까 편하다”​고 말했다. B 씨(21)도 “​동아리는 정해진 요일에 맞춰 계속 나가야 하는데, 그게 부담스럽다”​며 “​시간이 날 때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훨씬 좋다”​고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감자튀김 모임이 올라와 있다. 일부 모임은 멤버가 1300명에 달한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외롭지만 관계는 피곤한 2030, ‘가벼운 연결​ 선택

 

이처럼 단기 모임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심리가 자리한다. 사람은 만나고 싶지만 관계를 오래 유지할 자신은 없고, 외로운 건 싫지만 피곤하고 싶지도 않은 2030세대의 감정이 감튀 모임 같은 초단기 만남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실시한 ‘인간관계 및 연애관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이 드러났다. 관계에서 얻는 만족보다 스트레스가 크면 거리를 두거나 정리한다는 응답이 77.3%에 달했고,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다는 응답도 69.4%였다. 감정 소모가 큰 관계는 줄이고, 필요한 순간에만 연결되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성세대의 동호회 중심 인간관계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동호회는 정기 모임과 회비, 단체 채팅방 등 지속적인 참여를 기본으로 한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친밀감은 높아지지만 그만큼 피로도도 쌓이고, 내부 갈등이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반면 감튀 모임 같은 초단기 만남은 관계를 이어갈 책임이 없다는 점에서 훨씬 가볍다. 특정 활동을 함께하는 동안만 느슨하게 연결되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간다. 결국 감튀 모임의 핵심은 감자튀김이 아니라, 짧고 부담 없는 연결 방식 그 자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감튀 모임 이벤트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최근 트렌드에 동참했다. 사진=윤채현 인턴기자

 

#인간관계 방식이 바뀐다

 

짧은 시간 가볍게 만나는 모임은 여러 플랫폼으로 번지는 추세다. 관심사 기반의 일회성 모임 플랫폼 ‘문토’​, 낯선 사람과 한 끼를 함께하는 ‘​밀팅’​ 등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들이 잇달아 주목받는다. 이러한 흐름을 가리켜 ‘​숏 소셜링’​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혜원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요즘 2030세대는 SNS와 메신저로 끊임없이 연결돼 있지만, 대부분 비대면 관계에 머문다”​며 “​낯선 사람의 숨소리나 웃음소리를 직접 느끼는 물리적 접촉을 통해 실제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열망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이들은 ​연결감은 원하지만 진지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책임과 부담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짧은 만남 속에서 가볍게 교류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 점점 선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인간관계는 정서적 유대보다 경험과 활동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화로 친밀도를 쌓는 방식보다, 함께 특정 활동을 수행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채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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